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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엄마는 아주 호탕한 성격으로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통이 컸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신우의 큰아버지가 벌게진 얼굴로 호쾌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맞는 말이에요. 애들이 참 빨리 커요. 참, 해윤 씨라고 했죠? 애들 결혼할 때 우리를 꼭 불러줘요. 집안 경사인데 우리가 빠지면 섭섭하죠!”

“다른 분은 몰라도 아주버님은 꼭 불러야죠. 아주버님은 신우 큰아버지니까 상석에 앉으셔야죠.”

화제는 이내 어느 대학교에 갈 것이냐에서 시작해 어떻게 결혼을 준비할지로 넘어갔다. 내일 당장 결혼하는 것처럼 다들 이 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은 서로 화동이 되겠다며 아우성치면서 열의를 불태웠다.

난 의식의 흐름에 따른 그들의 대화를 몇 번이나 경험해 보았었다. 난 반박하지도, 제지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못 들은 척했다. 그래서 그들은 열띠게 토론했고 난 그릇 안에 수북이 쌓인 새우를 먹는 것에 집중했다.

내가 유신우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혼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결혼 얘기를 꺼내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결혼식은 우리가 결정할 일이지, 어른들이 모든 걸 결정하게 하는 건 옳지 않았다. 나도 인권이 있으니 말이다.

난 진심으로 유신우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와 나의 결혼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나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어렸던 나는, 사랑은 두 사람의 일이라는 걸 몰랐다.

내가 그 점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사랑 때문에 크게 상처 입은 상태였었다. 어리고 진실되었던 마음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다친 뒤에야 말이다.

그날 유신우가 한 행동은 너무도 뜻밖이었고 나는 그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상처와 피로 나에게 그를 포기하도록 강요했다.

밥을 먹고 있던 유신우는 아무런 징조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힘을 너무 쓴 탓에 의자가 멀리 날아가서 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혔다. 아주 귀에 거슬리는 소리였다.

밥을 먹는 데 여념이 없던 나는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라서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먹던 새우를 채 삼키지도 못하고 말이다.

난 유신우의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유신우는 분노에 찬 얼굴로 서 있었다. 그의 마른 몸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에서는 분노의 불길을 뿜어지고 있었다. 그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무척 화가 나 보였다.

“모두 너 때문이야. 네가 매일 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라고. 타일러도 소용없고 욕해도 소용없고. 넌 뻔뻔하게 계속 날 쫓아다녔지. 경고하는데 앞으로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다시는 날 따라다니지 마.”

난 그가 이런 말을 내뱉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완전히 넋이 나갔다. 먹다 만 새우는 바닥에 떨어졌다.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소리 없이 머리로 쏠리는 것 같았고, 귓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며 얼굴은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아주 심한 말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자기 싫다는 사람 쫓아다니는 뻔뻔한 사람이라고 나무랐으니 말이다.

순간 눈물이 차올랐고, 목이 메서 괴로웠다.

‘유신우,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날 모욕하는 거야? 난 그냥 널 좋아해서 너랑 같이 있고 싶었던 것뿐이야. 널 좋아하는 게 죄야? 아니면 내가 널 좋아하는 게 너에게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던 거야? 날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날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고. 그게 그렇게 싫었으면 적당한 시기를 골라서 나한테 잘 얘기하면 됐잖아. 나한테 그러지 말라고 말한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날 이렇게 모욕할 수가 있어? 난 정말 네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뻔뻔한 사람이 아니야. 난 그냥 널 좋아하는 것뿐이라고. 이런 방식으로 내가 널 포기하게 만든다니, 너 참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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