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엄마는 아빠를 힐끔 보았고 아빠는 눈치를 채고 119에 신고하려고 했다.

유신우는 우리 아빠의 움직임을 보더니 상처를 살피던 아줌마의 손을 힘껏 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아빠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다.

아줌마는 그의 손짓에 뒷걸음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줌마는 허우적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고 그녀의 얼굴 근육은 심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유신우도 몸을 과하게 움직인 탓에 중심을 잃었다. 그는 테이블 변두리를 내리누르면서 미끄러졌고 곧 와르륵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그릇들이 전부 바닥에 쏟아져서 산산이 조각났다. 아줌마와 엄마가 수고스럽게 만든 음식들은 전부 엎어졌고, 국물이 바닥을 축축하게 적셨다.

방 안은 흡사 내 마음처럼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아저씨도, 다른 사람들도 전부 당황했다.

즐거웠던 식사 자리가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유신우는 더러워진 몸으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오른 주먹을 쥔 그의 손에서 빨간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릇 파편 때문에 다친 게 틀림없었다.

유신우는 날 죽일 듯이 매섭게 노려보았다. 내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나수진, 이제 만족해?”

난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물 때문에 눈앞이 흐릿해져서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뭘 만족해한다는 거야? 내가 뭘 했길래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난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몇 마디 하지 않았어. 상황이 이렇게 된 게 어떻게 나 때문이란 말이야? 내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모든 걸 다 내 잘못으로 돌리는 거야? 그래서 네 멋대로 날 괴롭히고 모욕하는 거야?’

난 정말로 슬펐다.

유신우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난 유신우를 좋아하는 것뿐이지, 존엄이 없지는 않았다.

‘날 받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내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내게 상처를 주면 안 되지. 유신우, 나도 사람이야. 내게도 마음이 있어. 나도 상처받고 마음 아파한다고.’

유신우가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난 그를 불러세웠다.

“유신우, 그 말 무슨 뜻이야? 똑바로 얘기해.”

“똑바로 얘기하라고?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건데? 네가 매일 같이 뻔뻔하게 내 뒤꽁무니만 쫓아다니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나와 널 엮었을 것 같아? 나수진, 제발 부탁이야. 나한테도 자유를 좀 줘. 나도 인간이고, 내 삶이 있어. 넌 일방적으로 내 삶을 결정할 자격이 없어!”

또 뻔뻔하다는 말이다.

‘유신우, 대체 날 얼마나 더 모욕할 셈이야?’

난 괴로움을 견디며 그와 대화해서 엉켜버린 이 관계를 풀어나가려고 했다. 난 유신우에게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도 일방적으로 그의 삶을 결정하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싫다고 한다면 바로 멀리 떠날 생각이었고, 절대 그가 말한 것처럼 뻔뻔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우야, 내 말 좀 들어봐. 난 그저 널 좋...”

“신우라고 부르지 마. 난 네가 날 그렇게 부르는 게 싫어. 나수진, 이제 네 마음 좀 접어. 제발 날 좀 살려달라고. 난 네가 날 좋아하는 게 싫어. 네 애정은 날 옥죄는 사슬일 뿐이야. 난 너와 아무런 사이도 되고 싶지 않아. 평생토록 말이야.”

유신우는 잔뜩 더럽혀진 티셔츠를 씩씩대면서 벗어 던졌다. 그의 눈빛에서 보이는 증오와 혐오 때문에 난 등골이 서늘해졌다.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더러운 걸레를 보는 듯했다. 죽을 만큼 싫다는 듯 말이다.

누군가 내 심장을 쥐어짜듯 가슴이 아팠다. 너무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눈물이 가득 차오른 나는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난 잘못이 없었고 울 생각도 없었다.

‘유신우, 널 좋아하는 게 죄라면, 그게 네가 날 이렇게 막 대하는 이유라면 고칠게!’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