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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유신우는 내가 다친 걸 알면서도 단 한 번도 날 보러 오지 않았다.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난 언젠가 내가 눈을 떴을 때, 유신우가 조용히 내 침대 옆에 앉아서 사과를 깎아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때 따뜻한 햇빛이 그의 위로 드리워지면 난 그를 신처럼 여겼을 것이다.

입원한 셋째 날 점심, 낮잠을 자고 깨어났을 때 문밖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유신우와 김현주였는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그들의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다.

유신우가 병문안하러 왔는데 김현주가 그걸 동의하지 않아서 싸우는 듯했다.

내일이면 퇴원하니 날 보러 올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상관없었다. 그가 날 보러온 것 때문에 김현주가 괜한 생각을 한다면, 그래서 내게 성가신 일이 생긴다면 차라리 안 오는 편이 훨씬 나았다.

내 마음은 그가 오기를 바랐지만 내 이성은 그걸 바라지 않았다.

난 그 소리를 듣고 있다가 또 잠이 들었다.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야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번 일로 난 매우 놀랐다. 의사는 내게 계속 수면제를 투여했고 그로 인해 난 아주 오래 잠을 잤다.

병실은 예전과 다름없었고 유신우는 결국 날 보러 오지 않았다.

엄마가 내게 왜 표정이 좋지 않냐고 물었을 때, 난 웃으면서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다.

저녁때쯤, 병실 안으로 들어온 자줏빛 노을이 내 얼굴 위로 드리워져 눈이 조금 시렸다.

난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팔이 곧 축축해졌다.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난 겨우 19살 소녀였다. 난 아직 내 마음을 감쪽같이 숨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엄마는 내가 운 걸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엄마가 작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난 묵묵히 생각했다. 내게 실망하지 말라고,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분명 좋아질 거라고.

퇴원할 때 두 집안 사람들 모두 병실에 있었다.

아줌마와 아저씨는 짐 정리를 도와줬고 우리 엄마는 옷 입는 걸 도와줬으면 아빠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신발 끈을 묶어 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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