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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망설이고 있는데 실수로 휴대전화 잠금을 풀었다. 유신우의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선명히 들려왔다.

“나수진, 문 열어.”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름없었다. 약간의 오만함이 담겨 있고 지시하는 듯한 어투였다.

난 예전에 그를 우러러보았기에 날 대하는 유신우의 태도가 좋지 못하다는 걸 몰랐다. 오히려 유신우가 차갑고 도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내게 신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왜?”

난 그의 말투에 짜증이 나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 보려고. 걱정돼서. 나 몇 번이나 왔었는데 아줌마가 널 못 만나게 했어. 나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고. 아줌마 방금 나간 거 봤어. 그러니까 문 열어.”

“나 아파서 일어나지 못해.”

사실 난 바로 문 앞에 서서 현관문 렌즈로 그의 준수한 얼굴을 보고 있었다. 유신우는 꽤 짜증 난 표정이었다.

‘짜증 나면 가면 되지, 내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천천히 일어나며 되지. 안 급해. 문 앞에서 기다릴게. 너 문 열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고집스럽긴.’

고집스러운 그의 태도를 보니 내가 문을 열지 않는 것도 좋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문을 열어줄 생각이었다.

난 천천히 다가가서 문을 열었고, 그 순간 곧바로 후회했다.

난 유신우 혼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유신우가 문 앞에 서 있고 김현주가 유신우의 허리를 안고 그의 뒤에 숨어서 눈을 끔벅이며 날 바라보는 게 보였다.

연약해 보이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빛은 날 불편하게 했다.

그녀의 눈빛은 순수하지 않았고, 강한 질투심이 보이지도 않았다. 아주 아리송한 눈빛이었다.

난 아주 단순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어차피 그녀와 친구가 될 리가 없으니 그녀를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두 사람의 맞잡은 손을 보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비록 후회되긴 했지만 문까지 연 마당에 그들을 쫓아낼 수는 없었다. 내 점잖은 성격이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들어와.”

나는 짧게 말했다.

유신우는 나를 힐끔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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