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은 그녀를 발견했지만, 딱히 좋은 표정을 지어주지 않았다.“돌아올 줄은 아는구나.”옆에 있던 이상윤은 웃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나은아, 왔어?”유나은은 이상윤을 보자마자 아까의 일이 떠올랐다. 집사는 그에게 오늘의 이상윤은 정상이라고 했다. 그럼 대체 이상윤은 왜 그랬던 것일까? 게다가 방금 그 모습은 정말로 정상 같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생각을 지우고 이상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단정한 모습으로 이동건의 말에 대답했다.“오늘 할아버지께 잘못을 인정하고자 왔습니다.”그녀의 말에 이동건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흥,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아는구나.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게 아니었어.”유나은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저를 힘들게 키우셨으니 저는 앞으로 이씨 가문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절대 다시 떠나는 일 없을 테니 그만 용서해주세요.”이 말은 유나은의 초심과 고집에 어긋나는 말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숙이며 잘못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이씨 가문의 담장은 너무도 높았고 하찮은 그녀의 날개론 날아 넘을 수 없었다.이동건은 그런 그녀의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어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그래, 그럼 네게 한 가지 일을 맡기지.”그 말을 들은 유나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집사가 들어오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곧이어 이동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녀가 느낀 불길한 예감을 적중했다......유나은이 이씨 가문 본가에서 나왔을 때는 점심이었다.이동건은 그녀에게 짐을 정리하라고 했다. 그리곤 차를 대기시켜 그녀를 서화 아파트로 데려다주었다.주승아의 연락을 받은 유나은은 이동건이 대기시킨 차를 거절했다.몇 분 뒤, 그녀는 주승아의 차에 올라탔다.“나은아,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빨간불이 켜지고 주승아는 브레이크를 밟았다.“혹시 할아버지한테 욕을 들은 거야?”유나은은 솔직하게 말했다.“이번은 아니고 지난번에.”주승아는 핸들에 손을 올렸다.“지난번에는 아마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고 욕했
집으로 돌아온 후, 유나은은 캐리어에 짐을 챙겨 넣었다.옆에 서 있던 주승아는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나은아...”“오는 내내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있었잖아. 그냥 해. 괜찮아.”유나은은 굳이 주승아를 보지 않아도 할 말이 아주 많지만 고통스럽게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집으로 오는 길에 그녀는 이동건이 제안한 것을 주승아에게 전부 말해주었다. 주승아는 그녀의 말에 바로 도로 한가운데서 브레이크를 밟았다.뒤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에 교통경찰이 다가왔고 결국 두 사람을 따끔하게 혼낸 뒤에야 가라고 했다. 아주 창피했다.“나은아, 너 정말로 스완 시티로 갈 거야?”주승아는 당사자인 유나은보다 더 초조했다.이동건이 제안한 것은 바로 이상윤과 함께 스완 시티에 갔다가 오라는 것이었다.너무도 무서운 제안이었다.이상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악마였기 때문이었다.유나은은 드레스룸에서 대충 옷 두 벌을 꺼내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이씨 가문에선 나한테 거절할 여지를 주지 않았어. 그러니까 난 반드시 가야 해.”마음 급해진 주승아는 유나은을 따라 들어왔다.“하지만 네 새아빠는 자주 발작을 일으키잖아. 정말로 둘이 같이 스완 시티로 갔다가 발작을 일으켜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 너 설마 그동안 그 새아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잊은 거...”“그만 말해.”유나은은 말허리를 자르면서 입술을 틀어 물었다.그러나 주승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수능 전날에 네 엄마는 조금 쉬게 해준다는 이유로 널 데리고 호숫가로 놀러 가셨지. 그런데 거기 가서 너한테 신경조차 안 쓰셔서 네 새아빠가 널 배에서 밀어버렸잖아. 그날 후로 고열에 시달려서 하마터면 수능 포기할 뻔했었지.”그날의 기억은 영원히 유나은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고 트라우마로 남기도 했다.“그리고 또. 네 새아빠는 갑자기 하이에나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네가 하이에나는 아주 무서운 동물이라고, 일반인은 사육할 수 없다고 말했었는데 굳이 하이에나를 어디서 입
유나은은 주승아의 손을 떼면서 말했다.“승아야, 너는 내가 아니잖아.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 난 이대로 도망치면 안 돼.”도망치는 건 둘째 치고 그녀가 떠나면 김준희는 이동건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여하간에 김준희는 그녀의 엄마였으니 그렇게 혼자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었다.“됐어.”더 이야기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안 주승아는 벽에 기대어 섰다.“내 도움이 필요 없다고 했으니까 그럼 난 네가 무사히 스완 시티로 갔다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네.”유나은은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응, 그럴 거야.”주승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스완 시티에서 돌아오고 나면 내 외삼촌이랑 자리를 만들어 줄게.”유나은은 지난번에 이연준이 자신에게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행여나 손지태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지게 될까 봐 걱정된 그녀는 주승아에게 말했다.“그건 괜찮아. 자리 안 만들어줘도 돼. 네 외삼촌이랑 잘 안 맞는 거 같았거든.”주승아는 바로 대꾸했다.“뭐? 왜? 지난번에 분명 우리 외삼촌이 좋다고 했잖아.”유나은은 그럴싸한 핑계를 댔다.“나 같은 집안에서 사는 사람이랑 연애하면 많이 힘드시게 될 거야.”그러나 주승아는 그녀와 생각이 다른 듯했다.“나은아, 그런 이유로 포기해서는 안 돼. 그러면 다가온 운명의 상대도 잃게 될 거야.”‘운명의 상대?'유나은은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 같은 사람에게 정말로 운명의 상대가 있을지 말이다.다만 주승아는 호의였고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에 한 말이었기에 유나은은 더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무사히 스완 시티에서 돌아온 뒤 다시 이야기를 꺼내 보기로 했다.이틀 후 아침.서화 아파트 앞엔 호화로운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유나은은 캐리어를 끌고 나오자 경호원이 다가갔다.“유나은 씨, 짐을 제게 주시면 됩니다.”유나은은 바로 캐리어를 경호원에게 건넸다.차 자동문이 서서히 열리고 김준희가 내렸다. 그러나 유나은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을 차 안에 있던 이
유나은은 이번에 혼자 이상윤을 따라가는 것인 줄 알았지만, 이원우도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방금 내가 한 말 듣긴 한 거니?”김준희는 언짢은 어투로 말했다. 그녀는 유나은의 무관심한 태도를 아주 싫어했다.“할아버지가 시키신 일은 제가 다 알아서 잘 해낼 거고 그 외의 일은 저랑 상관없어요.”유나은은 분명한 태도로 말하며 김준희가 하고 있는 생각을 없애보려고 했다.김준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유나은을 밀치며 말했다.“나은아, 아닌 척 그만해. 내가 모를 거로 생각했니?”유나은은 비틀거렸다.이때 경호원이 다가와 말했다.“유나은 씨, 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유나은은 고개를 들어 경호원을 보았다. 방금 캐리어를 건넬 때 자세히 보진 못했다. 지금 보니 어딘가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내 말 명심하고 얼른 차에 타.”김준희는 제 분수를 잘 알고 있었고 할 말을 다 했으니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유나은이 차에 올라타자 이상윤은 품속에 꼬옥 끌어안고 있던 갓 구운 빵을 그녀에게 내밀었다.“나은아, 얼른 먹어. 아직도 따끈따끈해.”유나은은 이상윤이 주는 빵을 받았다. 먹기 싫어도 말이다.“고맙습니다, 아저씨.”“나한테 그런 인사는 안 해도 돼.”이상윤은 어투는 아주 다정했다.“나도 알아. 이번에 나랑 함께 스완 시티로 가게 되어서 많이 속상하지.”유나은은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이상윤을 보았다.이상윤은 손을 뻗어 유나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유나은은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피해버렸고 이상윤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에 남게 되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거두었다.“네가 날 무서워하는 건 당연해. 내가 예전에 아팠을 때 널 많이 다치게 했으니까.”유나은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아저씨. 다 지나간 일인데요. 그리고 아저씨 지금 많이 좋아지셨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좋아지실 거예요.”이상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그러길 바라야지.”어느덧 도착한 공항
유나은은 요 이틀 구역질이 심하고 생리도 8일이나 미뤘다.보름 전, 그 남자가 스완 시티에서 돌아온 그 날 밤, 너무 성급하고 사납게 몰아붙여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무래도 잘못 걸린 듯싶었다.병원 동료들이 입방정이다 보니 유나은은 퇴근 후 일부러 길을 에돌아 밖에 있는 약국에 가서 임테기를 구입했다.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결과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 유나은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런데 하필 이때 밖에 놓아뒀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우우웅...유나은은 가슴이 움찔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은 채 머리를 숙이고 임테기 결과만 기다렸다.임신 테스트는 5분 뒤의 결과가 가장 정확하다. 유나은은 시계를 들여다봤는데 아직 2분이 더 남아있었다. 확실히 그녀가 조급한 듯싶었다.그 시각, 밖에 있는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시끄러운 벨 소리와 진동음 때문에 그녀는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혹여나 중요한 일일까 봐 걱정된 그녀는 결국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유나은은 발신자 번호를 본 순간 거부감이 들어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상대는 받을 때까지 걸어올 기세였다. 그녀는 마지못해 전화를 받고 수척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전화기 너머로 김준희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은아, 네 아저씨 또 병이 도졌어. 날 유리로 찌르고 불을 달려고 해. 피가... 몸에 피가 너무 많이 나. 나 너무 아파... 얼른 도곡 별장으로 돌아와...”유나은은 순간 휴대폰을 꽉 잡았다.“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서 숨어요. 나 금방...”‘돌아갈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제로 통화가 종료됐다.전화가 끊기면서 유나은은 처참한 비명을 똑똑히 들었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모든 걸 제쳐두고 슬리퍼도 못 갈아신고 허겁지겁 문밖을 나섰다.그녀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세면대 위의 임테기에 결과가 나왔다....도곡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꽤 멀었다.유나은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어둠이 드리워지고 하늘에서
유나은은 의기소침해서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김준희는 전혀 본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물며 두 사람 잠도 잤겠다. 이 3년 동안 너 정말 아무것도 건지고 싶지 않아? 명분은 있어야 할 거 아니야?”“엄마!”유나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만 해요.”하지만 김준희는 진작 마련한 옷을 그녀의 손에 쑤셔 넣었다.“원우 3층 침실에서 쉬고 있을 거야. 내가 다 시간 재서 널 돌아오라고 한 거야. 이때쯤이면 아무도 없을 테니 얼른 올라가 봐.”유나은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한없이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몇 년 동안 그녀는 줄곧 반복해서 생각했다. 만약 그날 밤 그 차를 엄마가 직접 그녀에게 준 게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토록 엄마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적을지라도 그 마음을 의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일말의 의심도 없었겠지...유나은은 시린 마음을 추스르며 옷을 돌려주었다.“나 안 가요. 엄마도 이만 마음 접어요. 그리고, 한두 번 속지 다음엔 절대 이런 수법 안 통해요. 혼자 생각 잘 해봐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이젠 더 이상 엄마에게 휘둘리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다만 문밖에 나서기도 전에 김준희의 협박이 들려왔다.“나은아, 어떤 일은 3년이 지났지만 나한테는 평생 넘어갈 수 없단다. 마침 원우도 왔겠다, 공개적으로 말할 때도 됐겠네.”유나은은 사지가 굳어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김준희의 협박은 유나은의 머리 위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았다.몸도 마음도 한없이 차가워졌다.김준희가 쓴웃음을 지으며 경고했다.“갈지 말지 잘 생각해봐.”유나은은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았지만 끝내 그녀의 요구에 응했다.“알았어요. 갈게요.”곧이어 명령대로 안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김준희는 가슴이 파인 벨벳 드레스를 준비했는데 너무 깊게 파여서 지퍼를 잠그니 가슴이 노출될 지경이었다. 다행히 아직 초봄이라 드레스에 니트 케이프를 매치해 겨우 바람을 막
유나은은 그날 밤을 영원히 기억한다.김준희는 원래 그녀를 이원우의 방에 들여놓고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후 공개적으로 이원우를 협박해 유나은과 결혼시킬 예정이었다.하지만 정작 그녀는 딸아이를 다른 방으로 잘못 보냈다. 이원우의 방에 들어가야 할 유나은은 이연준의 방으로 보내지고 말았다.다음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이연준이 자신을 쳐다보던 그 싸늘한 눈빛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이연준은 그녀에게 의도가 뭐냐고 물었고 착잡해진 유나은은 거짓말을 둘러대고 말았다. 이원우을 좋아하는데 방을 잘못 들어왔으니 이연준더러 한 번만 너그럽게 봐달라고 했다.이연준은 야유 섞인 말투로 그녀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모녀가 쌍으로 난리네. 한 명은 신분 상승하려고 정신질환자에게 시집오질 않나, 또 한 명은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스스로 천하게 굴지를 않나.”유나은은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제발 너그럽게 봐줘요 삼촌...”이연준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빈말로 어떻게 너그럽게 봐주겠어? 성의를 보여야지.”유나은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이연준은 옷을 챙기고 자리를 떠났다.“앞으로 내가 부르면 바로 달려와. 내가 질린다고 할 때까지. 안 오면 뒷감당은 혼자 하도록.”유나은은 확실히 어떤 결과가 차려질지 잘 안다.그녀는 반항할 여력이 없었고 그렇게 3년 동안 이연준과 불분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한편 이원우는 다음날 출국했다고 들었는데 김준희가 사람을 붙잡지 못하니 소란을 피울 수가 없어 모든 게 일단락됐다.웃기는 건 김준희가 아직도 그날 밤 유나은과 잔 사람이 이원우라고 착각하고 있다...이연준은 지금 이 시각 유나은의 앞에 보란 듯이 서 있었다. 그의 정장 바지는 구김 하나 없이 깔끔하고 정갈했다.그는 귀한 몸을 움츠리고 앉아 유나은의 턱을 잡고서 자세히 훑어봤다.“꽤 신경 썼나 봐.”유나은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이연준이 그녀의 턱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고통이 밀려왔다.“속내가 너무 드러나면 오히려 상대의 흥미를 잃게 하지.”유나은의 눈
‘망했다.’어제 너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임테기 결과도 못 본 채 그대로 내버려 두고 뛰쳐나왔다.유나은은 어떻게 주승아에게 합리한 설명을 할지 고민했다. 둘은 더없이 친한 사이지만 그녀와 이연준의 일은 아무한테도 알려선 안 되기에 주승아는 줄곧 그녀가 솔로인 줄 안다.“승아야, 그 임테기는...”유나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승아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심지어 두 줄이야.”‘뭐? 두 줄이라니?!’유나은은 충격에 휩싸였다.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고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맴돌았다.그녀가 정말 임신한 걸까?아니, 어쩌면 주승아가 잘못 봤을지도 모른다.유나은은 너무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요행을 바라며 휴대폰을 꽉 쥔 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되물었다.“승아야, 너 제대로 본 거 맞아? 두 줄 확실해?”주승아는 가슴 찔린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모르겠다니?”유나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른 한 줄이 그다지 선명하지 않아서 그래?”주승아가 해명했다.“아까 화장실 들어왔다가 세면대에 임테기가 있는 줄 모르고 그만 세면대 안에 떨어트렸어. 이 안에 물이 그대로 있어서 임테기도 젖었거든.”물에 젖었다는 말에 유나은은 더욱 혼란스러웠다.세면대에 담긴 물은 핸드워시가 섞여 있어 임테기의 두 줄이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려워졌으니까.똑똑.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유나은은 정신을 가다듬고 주승아에게 말했다.“승아야, 임테기에 관한 일은 내가 나중에 다시 설명할게. 누가 왔어. 할아버지께서 찾으시는 것 같아.”“그래, 일 봐.”주승아도 그녀가 감히 이동건을 지체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도곡 별장에서 나올 때 잊지 말고 전화해. 내가 데리러 갈게.”“알았어.”통화를 마친 후 유나은은 슬리퍼를 신고 외투를 걸치면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집사인 줄 알았는데 상대는 정작 김준희였다.“엄마.”유나은이 입을 열었다.김준희는 안색이 어두웠지만 그녀를 질책하지 않고 되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