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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아침 일찍 깨어나 보니 천도준은 보이지 않았다.

임설아는 피곤한 몸을 일으키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이불을 몸에 감쌌다.

어젯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갑자기 쪽지 한 장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너...... 요가 배웠어?”

천도준은 이미 떠나갔지만 쪽지를 보노라니 왠지 놀림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임설아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였지만 화를 분출할 곳이 없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도 하나 있다.

천도준이 이런 쪽지를 썼다는 건, 어제 일에 대해 용서했다는 것이 아닐까?

바로 이때, 오남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설아야. 나 어제 롤 완전 날아다녔잖아. 진짜 레전드 찍었어.”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오남준의 흥분된 목소리에 임설아는 미칠 것만 같았다.

어젯밤 임설아는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었건만, 이 물건은 게임에서 이겼다고 떠들어대다니?

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오남준,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유치해? 예물은 준비했어? 언제 준비할래? 도대체 나와 결혼할 거야 말 거야?”

임설아가 뜬금없이 화를 내자 오남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급히 말했다.

“설아야, 화내지 마. 돈 마련하는 중이야. 이 모든 게 천도준 그 자식 때문이야. 얼마 안 걸려. 조금만 기다려 줘.”

천도준?

임설아는 움찔했다.

어젯밤 그 남자가 천도준인데?

임설아가 물었다.

“천도준이 누구야? 돈 많아?”

“돈 많기는 개뿔!”

오남준은 욕설을 내뱉었다.

“내 매형인데 완전 궁상맞아. 우리 누나 그 자식과 결혼하고 월셋집에서 살았잖아. 그 자식에게 돈만 많았더라면 일이 쉽게 풀렸을 텐데.”

임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남준이 말하는 천도준은 절대 자형화 카드를 소유한 천도준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설아야. 조금만 기다려 줘. 우리 부모님과 누나가 돈 마련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전화기 너머의 오남준은 천도준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쓰레기 같은 매형, 아니 전 매형만 아니었으면 우리 이미 결혼식 올렸을지도 몰라.”

“그 사람과 무슨 상관이야?”

임설아는 의아했다.

“우리 누나와 결혼했으니 내 매형이잖아. 이 동생이 결혼한다는데 그까짓 것도 못 도와줘? 거의 죽어가는 엄마한테 돈을 갉아먹으면서 날 도와주기는커녕 우리 누나와 이혼했잖아. 그러니까 쓰레기지.”

임설아는 똥을 밟은 것처럼 기분이 더러워져 짜증스럽게 말했다.

“됐어. 어젯밤 야근했더니 피곤해. 잘 거야.”

말을 끝낸 그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로부터 일주일간, 천도준은 병원과 월셋집을 번갈아 가며 어머니를 돌봤다.

긴이식 수술을 마친 뒤, 그의 어머니의 건강도 꾸준히 회복되었고 장민호는 천도준에게 지금 상태로 보았을 때 곧 퇴원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임설아의 일에 대하여 천도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 밤의 일은 단지 한 순간에 욱한 심정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만약 오남준을 우연히 만나지 않았더라면, 게다가 오남준이 그런 얄미운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임설아를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날 아침.

밤새 어머니를 간호하고 집에 돌아가 휴식하려고 병원을 나서는 그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천도준, 너 대체 어디야?”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직장 상사 이대광이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천도준은 일주일간 휴가를 신청했는데 요즘 일이 많다 보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미안해요, 팀장님. 어머니가 입원했어요.”

천도준이 대답했다.

“죽었어? 그래서 네 엄마 이젠 죽었어? 안 죽었으면 당장 회사로 튀어 와!”

이대광이 으르렁거렸다.

“미친놈이 일주일 휴가 신청해 놓고 나 혼자 빡세게 일했잖아. 매일 네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힘드니까 당장 튀어와서 네가 할 일부터 완성해!”

뚜!

말을 끝낸 이대광은 제멋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뒤치다꺼리? 대체 누가 누구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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