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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천도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천도준은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학창 시절 성적이 뛰어났던 천도준은 해외로 갈 기회가 있었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건설 기업에 입사하였는데 불과 3년 만에 관리층으로 승진해 부장이 되었다.

만약 직속 상사가 이대광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 더 높이 올라갔을 것이다.

이대광이 천도준의 능력을 감출 수 있었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기업 오너의 처남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무능하고 여자만 밝히는 이대광이 대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이유이다.

요 몇 년 동안 회사의 크고 작은 일 중 그가 처리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대광이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결정한 사안들과 사고들은 모두 천도준이 뒤에서 해결해 주었다.

더 웃긴 것은 본사 회장은 이대광의 ‘능력’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전부 천도준이 혼나고 천도준이 해결했다. 하여 사람들은 그를 ‘해결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도 부장의 월급이 꽤 높은 편이고 그는 어머니와 오남미 일가를 보살펴야 했기에 하는 수 없이 계속 이 회사로 출근했었다.

천도준은 주머니에서 자형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내 눈빛이 반짝이더니 차갑게 웃으며 혼잣말했다.

“이 카드에 적어도 이천억이 있다고 했지? 비록 돈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혐오스럽지만 돈이 있으니 확실히 자신감도 생기고 선택지도 많아지네.”

정태건설.

천도준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이대광은 그를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닫히고 이대광은 어두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두 발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시가에 불을 붙였다.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워낙 비흡연자라 담배 연기도 싫어한다.

“내가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너 영영 안 돌아올 셈이었어?”

이대광은 연기를 내뿜으며 차갑게 웃더니 머리카락이라곤 몇 가닥뿐인 정수리를 쓱쓱 만지며 물었다.

“아니요. 엄마가 병원에 계셔서 제가 좀 바빴어요.”

천도준이 말했다.

이대광은 아직 40대 중반이지만 너무 여색을 가까이하다 보니 몸이 많이 허했다. 하여 젊은 나이에 대머리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영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허허!”

이대광은 차갑게 웃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천도준, 네가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네 엄마는 이미 회복 불가야. 지난 2년 동안 네 집안에서 발생한 일을 내가 좀 아는데 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보내드리고 너도 열심히 일이나 해.”

순간 천도준의 눈동자는 날카롭게 변했지만 애써 화를 참으며 말했다.

“급히 부르더니 무슨 일 생겼어요?”

툭!

이대광은 서류를 테이블에 던지며 덤덤하게 말했다.

“오늘 오후 우리 매형이 시찰하러 온다네. 이건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 계약서야. 젠장, 네가 해야 할 일을 내가 했으니까 이런 사달이 났잖아! 그년이 술을 어찌나 잘 마시는지. 내가 아주 꽐라가 돼서 밤새도록 시달리다가 결국 이런 비싼 계약에 서명했어.”

천도준은 계약서를 보지 않았다.

이런 일은 한두 번 발생한 게 아니다.

술 몇 잔만 들어가면 회사를 내놓으라 해도 아마 서명했을 것이다.

천도준이 아무 반응도 없자 이대광은 다리를 내려놓고 똑바로 앉았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고 있지?”

“또 나한테 뒤집어씌우게요?”

천도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하게 말했다.

쿵!

이대광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치며 버럭 화를 냈다.

“뭔 개소리야? 뒤집어씌우다니? 이것도 널 추켜세우는 거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줄 알아? 사람이 말이야,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지. 졸업한 지 3년밖에 안 된 네가 내가 없었더라면 지금 부장의 자리에 앉을 수나 있었겠어?”

천도준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

이대광이 없었더라면 그의 능력으로 이미 대표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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