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주변 환경과 전혀 동등하지 않은 격투 조건에, 아무리 그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침착해... 침착해야 해..."천도준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이면서 이빨로 혀끝을 깨물었다.지난번과 같은 방법을 취했으나,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금이 간 왼쪽 팔뼈와 가슴 쪽 상처 때문에 그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지옥의 악귀가 제자리에 선 채 귀에 거슬리게 "헤헤"거리며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그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악귀가 사람을 죽일 때는 먼저 차츰차츰 사람을 핍박해 궁지에 몰리게 한 뒤,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존 씨, 안 말려요?"울프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옥의 악귀가 무기를 어디에 숨겼는지 의아해했지만, 천도준의 가슴에 난 상처가 이미 존의 말을 증명했다.한쪽은 맨주먹이지만 다른 한쪽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이런 격투가 철장 안에서 벌어진다면 완전히 죽을 판국이었다.그러나 코웃음치는 존의 모습에 울프가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죽음과 가깝게 지내야만 죽음의 참뜻을 깨달을 수 있어.”울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존을 노려보았다. 천도준이 존에게 말하는 말투로 보건대 두 사람은 분명 고용자와 고용인 관계였다.‘고용인이 고용자에게... 이런 태도를 보인다고?’존이 천천히 몸을 돌려 울프를 흘겨보며 문득 물었다."당신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어?"존의 시선을 받게 된 울프는 문득 맹수랑 마주한 듯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죽여봤어.""몇이나?""세 명."존이 하찮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나는 삼백 명 넘게 죽여봤어!"콰쾅!울프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존은 오히려 깊은 눈빛으로 철장 안의 천도준을 바라보며, 마치 혼잣말을 하는 듯하면서도 울프에게 들려주는 듯 말했다."지옥에 가보지 않고 어찌 상대를 지옥으로 보낼 수 있겠어? 당신이랑 나는 달라!"철장 안에서는 여전히 싸우는 중
귀청이 터질 듯한 함성에 눈 부신 불빛.죽음의 위협을 느끼는 이 순간, 천도준은 더없이 마음이 평온했다.그는 제자리에 멈춰선 채 맞은편에 있는 지옥의 악귀를 주시하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는 꿀단지에 파묻혀 자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대부분 사람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며 자랐다.‘생사는 한순간에 결정돼.’‘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고통스러워.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하니까.’‘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본능이야.’‘그러나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경험해 보면 누구나 죽음을 마주할 용기가 있어.’"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래서는 안 되는 거야...."지옥 악귀의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은 뒤,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으로 우승자인 자신의 우월감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천도준이 보인 반응은 그를 당황하게 했다.쉭!그가 오른손을 떨자, 섬뜩한 비수가 다시 반지에서 튀어 나왔다."죽어!"지옥의 악귀가 이를 갈며 낮게 외치더니 갑자기 천도준에게 달려들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비수를 숨기면서 공격했었다.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비수를 불빛 아래 드러나게 한 채 공격했기에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너, 당황했네."천도준이 빙그레 웃었다.나지막한 속삭임이 지옥 악귀의 귓가에 닿자,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렸다지옥의 악귀가 한눈을 판 이 순간, 천도준이 갑자기 움직였다.그가 몸을 휙 움직여 자기를 찔러 들어오는 반지에 달린 비수를 재빨리 피하더니, 오른손 손날로 지옥 악귀의 목을 재빨리 공격했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지옥 악귀의 목구멍에서 나지막한 비명이 흘러나왔다.풀썩!지옥 악귀가 바닥에 쓰러졌다.어둠 속에서 들려오던 귀청이 떨어질 듯한 함성이 뚝 그쳤다.수많은 시선이 바늘처럼 천도준에게 꽂혔다."휴...."천도준은 한숨을 내쉬더니 바닥에 쓰러진 지옥 악귀는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곧바로 몸을 돌려 철장 문 쪽으로 다가갔다.손날에
그가 코웃음치며 말했다."당신은 네 살 난 아이가 섣달그믐날 밤에 사람들이 다 모여 설을 쇨 때, 눈보라를 무릅쓰고 집집이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리면서 어머니를 살릴 수 있게 돈 좀 줄 수 있냐고 비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그들은 나중에 잡종이라고 비웃으며 돈을 조금 쥐여줬고, 그 돈으로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죠.”"당신은 서른밖에 안 된 어머니가 머리가 다 샌 채 각종 억울한 일을 당하며 온갖 욕설과 구타를 참아가면서 단지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반평생을 고생한 것을 본 적이 있어요?"천천히 고개를 돌린 천도준은 이미 두 눈이 빨개져 있었다.그는 존을 멍하니 쳐다보며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본 적이 있어요.... 이십여 년이나!"존이 입술을 우물거리며 무슨 말인가 하려 하자, 천도준이 얼굴을 문지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나는 당신이 죽은 사람들 속에서 기어 나온 것을 알지만, 당신은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지 못하죠. 당신은 나를 지옥에 다녀오게 하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죽는 것보다도 못한 지옥에 이십 여 년 동안 갇혀 살았다는 것을 알지 못하죠.""미안해요...."존은 천도준의 가슴 아픈 일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고 급히 사과했다.그 말에 천도준이 손을 저으며 웃기 시작했다.그는 이 순간, 더 이상 조금 전의 무력하고도 기죽은 모습이 아니라, 밝고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나는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요. 포기가 무엇인지도 몰라요. 어릴 때부터 줄곧 이렇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갈 거예요."천도준은 이렇게 말하면서 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웃었다."고마워요. 잘 생각해 보니, 조금 전에 당신이 손을 썼다면 나는 더 강해질 수 없었을 거예요."그 뒤의 며칠 동안 천도준은 줄곧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지하 격투장에서의 일전으로 그는 매우 심하게 다쳤다.참 다행스럽게도 용정 화원의 예매 당일에 모든 집이 팔린 상태라, 그 후속 저리는 마영석이 책임지고 하면 되었다.두 번째 매물의 예매
이난희가 입원해 있는 동안 천도준은 자기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것과 생면부지의 아버지가 그를 찾아온 일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그는 이십여 년 동안 자식을 버리고 가족을 떠난 그 사람을 언급했다가 어머니가 충격받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러나 오늘 이 일도 어머니에게 말해줘야 했다.고청하가 서프라이즈라고 말하자, 이난희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짐 정리를 마치고 퇴원 수속을 마친 뒤, 천도준을 포함한 다섯 명은 차 두 대를 나눠 타고 함께 천문동 별장 구역으로 달렸다.가는 길 내내 고청하와 박유리가 함께 해, 이난희의 기분도 아주 좋아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천도준은 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을 어떻게 어머니에게 말해줘야 할지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차가 천문동 산기슭에 오르기 시작하자 이난희의 얼굴에 번진 웃음이 놀라움으로 변했다."도준아, 새집이 천문동에 있었어?"천문동 별장 구역은 이 도시에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천도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난희가 충격받은 얼굴로 조금 창백해 보이는 입술을 달싹거렸다.그러나 결국 그녀는 말을 참았고 더 캐묻지 않았다.다만 산을 오르는 내내 이난희는 줄곧 믿기지 않는 얼굴을 했다. 차창 밖의 아름다운 경치와 새집이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 꿈꾸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집안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천도준이 비록 정태건설의 부대표로 지내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지만, 모든 돈을 그녀의 병원비로 썼거나 오남미가 친정에 가져간 상황이었다.집에 남은 여윳돈이 정말 얼마 없었다.이번에 그녀가 간 이식수술을 받고 천도준과 오남미가 이혼하면서 이미 돈을 다 썼을 것이다.게다가 천문동 별장 구역의 집값은 매우 비쌌다.설령 천도준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해도 여기에 집을 살 수는 없었다.차가 산 중턱에 있는 저택 문 앞에 멈추고 나서 이난희가 고청하와 박유리의 부축을 받아 별장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마침내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고청하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를 흘겨봤다."이 바보."존과 박유리는 짐을 들여놓는 것을 도왔다.이난희는 넓은 거실 소파에 홀로 앉아 눈물을 머금은 채 넋을 잃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천도준과 고청하가 들어오는 것을 본 이난희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도준아, 이 집에 테라스가 있겠지? 텔레비전에서 보니 다 있던데, 엄마를 데리고 올라가 구경시켜 주면 안 돼?""아주머니, 테라스에 바람이 차요. 아주머니는...."고청하는 이난희의 몸이 걱정돼 말렸지만, 그녀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천도준이 그녀의 손바닥을 꼭 쥐며 그녀를 말렸다."그래요, 엄마."천도준은 웃으면서 이난희를 부축해 주며 옥상 테라스로 걸어 올라갔다.그는 어머니가 테라스를 구경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묻고 싶어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넓은 테라스 위.온갖 꽃이 만발한 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으며, 미풍이 솔솔 불어와 꽃향기를 날리고 있었다.천도준은 이난희를 부축해 의자에 앉혀주었다.이난희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 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조급히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엄마, 뭐 물어볼 거 있어요?"천도준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이난희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려 그의 팔을 탁 때리더니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너, 혹시 무슨 불법적인 일을 한 거 아니야?"‘엄마는 내가 불법적이 일을 해서 벼락부자가 된 줄 아네?’천도준은 흠칫 놀랐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어릴 때부터 집이 아무리 가난해도 어머니는 그에게 절대 물건을 훔치거나 남의 것을 빼앗지 말고, 자신의 노력으로 일해 모든 것을 얻어야 한다고 가르쳤다.‘집안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좋아졌으니, 엄마가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것도 정상이지.’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 엄마가 나를 가르쳤잖아요? 나는 줄곧 엄마가 한 말을 잊은 적 없는데,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그럼 이 집은 어떻게 산 거야?"이난희가 눈시울을 붉히며 주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엄마가 병이 나서 멍청해졌다고 생
한 마디 원망에 어머니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화에 그치지 않고 손찌검까지...!어머니가 매를 든 건 어릴 적 이후로 처음이었다.“다시는 그런 말 입에 올리지 말아라. 네 아버지이자 내 남편이야. 그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어!”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는 별개로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고 노여움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하지만 우리를 버렸잖아요!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러 떠났잖아요!”마음속 뿌리 깊은 원망이 숨겨지지 않았다.“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 사람이 알기나 해요? 저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셔서 병든 거, 아버지 없는 아들이 어려서부터 사생아라고 온갖 욕을 먹으면서 자란 걸 그 사람이 알기나 하냐고요!”“그 입 다물어!”이난희가 큰 소리로 꾸짖으며 가슴을 격렬하게 아래위로 들썩였다.“도준아, 네가 아직 어려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서 그래. 전엔 네가 아빠를 원망해도 엄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젠 너도 컸잖아. 네 아빠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힘든 일들을 겪은 게 아니야. 도준아, 아빠를 원망하면 안 돼.”이난희의 모습에 천도준은 매우 당황스러웠다.홧김에 태어나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 눈이 멀어 그만 어머니의 상태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엄마, 화 푸시고 숨 크게 들이쉬세요.”천도준이 다급히 그녀를 케어했다.이난희는 심호흡을 반복하며 서서히 흥분되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녀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천도준을 바라보며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난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아팠지?”가슴 아파하는 그녀의 눈빛에 천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해가 안 돼요. 엄마가 왜 그 양심을 저버린 사람을 감싸주는지.”사그라지지 않은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침묵.긴 침묵이 흘렀다.이난희는 손을 아래로 떨구며 고개를 숙였다. 추억에 잠긴 것 같기도 깊은 사색에 잠긴 것 같기도 했다.그렇게 십분이 흘렀을까.“하...”이난희가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네 아빠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이는 이미 그들의 가주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그이의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어머니의 흐느낌은 점점 격렬해졌다. 마치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싶었다.“당시 그이가 떠날 때 이수용 어르신도 함께였어, 엄마도 이수용 어르신 알아. 전에 네가 곤경에 처했을 때 어르신을 너한테 보낸 게 네 아빠의 최선이었어. 네 아빠는 언제나 마음속에 우리를 품고 있는 거야. 아니면 엄마가 목숨이 위태롭다는 걸 그이가 어떻게 알았겠어?”순간 천도준은 뭔가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그러고 보니!어머니가 가장 위태로웠던 시간에 이수용 어르신이 나타나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던 게 단지 우연의 일치라면 상황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가.그가 무일푼이었을 때 갑자기 나타난 것 역시 가히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하지만 오남미가 그에게 남은 마지막 4천만 원을 가져가기 전에도 처지가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는데...그렇게 한참이 지나고.천도준은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어서야 비로소 한숨을 토해내며 담담히 물었다.“아버지... 도대체 집안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거예요?”“그건 나도 몰라. 너한테 얘기한 게 내가 아는 전부야.”어느새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이난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천도준은 흐리멍덩해서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때 갑자기 눈동자가 번득이더니 문득 이수용 어르신을 처음 만났을 때 어르신에게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그가 어르신의 앞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토로할 때마다 어르신의 얼굴에 스치던 안타까움과 은은한 분노까지.다만 가주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그를 성장시켜 준 건 아버지에 대한 깊은 원망이었다. 이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는 크게 심호흡하며 머릿속에 뒤죽박죽이 된 생각들을 제쳐두고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요. 엄마.”이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네 아빠 원망하지 마. 아니면 엄마... 죽어서도 편하게 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 뒤로도 온 저택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밤이 깊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던 천도준은 혼자 테라스로 나와 밤바람을 쐬었다.“도련님, 무슨 걱정거리 있으십니까?”등 뒤에서 걱정스러운 존의 목소리가 들렸다.천도준은 조용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 테라스에서 아래로 굽어다 보면 천문동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존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담배 있어요?”존이 그의 옆으로 다가와 앉자 천도준이 물었다.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어 천도준에게 한 개비 건네주었다.담배를 피우지 않는 천도준이였지만 지금 이 순간 담배에 의지하고 싶어졌다.존에게서 라이터까지 건네받고 서툴게 불을 붙인 뒤 힘껏 한 모금 빨아들였다.순간 안개가 피어오르듯 매캐한 담배연기가 페로 한가득 차오르자 천도준은 눈물이 날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눈물을 글썽이며 담배를 내려다보던 천도준은 담배를 바닥에 던지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아무래도 못 피겠네요.”“그러지 말고 저한테 얘기하셔도 됩니다.”존은 그러게 왜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피우겠다고 했냐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수심이 가득한 천도준을 진작에 눈치챘던 그였다.천도준은 긴 의자에 누워 두 손을 머리 뒤에 베고서 하늘의 수많은 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제가 생각했던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맞나 싶어서요.”전에는 아버지를 처자식을 버리고 본인의 부귀영화만 추구하는 한심한 사람이라고만 여겼었다.이수용 어르신이 나타나 그의 처지를 바꿔주고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보좌해 줬던 것 역시 그에게는 하나의 거래로밖에 보이지 않았었다.가문의 경영권을 이어받게 될 거래 말이다.지금껏 일면식도 없었는 아버지에 대해 원망 외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던 그가 어머니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만약 정말로 아버지가 떠남으로써 모든 생사가 걸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그렇다면... 그때 천씨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