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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천도준은 어이가 없어 짜증을 내며 손사래를 쳤다.

“당장 가.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

“싫어요!”

임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괴상하게 웃었다.

“오지 말라고 하면 아주머니한테 천도준 씨 이혼했다고 다 까발릴래요.”

이 도시에서 살면서 그녀는 자기만의 수단을 획득했다.

그녀는 남자의 속마음을 잘 꿰뚫어 보았고 남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여 천도준에게 까이고도 이난희에게 직접 찾아왔던 것이다.

“협박인 건가?”

천도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맞아요. 협박이에요. 복수하고 싶죠?”

임설아는 매혹적인 미소를 짓더니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천도준의 가슴을 콕 찍었다.

천도준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당장 가라고 했어.”

임설아의 미소가 굳어졌다.

그녀는 천도준이 이토록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날 밤의 천도준과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워낙 총명한 임설아는 언제 물러서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천도준 씨의 이혼 사실은 아주머니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서요.”

떠나가는 임설아의 뒷모습에 천도준은 마음이 심란했다.

이난희는 천도준의 세상이다.

그러니 임설아가 절대 가까이 다가가게 해서는 안 된다.

임설아는 그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었고, 더군다나 임설아가 이난희와 가까워지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그는 이 상황을 도무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미칠 것만 같았다.

같은 시각, 오남미는 아우디 조수석에 앉아 눈시울을 붉힌 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옆에 있는 오남준은 곧 예물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없이 기뻐하고 있었다.

오남준는 오남미를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누나는 나한테 최고야. 내가 설아와 결혼할 수 있는 건 전부 누나 덕분인 거 알지?”

오남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남준의 웃음은 그녀의 심장을 칼로 베는 듯한 느낌을 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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