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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장수지의 말에 오덕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오덕화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수적인 선생이었다. 그래서 집안의 대가 끊기는 일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럽게 말했다.

“내가 친구들한테 돈 좀 빌려볼게. 어떻게든 결혼자금은 마련되지 않겠어?”

“빌리면 그 돈은 언제 갚으려고요!”

장수지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남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빨갛게 부은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건 알면서 딸을 상품처럼 가치를 매겨 파는 건 괜찮다는 말인가!

다음 날, 오덕화는 아침 일찍 돈을 빌리러 나갔다. 어젯밤 일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오랜 고민 끝에 돈을 구해보기로 한 것이다.

오남미도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눈이 잔뜩 부어 있었지만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러 갔다.

천도준과 결혼한지 3년이나 지났지만 그녀는 전업주부가 아닌 비교적 일이 수월한 회사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했다.

월급은 적지만 생활비는 천도준이 다 부담했기에 그녀가 번 돈은 거의 용돈으로 쓰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월급이 적었고 다른 수입이 없었기에 모은 돈도 별로 없었다.

오남미는 멍한 얼굴로 거리를 걸으며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또 눈물이 나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SNS를 접속해서 힘들다는 글귀를 남겼다.

곧이어 SNS에 그녀를 위로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따뜻한 말들을 보며 오남미는 조금 안정을 찾았다.

정태건설.

천도준은 SNS에서 그녀가 올린 글귀를 보고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 방안을 다시 검토했다. 오늘 밤에 공표할 내용이니 절대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 여섯 시가 되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사람들은 거실에 앉아 TV를 틀었다.

“의성그룹은 최근 언론을 통해 우리 시로 진군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룹 관계자는 상권을 개발하고 상업 단지를 건설할 계획을 밝히며 일차적으로 서천구부터 재개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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