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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고개를 든 천도준은 익숙한 환경에 놀라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처없이 걷다 보니 전에 오남미와 같이 월세를 살았던 아파트 단지 입구에 와 있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거지?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고 보니 회식 장소가 여기와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과거에 저녁을 먹고 오남미와 함께 강변을 걸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술 취한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다신 돌아갈 수 없겠네.”

천도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서던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

“천도준 씨!”

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정말 여기 살아요?”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천도준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오남미 남동생의 여자친구, 임설아였다.

지난번에 그런 일을 겪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임설아는 굉장히 반가운 얼굴을 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색 짧은 원피스에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밤바람을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 모습이 어쩜 이리도 꼴사나울까!

“무슨 일이지?”

천도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임설아는 오들오들 떨며 그의 가까이로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여자의 가슴골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거기까지!”

천도준이 싸늘하게 말했다.

“왜 그래요?”

임설아가 화들짝 놀라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개수작 그만둬.”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린 천도준이 차갑게 말했다.

임설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하고 그에게 되물었다.

“제가 뭘 어쨌다고요?”

천도준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담담히 말했다.

“다 보이니까 가릴 데 좀 가리라고.”

임설아의 뺨이 탐스럽게 붉어지더니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빴어요.”

허리를 배배 꼬고 가는 눈을 뜬 그 모습은 무언의 초대였다.

천도준은 짜증이 치밀어 뒤돌아섰다.

앞으로 성큼 다가선 임설아가 그의 손목을 잡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준 씨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요.”

“난 관심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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