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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정성 들여 준비한 촛불 만찬과 예쁘게 꾸민 여자.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고 분위기도 좋았다.

반쯤 취한 임설아는 그대로 천도준의 품을 파고들었다. 술기운 때문에 그녀의 입가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천도준의 몸에도 반응이 찾아왔다.

촛불에 비친 임설아의 몸매는 유난히 탐스럽고 매혹적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그녀가 지척으로 다가왔을 때 갑자기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린 사이는 단순한 거래일 뿐이야.”

임설아의 어깨가 움찔 떨리더니 속눈썹이 파르르 진동했다. 그녀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거래 맞아요.”

천도준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니까 난 돈을 제공하고 넌 내가 시키는 일을 하면 되는 거야. 아주 간단하지?”

말을 마친 그는 손을 뻗어 임설아를 밀어내고 자신의 계획을 말해준 뒤, 싸늘하게 자리를 떴다.

너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임설아는 아무런 응대도 할 수 없었다.

저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간 거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간다고?

사실 천도준이 임설아를 끌어들인 건 단지 어머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임설아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천도준은 절대 임설아 같은 여자를 눈에 담을 이유가 없었다.

쾅!

그녀는 홧김에 식탁을 엎어버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오늘 밤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 상실감에 그녀는 잠에 들 수 없었다.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임설아가 짜증스럽게 현관에 대고 소리쳤다.

“누구야?”

“설아 씨, 나 남준이 누나야. 할 말이 있어서 왔어.”

문밖에서 오남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설아는 짜증이 극도로 치달았다.

하지만 이내 옷을 갈아입고 지저분한 식탁을 정리한 뒤에 전등을 켜고 문을 열었다.

오남미의 부탁을 들은 임설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안 그래도 천도준이 시킨 일을 어디서부터 진행해야 할지 머리가 아팠는데 오남준 가족이 먼저 찾아와서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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