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이대광은 피식거리며 핸드폰을 소파에 던졌다.“자식, 잘난 척하는 건 여전하네? 언제까지 웃나 두고 보자.”서천구 입주민들의 난동은 그의 작품이었다.이대광에게 천도준은 여전히 과거에 그의 앞에서 납작 엎드리던 부하직원에 불과했다.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천도준이 자신의 위에서 노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게다가 지난번에 클럽 근처의 골목에서 천도준에게 맞은 것이 아직도 뼈가 아팠다.매형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도 있는데 복수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천도준에게도 조력자가 있는 걸 알지만 그 조력자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자신의 매형보다 든든할까?“오빠, 무슨 일이야?”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이대광의 품을 파고들며 물었다.이대광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의기양양하게 대꾸했다.“키우던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자기가 사람이 된 줄 알잖아. 웃기지 않아?”여자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이대광의 가슴팍에 원을 그리며 애교를 부렸다.“오빠….”이대광의 얼굴에서 싸늘한 기운이 사라지고 음흉한 미소가 피어났다.한편, 전화를 끊은 천도준은 이수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대광 혼자 한 짓이라면 그는 얼마든지 놈을 응징할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이대광의 매형에 대해서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그는 천도준의 능력을 높게 사서 3년 만에 천도준을 부장의 자리까지 올린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라면 이대광이 친 사고를 계속해서 수습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을 이 판에서 완전히 빠지게 만들어야 속 좁은 이대광이 자꾸 시비를 걸어오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번에 이수용이 단 몇 분만에 정태건설을 인수할 수 있었다는 건 둘이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컸다.잠시 후, 이수용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밤 여덟 시에 리빙턴 호텔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천도준은 흔쾌히 나가겠다고 했지만 사실 속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옛 상사가 이 도시에서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다. 이수용이 중간에 끼지 않았더라면 그는 혼자서 상사를 만날 기회조차 주
전에 파출 업체 사장에게도 얘기한 적 있는 내용이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전하는 건 다른 의미였다.“이 조건을 수락할 수 있다면 나는 OK입니다.”“할게요.”박유리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원했던 금액은 350만원이었다. 하지만 천도준은 통 크게 50만을 더 얹어서 주었고 나이 든 어머니를 보살피는 일은 그렇게 강도가 높은 일도 아니었다. 박유리 입장에서는 이게 웬 떡인가 싶기도 했다.고용 계약서를 작성한 뒤, 천도준은 박유리를 데리고 이율 병원으로 향했다.택시에 오른 박유리는 묘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바라봤다.“뭐 궁금한 게 있어요?”천도준이 물었다.박유리가 움찔하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정말 외람된 질문인 걸 알지만 400만원이나 주고 간병인을 고용하는 분이 자차가 없다는 게 신기해서요.”천도준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가 부자가 된지도 이제 2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이식수술이 끝난 뒤에는 서천구 재개발 사업에 정력을 쏟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일하다 보니 바빠서 차를 사러 갈 시간이 없었어요.”그는 솔직하게 대답하며 화제를 돌렸다.“전에 공사 현장에서 일한 적 있어요?”“네.”박유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그걸 어떻게 아셨어요?”사실 천도준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박유리는 외모 조건이 어디 뒤떨어지는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직 격투기 프로 선수였던 그녀가 왜 하필 간병인이나 공사 현장 같은 험한 일을 찾아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손에 굳은살이 많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박유리가 씁쓸한 얼굴로 손을 가렸다.아직 이십 대 후반밖에 되지 않은 그녀는 대체 어떤 삶을 경험하고 살았던 걸까?“공사 현장에서 막일을 했어요?”천도준이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죠. 철심 박는 일을 했어요.”박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천도준은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가 딱 원하던 간병인이었다.병원에
손님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이대광이 눈을 반짝이며 다급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매형이 이런 장소에 자신을 데리고 왔다는 건 자신을 이끌어줄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자부감이 들었다.어떤 귀한 손님인지는 모르지만 이분의 마음을 사면 앞으로 꽃길만 열릴 것이다.‘천도준, 난 매형 도움을 얻어 더 위로 올라갈 거야. 네가 인수한 정태건설? 곧 내 손에 무너지게 될 거야!’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별실로 들어온 두 사람을 본 그는 머릿속이 온통 하얘지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입가에 미소가 사라지고 험악하게 인상이 일그러졌다.“천 부장, 너 여기가 어디라고!”경악한 이대광의 목소리가 별실에 메아리쳤다.“이대광, 이게 무슨 실례야!”매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천도준에게 상석을 양보하며 양해를 구했다.“처남이 실례를 범했네요. 죄송합니다. 어르신, 천 대표, 이쪽으로 앉으시죠.”“매형, 이건….”이대광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매형이 말했던 귀한 손님이 천도준일 줄이야!“우리 이 대표님이 많이 놀란 것 같네요.”천도준이 이대광의 앞으로 다가오며 빙그레 웃었다.이대광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지만 매형의 싸늘한 눈빛에 결국 울분을 참고 자리에 앉았다.고개를 돌리자 과거 자신의 밑에서 개처럼 기던 부하직원이 매형의 극진한 접대를 받고 있었다.자존심이 상하고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더 원통이 터지는 건, 매형은 자신을 끌어준다고 해놓고 천도준 접대 자리에 자신을 끌고 나왔다는 점이었다.“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중년 남자가 한심한 얼굴로 이대광을 바라보며 불만을 토했다.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애초에 이수용이 천도준을 위해 정태건설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단 1초의 주저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수용이 가진 힘이 컸기 때문이었다. 정태건설이 어떻게 되든 그건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어차피 그 건설사는 동생 좀 키워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받
주건희는 호탕하게 웃으며 둘에게 자리를 권했다.원래대로라면 가장 연장자인 이수용이 상석에 앉아야 하지만 어쩐 일인지, 노인은 상석을 비워두고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천도준에게 상석을 권했다.그 모습을 본 주 회장마저도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다시 천도준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담겨 있었다.자리에 앉은 뒤, 주건희는 싸늘한 시선으로 이대광을 바라보며 말했다.“처남, 아까 내가 했던 말 잊지 않았지?”이대광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가 천도준을 극진히 모신다? 그건 자존심 상 절대 불가능했다.집에서도 자기 멋대로 하면서 자란 그는 매형의 근엄한 모습에도 전혀 겁먹지 않았다.“뭐를요? 설마 나한테 옛 부하직원에게 술이라도 따르라는 겁니까? 전에 내가 정태 대표로 있을 때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애송이였다고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별실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주건희는 눈을 부릅뜨고 씩씩거리며 처남을 노려보았다.쾅!그리고 힘껏 테이블을 치며 이를 갈았다.“이대광, 그 말 다시 한번 해봐. 나 네 매형이야.”이대광은 여전히 목을 뻣뻣하게 쳐들고 소리쳤다.“그래서요? 내가 당장 누나한테 전화하면 쩔쩔맬 거면서!”주건희는 순간 울컥하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외부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추앙 받는 그였지만 집에서는 마누라 눈치만 보며 사는 평범한 남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남자는 당연히 여자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와이프의 동생인 이대광도 누나 덕분에 회사에서 40살까지 놀고 먹었다.처남을 이 자리까지 데리고 나와서 직접 사과를 하게 하려는 것도 결국엔 처남을 위한 일이었다.이수용은 그가 커버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눈치 없는 이대광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천도준은 담담한 얼굴로 상석에 앉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대광의 반응은 그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하지만 잔뜩 화가 난 주건희를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주 회장 와이프도 친정 식구들만 챙
“악!”이대광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피범벅이 된 그가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주건희를 바라봤다.“지금 날 쳤어? 당장 누나한테 알릴 거야!”“네가 한 짓을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내가 널 죽여도 할 말이 없어!”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주건희는 이대광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어르신에게 무례를 범하고도 무사히 살아남을 줄 알았어? 누나한테 이를 거면 지금 해! 당장 돌아가서 네 누나랑 이혼할 거니까!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넌 어르신이랑 천 대표한테 사과해야 해!”싸늘한 목소리에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이대광은 경악한 얼굴로 매형을 바라보았다. 주건희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한 그는 그제야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가 믿는 구석은 동생을 누구보다 아끼는 누나였다.그 누나를 믿고 당연하게 매형네 회사에서 게으름 부리면서 월급을 축냈고 주건희도 그런 그를 곱게 보지는 않았지만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주건희가 누나와 이혼을 결심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지금의 안락한 생활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대광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그는 개처럼 기어서 주건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매형,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이혼만은 안 돼요.”주건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처남을 내려다봤다.상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웠고 그렇게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가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왔다.그렇다고 그가 우유부단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이대광에게 말했다.“당장 천 대표랑 어르신께 사과 드려!”말을 마친 그는 다른 술병을 들어 바닥에 던졌다.유리파편이 사방으로 튕기는 소리에 놀란 이대광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천도준과 이수용을 바라보다가 기어서 그들의 앞까지 갔다.“천 대표, 내가 미안했어. 전에 같이 일했던 정을 생각해서 이번 한 번만 조용히 넘어가 줘.”이대광은 자존심을 다 버리고 천도준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그는 이수용이 천도준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직접 나왔다는
그가 천도준에게 막말을 할 수 있었던 건 뒤에 있는 매형을 믿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처음부터 천도준을 운이 좋아 출세한 케이스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천도준 배후에 매형조차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천도준에게 그런 갑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퍽!자리에서 일어선 천도준이 발로 이대광의 가슴팍을 걷어차며 말했다.“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앞으로 또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면 지금보다 더 처참하게 만들어 줄 거니까 명심해.”그는 절대 나약한 성격이 아니었다. 3년 동안 어머니 병치료를 한다고 이대광 밑에서 온갖 갑질을 당하면서도 꾹 참고 일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그가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이대광은 그가 보란 듯이 오남미와 맞선을 보았다. 이건 그의 자존심을 능멸하는 행위였다.회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서천구 개발 사업에 똥물을 끼얹었다. 주건희의 얼굴을 봐서 조용히 넘어가줄 수도 있었지만 다음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주건희가 보는 앞에서 누가 갑인지 똑똑히 일깨워 주려고 했다.이수용은 한 기업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주건희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이대광은 이미 혼이 나간 상태였다.이수용만 흐뭇한 눈을 하고 천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능력이 그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올렸다면 앞으로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력도 필요했다. 우유부단한 오너는 회사를 이끌고 성장할 수 없다.그는 이미 천도준을 의성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가문의 수장이 되려면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했다.의성의 오너 일가는 하나 같이 늑대처럼 교활하고 포악한 사람들이었다.만약 천도준이 우유부단하고 정에 휩쓸리는 성격을 가졌다면 아무리 괜찮은 업적을 이루어냈다고 할지라도 절대 후계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그리고 천도준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걱정 말아요, 천 대표. 이 녀석은 내가 돌아가서 잘 가르치겠습니다. 다음에 또 더
다음 날 아침.천도준은 아침부터 입금 문자를 받았다.카드에 이천억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확인한 순간, 그는 냉소를 지었다.어제 이수용이 전달한 말을 저쪽에서 오해한 것이 분명했다.이천억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추가로 이천억을 더 입금한 것일까?정말 감정 다 배제하고 간단명료한 거래였다.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 없는 그의 아버지는 대체 얼마나 돈이 남아도는 사람일까?간단하게 씻은 뒤, 천도준은 월셋방을 한번 둘러보며 박유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계좌에 돈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이렇게 낡은 월셋방에 계속 살 이유는 없었다.차는 아직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거주환경을 바꾸는 건 나쁠 것 같지 않았다.그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지만 어머니가 퇴원하면 박유리도 그들과 같이 생활해야 하는데 방 두 개짜리 집은 좀 비좁은 감이 있었다.그는 잠깐 주저하다가 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여러 세대가 같이 거주하는 아파트보다는 보안성이 좋은 별장이 좋을 것 같았다.나중에 나이대가 비슷한 박유리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 집이 너무 작으면 서로 불편한 일이 많을 것 같았다.그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차를 타고 근교의 최고급 별장 단지로 향했다.천문동 별장 단지는 진짜 재벌들만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평당 2천만 원의 고가를 호가하는 가격대는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천문학적인 돈이었다.하지만 그건 천문동 별장단지에서 가장 싼 가격대가 그렇고 진짜 산기슭에 위치한 별장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었다.산기슭 별장에서는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베란다 뷰와 공기가 좋기로 유명했다. 가장 매력적인 건 정원에 앉아 석양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대광은 아침 일찍 천문동 별장 전담 분양 센터로 향했다.천문동 단지는 그의 매형인 주건희의 작품이었다.어젯밤 그 일을 겪고 얼굴이 퉁퉁 부어서 출근한 이대광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매형의 도움을 받아 그는 분양 센터의 마케팅 팀장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어젯밤 일이 있은 뒤로 분노한 주건희는
오빠에서 대광 씨로 호칭이 바뀐 건 무척 자연스러웠다.이대광은 멀어지는 장유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유민 씨, 그럼 오늘 저녁은….”“그게 실적 올려야 해서 아마 야근해야 할 것 같아요.”장유민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홀로 남겨진 이대광 혼자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장유민은 그렇게 이대광을 지나쳐 아까 그들을 혼냈던 중년 남자에게 다가갔다.“팀장님, 어떻게 된 거예요? 이대광 씨는 회장님 처남이라면서요?”중년 남자가 이대광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얼굴에 저 상처 봤지? 회장님 작품이래. 저 인간이 거물을 한 명 건드렸나 봐. 센터장님도 어제 회장님 전화를 받고 무척 놀랐다지 뭐야.”“회장님도 경외할 만큼 대단한 인물이라고 하더라고. 와이프랑 이혼 얘기까지 나왔대.”오너 일가의 이야기는 모두의 화젯거리였고 새어 나가지 않는 소문은 없었다. 그게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이라면 더욱 그랬다.“세상에, 저는 그것도 모르고!”장유민이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그럼 이대광 씨는 이제 재기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거네요?”중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유민은 속으로 이대광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멍청한 자식!’천도준을 태운 차가 천문동 분양 센터에 도착했다.운전기사는 백미러로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여기 면접 보러 왔나 봐요? 안목이 좋네요. 택시 기사를 하다 보면 여러 정보를 듣게 되는데 천문동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보너스도 두둑하게 받는다고 하더라고요.”“집 사러 왔는데요.”말을 마친 천도준은 결제를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택시 운전기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어린 친구가 허세가 장난이 아니네. 별장 단지를 사러 오는 사람이 택시를 타고 다니겠어? 옷차림만 봐도 부자는 아닌데 허언증인가?”운전기사의 중얼거림이 귓가에 들렸지만 천도준은 그냥 무시하고 앞으로 걸었다.그가 분양 센터에 발을 들였을 때, 장유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