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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장수지는 정색해서 오남준에게 주의를 주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며느리가 잘 들어왔으니 나중에 친구들한테 나가서 자랑해도 되겠어.”

말을 마친 그녀는 오남미를 흘겨보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너도 그때 엄마 말 듣고 천도준이랑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어련히 엄마가 좋은 혼처 자리를 소개해 주지 않을까. 결국 이혼녀 딱지나 달고, 이게 다 뭐야?”

오남미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내일이 곧 오남준의 약혼식이었기에 이 시점에서 알고 있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얘기할 수는 없었다.

“당신도 참! 곧 애들 약혼식인데 재수 없게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은 좋은 얘기만 하자고!”

가장인 오덕화가 눈을 부릅뜨며 아내를 나무랐다.

“친척이랑 지인들에게 청첩장은 다 돌렸지? 이따가 전화해 봐야겠어.”

“참, 호텔에 확인해 본다는 걸 깜빡했네요. 무조건 성대하게 치러줘야죠. 설아가 이렇게나 양보를 해줬는데.”

장수지도 잔뜩 흥분한 얼굴로 핸드폰을 들고 방으로 갔다.

그날 밤, 그들 가족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밤을 보냈다.

그 시각, 천도준은 병원에서 어머니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잠든 어머니의 얼굴은 어느 정도 생기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창백했다.

그는 안쓰럽고 가슴이 아팠다.

천도준은 착잡한 얼굴로 창가를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지금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축하하고 있겠지? 우리 엄마한테 한 짓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말이야!”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사람들이 양심이라는 게 있었다면 절대 오남미를 종용해서 어머니의 치료비까지 싹 긁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도 뻔뻔하게 찾아와서 병든 어머니를 자극한 여자였다.

“오늘을 잘 즐겨둬. 내일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테니까!”

냉소를 짓는 천도준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이건 당신들이 받아야 할 대가야.”

다음 날.

아침 일찍 천도준은 장 박사를 찾았다. 어머니의 병세가 안정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는 약혼식이 있을 예정인 리빙턴 호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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