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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를 살리려 하다

이때 옆에 서 있던 정아도 큰 소리로 말했다.

“지영아, 빨리 뛰어. 더 지체할 시간이 없어. 불길이 너무 세서 너 화상 입을 수도 있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조금 화상을 입은 상태라 등이 째질 듯이 아파왔다.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뛰어! 무서울 게 뭐야!”

정아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로아와 승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지만 뛰어내렸다가 죽을까 봐, 더우기는 죽지 않고 반병신이 될까 봐 걱정이었다. 그러면 죽기보다 못한 상황이 된다.

나도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몰랐다. 재촉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전해지는 고통을 무릅쓰고 난간에 기어올랐다. 그러고는 배인호와 애들이 힘껏 당긴 임시 구명 시트에 몸을 던졌다.

사실 이 높이도 있고 나 자체의 몸무게도 있으니 받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여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는 몸을 던지자마자 눈을 감고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펑!

내가 뛰어내리자마자 3층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무엇이 폭발했는지는 모르지만 베란다가 순식간에 불길에 사로잡혔다.

불행인 건 내게 판단 오류가 생겼다. 이 거리에서 아이를 버리는 건 그래도 감이라는 게 있었지만 자기가 뛰어내릴 땐 판단이 흐려졌다. 그 바람에 나는 이불에 떨어지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바닥으로 향했다.

이제 끝이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배인호가 믿기지 않는 속도로 손을 벌리더니 내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나는 사정없이 그의 몸 위로 떨어졌다. 덕분에 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지만 배인호의 몸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살짝 들렸다.

“인호야! 지영 씨!”

노성민이 이를 보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피러 왔다. 나는 괜찮았다. 온몸이 불편했지만 큰일은 없었다. 하지만 배인호가 뭔가 이상했다. 얼굴이 너무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매우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나는 자기 상황을 챙길 새 없이 바로 배인호를 체크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소방차가 도착해 불을 끄기 시작했다. 동시에 구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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