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아.”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신정우가 남지훈을 불렀고 심지어 그 여자를 데리고 남지훈에게 다가왔다.“네가 여기 웬일이야?”신정우는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한낱 월급쟁이 남지훈이 업계 최강자들만 모아 놓은 T 그룹에는 무슨 일일까? 남지훈은 곁에 서있던 여자를 쓱 훑어보았고 명품을 온몸에 걸친 그 여자는 몸매도 꽤 훌륭했으며 아침에 본 여자가 바로 눈앞의 이 여자였다. 자신이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는데 커플룩을 입은 두 사람을 보니 거의 확실해졌다.“송 대표님이 계약서를 받아 가라고 해서 왔어요.”정신을 차린 남지훈이 솔직하게 대답했지만 그 말을 들은 신정우가 웃음을 터트렸다.“지훈아,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송 대표님이 계약서를 너에게 줬다고? T 그룹 송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고 하는 얘기야? 네가 그분을 만날 수 있다고?”신정우의 말속에는 남지훈에 대한 비웃음으로 가득했고 심지어 남지훈이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송태수가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J 시의 돈 많고 유명한 사장들이 송태수를 만나고 싶어도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남지훈에게 계약서를 줬다니 믿을 수가 없었가절대 교집합이 있을 수 없는 두 사람이기에 신정우는 어이가 없었고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송태수는 회사 건물로 돌아가는 길에 데스크 직원에게 신정우를 가리키며 신정우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아오라고 명령했다.“T 그룹에서 송 대표라고 불리는 사람은 오직 T 그룹 오너야. 그건 알고 있어?”신정우가 남지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묻자 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T 그룹 대표님이 저에게 계약서를 준 거 맞아요. 매형, 어제 T 그룹에 있었던 입찰 대회에 대해 모르고 있어요?”신정우는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남지훈을 보며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송 대표가 신경 쓰는 프로젝트라면 아주 큰 프로젝트일 텐데 남지훈이 거기에 참가할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어제 T 그룹의 입찰 대회
신정우는 남지훈 따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바람피우는 장면을 그에게 들켜도 전혀 타격이 없었다.돌아가는 길에 남지훈은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누나가 매형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얘기했을 때 그저 살짝 의심스러운 정도였는데 이제 보니 누나의 말이 정확했고 두 눈으로 직접 보니 화가 났다.물론 같이 호텔에 드나들거나 그런 걸 목격한 건 아니었지만 신정우와 그 여자의 모습은 분명히 다정한 연인 사이였다.남지훈이 대승 테크에 도착했을 때, 면접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고 오늘 하루 서른 명이나 넘게 면접을 본 결과, 열 명을 채용하게 되었고 대승 테크 직원이 점점 많아졌기에 이현수는 사무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이현수도 대승 테크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퇴근 후, 남지훈은 소연에게 간단하게 문자를 남기고 나서 매형이 이렇게 일찍 퇴근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누나 집으로 달려갔다. 사실 신정우는 며칠 동안이나 집에 들어가지 않았고 남지훈의 부모님을 집으로 모신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남지훈은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남가현을 보자 주방으로 들어갔고 남가현은 남지훈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지훈아, 조금만 기다려. 제육볶음만 하면 밥 먹을 수 있어.”부모님을 모시고 온 뒤로부터 남가현의 얼굴에는 웃음이 멈춘 적이 없었다. 행복해하는 누나를 보며 혹여나 누나의 기분을 잡치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어쩔 수 없이 할 말은 해야 했다.“누나. 나 오늘 아침에 T 그룹에서 매형을 봤어.”남지훈의 말에 남가현이 흠칫했으며 요리하던 손도 그대로 멈췄다.“누나?”남가현을 힐끔 쳐다본 남지훈은 그제야 누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발견했고 남가현이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네 매형이 며칠 전에 출장 간다고 했거든. 어제 내가 전화했는데 며칠 더 있어야 온다고 했는데… 거짓말일 줄 알았어!”남지훈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남가현은 이미 신정우가 J 시에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누나. 요즘 내가 T 그룹에 갈 일이 좀 많아. 혹시
남지훈은 송태수의 행동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그가 T 그룹에 도착했을 때, 인사 자료 두 장이 송태수 사무실에 놓여 있었고 송태수가 자료를 남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어제 직원을 시켜서 알아봤는데 오늘 결과가 나왔어요. 동생 매형이 우리 회사 중층 관리자였더라고요. 연봉이 1억 정도 되는데 옆에 있던 여자는 이름이 이미연이에요.”“또 이 씨라니!”남지훈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송태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이 씨가 왜요?”“이 씨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사람이 문제죠. 제 전 여자친구가 제 전 사장님과 바람을 피웠거든요. 한 달 전에 헤어졌는데 그 여자도 이 씨였어요.”남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설명하자 송태수가 동정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동생에게 그런 과거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혼자 회사를 차렸군요.”남지훈은 그 말에 씁쓸하게 웃었고 잠시 머뭇거리던 송태수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아니지, 동생! 동생 결혼하지 않았나요?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한 달 만에 결혼을 한 거예요?”“형님. 그게 설명을 하자면 좀 복잡해요. 결국엔 돈 때문에 그렇게 됐어요!”돈 때문이라는 말로 모든 걸 정리했다. 계약 결혼이기에 남지훈은 소연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 슬쩍 화제를 돌렸다.“형님, 제가 매형을 찾아가서 얘기 좀 나누고 싶어요. 근데 일단 형님과 T 그룹을 통하지 않고 저 혼자서 해결해 보고 싶습니다.”“네, 그렇게 해요.”신정우에게 기회를 한 번 주고 싶어 하는 남지훈을 보며 송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태수가 직원을 시켜 알아본 바, 신정우가 속해 있는 부서에서는 신정우와 부하 직원이 정분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었다. 만약 신정우가 남지훈의 설득을 듣고 바른길로 들어서기만 하면 송태수도 신정우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송태수의 명령에 데스크 직원이 남지훈을 데리고 신정우를 찾아갔고 신정우는 남지훈을 본 순간, 눈살을 확 찌푸렸다. T 그
"제가 물론 두 분 사이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결혼한 이상 서로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매형, 저희 누나가 아무 말도 안 해서 그렇지 실은 모든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요.""감히 날 훈계하는 거야?" 신정우는 두 눈을 부릅뜨며 남지훈을 노려보았다."네 처신이나 잘해! 30살 먹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멍청이 주제에 다른 사람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마! 내가 너였으면 진작에 목 매고 죽었어. 더 이상 너랑 할 얘기 없으니까 그런 줄로 알아!"말을 마친 신정우는 화를 내며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지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남지훈은 어쩔 수 없이 이미연에게 T 그룹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이미연이 약속 장소를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이 상황을 지켜볼 수만 없잖아. 매형이랑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미연이라도 만나봐야지.'잇달아 이미연이 약속 장소에 나오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남지훈은 곧바로 남가현에게도 문자를 보냈다."누나, 그 여자에 대해 알아냈어. 좀 이따 T 그룹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누나도 나와."내연녀의 마음이 궁금했던 남가현은 이내 카페에 도착했다.한참 뒤, 이미연도 모습을 드러냈다.얼굴을 반쯤 가린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트렌디하게 꾸민 여자는 수수한 남가현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이미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창밖을 내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절 왜 보자고 한 거예요?"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남지훈이 말했다. "매형한테 가정이 있는 거 몰랐어요?""알고 있어요."이미연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가정이 있는 게 어때서요? 남자랑 여자가 서로 좋아서 만나겠다는데 왜 참견이세요? 게다가 간통죄도 사라진 마당에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남지훈은 인상을 구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미연을 바라보았다."그 인간한테 왜 반했는지 모르겠네요. 마흔 살이 거의 되어가는 애 딸
남가현의 행동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이미연도 남가현의 말에 얼굴을 구겼다."가현 씨, 저랑 그쪽은 달라요. 정우 씨는 절 사랑해요. 그리고 아이를 낳고 몸매가 망가진대도 정우 씨는 여전히 절 사랑해 줄 거예요!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꾸하긴 했지만 그녀는 사실 남가현의 말에 흔들렸다."저랑 정우 씨가 몇 년 차 부부인지 알아요? 저보다 정우 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미연 씨가 정우 씨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보통 남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고 있죠? 특히,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남자의 심리에 대해 말이죠. 설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자기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니죠?"이미연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남가현의 말은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이었다. 어리고 날씬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를 안 좋아할 남자는 없었다.하지만 젊음과 미모를 잃은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드물었다.여자의 미모는 한순간이었다. 남가현 역시 그 단계를 밟았다.이미연은 신정우를 자기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없었다. 신정우가 자기 상사이기도 했지만 신정우의 성격에 대해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미연 역시 머지않아 남가현처럼 된다면 신정우는 반드시 새로운 내연녀를 만들 것이다.혼란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던 이미연이 남가현에게 쏘아붙였다."저랑 정우 씨를 갈라놓으려고 수작 부리는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절대 그럴 일 없어요. 그쪽은 나 못 이겨요. 난 그쪽보다 어리고 예쁘고 미래도 창창해요! 내가 가지지 못한 건 남도 못 가져요! 이만 가볼게요."이미연은 선글라스를 다시 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본의 아니게 현실 알려준 것 같아 미안하네요."이미연의 하이힐 소리가 카페에 울렸다.남가현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사실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정우 씨랑 얘기는 해 봤어?"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지훈을 바라보았다."응, 근데 신경 쓰지 말라고 길길이 날뛰더라. 말로 타이르긴 글렀어. 누나가 먼저 연락해서 저녁에 얘기
남지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우선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일하는 건 어때? 재무팀에 회계사가 한 명 있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거야. 누나 전공에도 맞고, 누나가 적임자 같은데, 어때? 내가 현수 씨한테 얘기해 둘 테니까 우리 회사로 출근해."남가현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훈아. 사업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니? 게다가 다른 사람이랑 동업하는 건데, 내가 거기로 출근하는 건 옳지 않아. 설령 현수 씨가 동의했다고 해도 널 어떻게 생각하겠니? 파트너한테 가장 중요한 건 의리잖아. 괜히 나 때문에 너희 둘 사이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지훈아. 걱정하지 마. 너희 누나가 어디 이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니? 정우 씨가 날, 우리 가족들을 이렇게 대한다면 나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을 거야!"순간 남가현의 눈빛이 달라졌다."내가 저것들 사내에서 바람 피우는 사실을 회사에 고발하면 회사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 같아?"남지훈은 쓴웃음을 지었다."누나, T 그룹의 송태수 대표님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계셔. 이미연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게 송 대표님이야!""뭐?"남가현은 화들짝 놀랐다."너 T 그룹의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였어? 그래서 그분이 저 둘을 어떻게 처분하신대?""아는 사이야. 송 대표님은 둘을 해고 처리할 거야. 하지만 매형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회사 해고는 보류해달라고 내가 말해뒀어."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린 남가현은 결심을 내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신정우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일 당장 T 그룹에 가서 회사 직원이랑 바람난 사실을 폭로할 거야.""누나, 저녁에 나도 갈까?"남가현이 고개를 저었다."올 필요 없어. 나 혼자 잘 처리할 수 있어."예상하였던 것과 달리 강인한 남가현의 모습에 남지훈도 걱정을 덜었다.그녀한테 신정우가 바람난 사실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라
스카이팰리스로 술 냄새를 가득 머금고 돌아온 그를 반기는 건 눈썹을 찌푸린 소연이었다."또 마셨어?""별로 안 마셨어. 양주 2병이 전부야."붉어진 얼굴로 술에 잔뜩 취해있는 남지훈을 바라보며 소연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돌려차기로 남지훈을 날려버리고 싶었다."얼른 들어가서 씻어. 아우, 술 냄새!"소연은 손으로 코를 막았다."내가 술 마시는 게 싫어?""네가 마셔서 싫은 게 아니야."소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난 술 마시는 사람들을 싫어해. 우리 아빠가 술을 좋아하셨거든, 어릴 때부터 항상 술에 취해있던 모습만 봐서 그런지 다가가게 되지 않더라. 물론 지금도.""결벽증 있는 거 아니야? 너 그거 병이다? 치료받아야 해!"자기 할 말만 하고 욕실로 쌩하니 달려간 남지훈이었다.개운하게 씻고 나오자 소연은 소파에서 지난번부터 읽고 있었던 "부부의 관계"라는 책을 열중해서 보고 있었다."아직도 그 책이야?"남지훈은 자기 코를 긁적이며 다가왔다."난 진작에 다 읽었어."눈을 흘겨뜬 소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다 읽어서 좋겠다? 너 내용은 다 기억해?"남지훈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누가 기억 못 한다고 했는데? 첫 장에서는 결혼은 곧 사랑의 끝이자..."그가 책 내용을 읊을줄 몰랐던 소연은 입을 떡 벌렸다.그녀는 얼른 책을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그녀가 한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남지훈은 그에 알맞은 내용을 서술했다. "너 설마 이 책을 전부 외운 거야? 이게 뭐라고 이걸 외워?""하..."남지훈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누군 좋아서 외운 줄 알아? 그냥 한 번 읽으니까 저절로 외워진 거야."남지훈도 처음에는 이상했다. 책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책을 덮은 뒤에도 책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나서 이상했다.그는 불현듯 오늘 체결했던 계약서 내용을 떠올려 봤다.역시나 한 글자도 빠짐없이 아주 생생하게 떠올랐다."한 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거야?"소연은
"능력 좀 잘 사용해 봐! 전 세계에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아직 우리 도시에 너 같은 능력 가졌다는 사람 보지 못했으니까 네가 첫 번째겠네. 잘만 활용하면 대성공할 것 같은데. 보아하니 너도 지금 발견한 것 같은데 잘 좀 활용해 봐. 나 먼저 잘게."남지훈은 굳어버린 자세로 소연의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왜 지금에서야 나한테 이런 능력이 생긴 거야? 아니면 예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발견하지 못한 건가?"한편, 이 시각 신정우는 남가현의 협박 문자에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들어서자 장인 어른과 장모님이 거실에서 그를 맞이했다.둘의 안색은 무거웠다.남가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정우에게 말했다. "부모님들도 계시는데 정우 씨가 저지른 추잡한 짓은 입에 올리지 않을게. 내 조건은 간단해. 차는 정우 씨가 써. 아이들은 내가 키울 거야. 단 오늘부터 당신 카드들은 전부 나한테 맡기고 일 원 한 푼이라도 나한테 받아 가야 할 거야.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단 사용 목적은 반드시 말해야 될 거야. 물론 정우 씨 돈이니까 카드 못 준다고 하면 어쩔 수 없어. 돈을 그 여자한테 쓰겠다는 게 누가 말리겠어? 다만 우리가 이혼할 때 다른 여자한테 쓴 돈과 같은 돈을 위자료로 줘야 할 거야. 그게 배신당한 아내가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 아니겠어? 날 매정하다고 욕해도 좋아, 당신 마음대로 해. 카드 안 내놓으면 내일 당장 T 그룹 당신 직속 상사부터 찾아가 일일이 고발할 거야. 그것도 안 통하면 당신 회사 대표까지 찾아가야지."신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게 있었다."가현아..."신정우가 입을 열자 남가현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이상하지?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당신 바람난 사실도 알고 있지만, 그 상대가 이미연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 오늘 만났거든. 확실히 예쁘더라, 당신이 정신 팔릴 만했어. 카드 나한테 넘겨, 그 여자랑 만나든 말든 당신이 알아서 해. 당신 회사 상사들에 대해 이미 다 파악해 뒀으니까 못 믿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