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우는 화가 났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의심할 여지도 없이 내연녀가 있었고 그걸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겁났던 그는 결국 그녀의 요구에 따르기로 했다.두 부모님은 그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이번 교통사고를 통해 그들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남가현은 은행 카드를 챙기며 무심하게 말했다."우리 부모님 며칠 동안 여기서 살 거야. 당신 의견 궁금하지 않으니까 나한테 얘기하지 마. 이 집 사서 인테리어 할 때 반반씩 돈 냈던 거 기억하지?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은 여기 묵을 자격이 있어."부모님이 집에서 며칠간 머문다고 하면 신정우가 반대할 게 뻔했기에 남가현이 먼저 선수 쳤다.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인간보다 이 집안에서 모든 걸 혼자 감당하는 자신이 이 집안의 결정권을 가지기로 했다. "남가현!"신정우는 마침내 폭발했다."너 계속 이렇게 나오면 나한테 이혼당할 수 있어!"그는 이혼을 들먹이며 남가현을 협박했다.그녀는 오히려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이혼? 내가 바라던 바야!"신정우는 멍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태껏 확신에 차 있었다. 남가현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든 떠나지 못할 여자라고 확신했다. 자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한 그녀가 감히 이혼을 꿈 꿀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남지훈처럼 백수 주제에 감히 이혼을 원한다고?'남가현이 말했다."이혼? 좋지, 이혼하면 이 집도 당신 차도 적금도 절반씩은 다 내 것이잖아. 이걸 전부 다 가지게 되면 당신이 이미연한테 썼던 돈은 내가 모른 척 넘어가 줄게. 돈도 생겼으니 아이 양육권은 당연히 내가 가지게 될 거고 당신은 불륜을 저지른 이혼남이 되겠지. 진짜 이혼할 생각이야?""너...."신정우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남가현의 계략에 넘어가 주도권을 그녀에게 빼앗긴 걸 그는 그제야 알아차렸다!"어처구니가 없어서 나 원 참!"신정우는 방 안으로 들어가 거칠게 문을 닫아버렸다.신정우가 사라지고 나서야 남가현은 그동안 참았던 숨을 내쉴 수 있
하지만 그녀의 눈앞에 찍힌 숫자는 2000만 원이 전부였다."이 개자식!"카드 잔액을 확인한 그녀는 욕설을 내밭었다.신정우가 뒤에서 몰래 쓴 돈이었다.그녀는 매달 생활비로 100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네 식구가 먹고 쓰기에 부족한 돈이었지만 그녀는 알뜰살뜰하게 살림했다. 조금이라도 더 아껴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집 한 채라도 사 물려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신정우의 생각은 그녀와 달랐다.카드를 빼낸 그녀는 성큼성큼 근처 학원가로 향했다.아들 명원이가 다니고 싶다던 농구 클럽과 명석이가 다니고 싶다던 태권도관에 가 등록했다. 학원 등록비로 200만 원 가까이 긁은 그녀는 다시 백화점으로 걸어갔다.한편, 대승 테크.명덕 테크에선 직접 두 발로 뛰어다니며 미팅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대승 테크에서는 달랐다. 공급처가 직접 그들에게 미팅을 잡고 회사로 걸음을 해주었다.J 도시의 두 대기업과 협력을 하는 대승 테크에 관계자들을 자연히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대승 테크가 협력을 맺는 공급처 역시 몸값이 상승할 것이다.관계자들은 서로 더욱 낮은 거래가를 제시하며 대승 테크와 협력하기를 바랐다.미팅을 끝내고 배웅까지 하고 온 이현수가 감격에 겨워 말했다."이런 날이 저희한테 올 줄이야! 예전에 명덕 테크에서 일할 땐 저쪽에서 제시하는 가격에 저희가 맞췄는데 이젠 저희한테 맞춰주네요!"상대가 낮은 가격으로 협력을 해준 덕분에 대승 테크에는 더 많은 이윤이 남았다.남지훈도 기분이 좋았다."저희가 두 대기업이랑 협력하는 걸 모두가 알게 됐나 봐요. 나중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저희한테 이것보다 더 좋은 홍보 광고는 없을 거예요.""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죠."이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며칠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지 이현수는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증상까지 얻었다.이건 대승 테크의 운명이 걸린 프로젝트였다.혹여 실패로 끝나면 남지훈의 체면도 깎일 것이다.새 회사가 이렇게 큰 주문을 받는다는 건 사실 일종의 모험이었다.남지훈과
"나 결심했어. 오늘부터 나도 예쁘게 꾸미고 다닐 거야. 미뤘던 다이어트도 할 거야! 다시 예전 몸매로 돌아갈 거야!"어제 이미연의 외모 비하로 남가현은 큰 충격을 받았다. 자존심에 스크래처가 났다. '누나는 예전부터 예뻤어. 조금만 노력하면 아주 아름다워질 거야.'티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누구보다 그녀를 응원했다.귀티 나 보이는 옷을 걸친 남가현을 바라보며 그가 물었다. "누나, 이 옷 되게 비싸 보인다.""옷이랑 화장품이랑 전부 합쳐서 6백만 원 정도야."자기 귀를 의심한 남지훈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정우 씨 카드를 내가 빼앗았거든. 부부의 공동재산을 내연녀한테 쓰는 게 말이 돼? 그 여자도 쓰는 마당에, 난 왜 아껴야 하는데? 내가 그동안 아낀 돈들로 둘이 알콩달콩 사는 걸 어떻게 눈 뜨고 보고만 있니? 나도 나한테 아낌없이 쓸 거야!""가현 씨 말에 동의합니다!"이현수는 남가현의 편을 들었다."아낀 돈은 곧장 내연녀 주머니로 들어갈 텐데! 차라리 가현 씨를 위해 쓰는 게 훨씬 좋은 일 아니겠어요?"남지훈은 말없이 남가현을 바라보았다.이건 그녀가 신정우에게 복수하는 방법 중 하나 같았다.사실 그동안 신정우가 벌어온 돈은 남가현이 사치를 부리기에 충분했다.하지만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돈을 아껴가며 두 아이를 키웠다. 7, 8년 동안 남가현은 비싼 옷이나 비싼 화장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가족들과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억척스럽게 생활했다.어제 남지훈은 우연히 신정우의 차에서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내리는 이미연을 목격했다. 전부 신정우가 그녀에게 사준 것 같았다.그는 독하게 마음먹고 자신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은 남가현이 보기 좋았다.울고 불며 신세 한탄만 하는 여자가 아니라서 좋았다.남가현은 이내 스파 마사지 예약을 잡았다며 자리를 떴다.한편, T 그룹에서 한창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할 신정우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그는 휴대폰으로 계속해서 날아오는 카드 잔액 문자만 뚫어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그렇다고 그 여자가 날뛰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이미연이 풀이 죽어 말했다.사실 남가현과 신정우 사이에 끼어든 가장 큰 이유는 신정우가 대기업 T 그룹의 팀장이기 때문이었다. 신정우와 만났기에 그녀는 전보다 훨씬 편한 삶을 살 수 있었고 돈에 쪼들리지 않고 그의 돈으로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일자리를 잃은 신정우는 이미연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이다.신정우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먼저 가서 일해. 카드 가져올 방법 연구해 볼 테니까, 내일 월급날인데... 어우, 눈앞에서 그 돈이 전부 남가현한테 들어갈 생각 하니까..."착잡한 마음으로 하루 종일 머리를 굴렸지만 그렇다 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한편, 남지훈은 S 그룹에서 계약서를 체결한 뒤 다시 대승 테크로 돌아가고 있었다.S 그룹은 T 그룹과 체결한 계약서와 동일한 계약서를 제시했고 역시나 선금으로 동일한 금액을 이체하겠다고 했다.'소연이가 나 대신 힘 써준 건가? 그것도 아니면 태수 형님이 S 그룹과 미리 얘기해 두신 건가? 어떻게 이렇게 큰돈을.. 아무래도 태수 형님이 힘 쓰신 것 같은데.'계약서까지 정식으로 체결하고 나자 남지훈은 새삼스레 두 어깨가 무거워진 것 같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공일이 다가왔다.남지훈은 긴장감을 한치도 놓을 수 없었다.이현수는 돌아다니면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분을 다졌다.이현수는 명덕 테크를 제외한 회사 사람들에게 살갑게 다가갔다.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현수와 언제든지 협력하길 원했다.그들도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자주 경험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어둑어둑해져야 남지훈은 회사를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있었다. 전부 표정이 좋지 않았다.가까이 다가가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훑은 남지훈은 그제야 그들을 알아봤다.지난번 병원에서 그를 때린 사람들이었다."여긴 무슨 일이죠?"남지훈이 입을 열자 빡빡이 머리를 한 남자가 남지훈을 흘겨보
소연은 평소보다 일찍 스카이팰리스로 돌아왔다.슬리퍼로 갈아 신은 그녀는 곧장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평소 이맘때쯤이면 남지훈도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S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고 회사로 돌아가 봐야 했기에 평소보다 늦을 거라고 했다.하지만 일곱 시가 넘어가도록 남지훈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어떻게 된 거야?"소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감당할 수 없는 계약을 체결해서 내뺀 거 아니야?'남지훈에게 전화를 걸자 몇번의 연결음이 들리더니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지훈아, 너 용감하다? 이렇게 늦었는데 집에도 안 와, 문자도 안 해?"하지만 전화기에서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안녕하세요, 여긴 병원입니다. 혹시 환자분과 어떤 사이가 되실까요? 환자분 보호자나 가족분들과 연락이 되면 연락 좀 해주시겠어요?"병원이라는 말에 소연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병원 위치를 물은 뒤 급히 나갈 준비를 했다.남자들끼리 싸우면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얘기를 소한용에게 자주 들은 적 있었지만 그 일이 자신에게 벌어질 줄 몰랐다.허둥지둥 병원 수술실 앞에 도착한 소연은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 2명을 발견했다."지훈이 상태 어때요? 살 수 있는 거죠?""남지훈 씨 가족이신가요?"소연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남지훈 씨 복부를 칼이 관통했습니다. 저희가 발견했을 땐 이미 과다출혈로 정신을 잃은 상태였습니다."경찰 한 명이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남지훈 씨 휴대폰입니다. 잠금 설정이 되었더라고요. 피해자분께서 깨어나시면 대신 전해주세요. 저희는 사건 현장에 가서 CCTV부터 확보한 뒤 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보호자 분께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도록 할 테니 조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소연은 남지훈의 휴대폰을 건네받았다.'과다 출혈이라고? 살아날 수 있겠지?'그녀는 핸드백에서 자기 휴대폰을 꺼내 병원장에게 연락했다."원장님, 저 소연이에요. S 그룹 소연이요.""아, 아가씨, 어쩐 일이세요?""제 남편이
소연의 말에 소한용은 소름이 쫙 돋았다. 어쩐지 여동생이 화를 저렇게 낸다 싶었는데 이렇게 큰 사고가 생겼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소연아, 일단 진정하고, 어느 병원인지 알려줘. 지금 바로 갈게!”소 씨 가문의 첫째 소한진과 셋째 소한민도 매제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고 그들이 도착했을 때, 남지훈은 여전히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고 있었으며 오 원장은 수술실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소 씨 가문의 세 도련님이 오 원장에게 한걸음에 달려갔고 평소에 화가 좀 많은 소한용이 오 원장의 목덜미를 확 잡더니 언성을 높였다.“오 원장! 내 매제는 어떻게 됐어? 그 사람 살리지 못하면 오늘 이 병원 밀어버릴 거야!”여동생의 말투로 보면 남지훈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느껴졌기에 여동생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소 씨 삼 형제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왜 오 원장님한테 그래? 평소에 오빠가 지훈이를 감시하고 있었잖아! 오늘은 뭐 하러 간 거야!”소연이 소한용을 밀쳐내며 소리를 질렀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렸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남지훈에게 마음이 쓰였으며 오랜 시간 함께 한 만큼 정이 많이 들었던 것이다.“아니, 난… 남지훈이 송태수와 형제를 맺은 뒤로부터 감시를 안 했지.”소한용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고 곁에 있던 오 원장은 그 말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수술실에 있는 저 환자가 소 씨 가문의 사위일 뿐만 아니라 송태수와 형제까지 맺은 사이라니. 저 정도로 대단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만약 오늘 남지훈을 살리지 못하면 병원이 무너지는 건 고사하고 이 강력한 압박 하에 그는 원장 자리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을 듯했다.“다들 조용히 해! 이렇게 난동을 부린다고 매제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소연아, 경찰에 신고는 했어?”그나마 차분한 소한진이 냉정함을 유지한 채, 소연에게 물었고 소연은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으
한편, 클럽의 한 룸에서.김명덕이 다리가 긴 한 여인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이때, 한 남자가 급하게 달려들어와 김명덕을 보며 말했다.“명덕 형님!”“어떻게 됐어? 그 자식 제대로 혼 좀 냈어?”고개를 든 김명덕이 여유로운 얼굴로 물었고 남자 얼굴의 상처들로 보면 남지훈 그 자식은 오늘 밤 제대로 혼난 듯했다.“명덕 형님… 제가… 제가 그 사람을 죽인 거 같습니다…”남자가 입술을 꽉 깨문 채 말을 더듬자 깜짝 놀란 김명덕이 품에 안고 있던 여인을 밀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어?”예전에 깡패 노릇을 한 적이 있던 김명덕은 칼로 여러 명을 찌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엄하게 다루고 있기에 다툼이나 싸움은 많아도 살인은 거의 없었다.살인은 근본적인 성질부터 다른 것이다!남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명덕이 화가 나서 남자를 발로 힘껏 차면서 언성을 높였다.“빌어먹을! 내가 혼 좀 내주라고 했지 언제 죽이라고 했어! 이제 큰일 났다고!”“명… 명덕 형님… 저도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그 사람이 소보다 힘이 더 세서 몇 명이 달려들어도 넘어트릴 수가 없었어요! 저를 향해서 주먹을 날리길래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칼로 찌른 거예요! 절대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남자가 고개를 들고 변명을 하자 김명덕이 귀찮은 듯 손을 저었다.“됐어, 그만해!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어! 일단 네 친구들을 데리고 도망가! 절대 잡히면 안돼! 안 그러면 우리 다 같이 죽는 거야!”“형님, 저희는 돈이 없어요!”남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김명덕이 그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돈이 없으면 알아서 방법을 생각해야지!”김명덕도 돈이 궁한데 그들에게 줄 돈은 더욱 없었지만 남자가 갑자기 배를 째라는 식으로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형님, 막말로 저희는 형님을 위해서 이 일을 저지른 겁니다. 도망가라고 하셨으면 당연히 돈을 주셔야죠! 그렇다고 저
소한용이 나서게 되면 J 도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소한용도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이쪽 소식을 소연에게 전하러 경찰서를 나섰다.한편, 병원에서. 네 시간 만의 응급 구조로 수술실 불빛이 드디어 꺼졌고 담당 의사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마스크를 벗으며 수술실을 나섰다.“남지훈 씨 가족분들 어디 계신 가요?”의사의 부름에 소연과 남가현, 그리고 소한민이 한걸음에 달려갔고 의사가 말을 이어갔다.“환자분 위급 상황에서 벗어났습니다. 칼에 찔린 상처가 깊긴 하지만 체내의 중요한 장기들을 찌른 건 아닙니다. 환자분 현재는 아직 혼절 상태이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의사의 말에 세 사람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남가현이 눈물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동생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겼다면 남가현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며 나이가 드신 부모님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큰 문제가 없으면 일단 개인 병실로 옮겨주세요.”소연의 말에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의사 몇 명이 수술실에서 남지훈을 끌고 나왔으며 창백한 얼굴로 눈을 꼭 감은 남지훈은 생기가 전혀 없어 보였다.남지훈의 모습을 보자 남가현이 또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소연은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으며 이런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내가 남지훈을 이렇게까지 신경 쓰고 있었나?’병실로 옮겨진 뒤, 소한용과 소한진도 병원으로 돌아왔고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난 남지훈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한진은 항공사와 서울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소한용은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만약 그가 남지훈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감시 카메라 판독 결과 나왔어. 범인은 총 여섯 명이고 사진도 받아 놨어. 이 사건을 담당하는 유 팀장이 수사 협조도 신청했어.”소한진의 말에 소연이 그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사진 봐 봐.”그녀는 혹시 저번에 병원에서 봤던 사람들일까 의심이 들었지만 사진을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