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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스카이팰리스로 술 냄새를 가득 머금고 돌아온 그를 반기는 건 눈썹을 찌푸린 소연이었다.

"또 마셨어?"

"별로 안 마셨어. 양주 2병이 전부야."

붉어진 얼굴로 술에 잔뜩 취해있는 남지훈을 바라보며 소연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돌려차기로 남지훈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얼른 들어가서 씻어. 아우, 술 냄새!"

소연은 손으로 코를 막았다.

"내가 술 마시는 게 싫어?"

"네가 마셔서 싫은 게 아니야."

소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난 술 마시는 사람들을 싫어해. 우리 아빠가 술을 좋아하셨거든, 어릴 때부터 항상 술에 취해있던 모습만 봐서 그런지 다가가게 되지 않더라. 물론 지금도."

"결벽증 있는 거 아니야? 너 그거 병이다? 치료받아야 해!"

자기 할 말만 하고 욕실로 쌩하니 달려간 남지훈이었다.

개운하게 씻고 나오자 소연은 소파에서 지난번부터 읽고 있었던 "부부의 관계"라는 책을 열중해서 보고 있었다.

"아직도 그 책이야?"

남지훈은 자기 코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난 진작에 다 읽었어."

눈을 흘겨뜬 소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다 읽어서 좋겠다? 너 내용은 다 기억해?"

남지훈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누가 기억 못 한다고 했는데? 첫 장에서는 결혼은 곧 사랑의 끝이자..."

그가 책 내용을 읊을줄 몰랐던 소연은 입을 떡 벌렸다.

그녀는 얼른 책을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그녀가 한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남지훈은 그에 알맞은 내용을 서술했다.

"너 설마 이 책을 전부 외운 거야? 이게 뭐라고 이걸 외워?"

"하..."

남지훈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 좋아서 외운 줄 알아? 그냥 한 번 읽으니까 저절로 외워진 거야."

남지훈도 처음에는 이상했다. 책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책을 덮은 뒤에도 책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나서 이상했다.

그는 불현듯 오늘 체결했던 계약서 내용을 떠올려 봤다.

역시나 한 글자도 빠짐없이 아주 생생하게 떠올랐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거야?"

소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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