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만만은 묻고 싶었던 것이 가득했으나, 결국 빙빙 돌려서 말했다.“대표님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여서 걱정이에요. 요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신 거예요? 그리고 그 디자인은.”‘설마 정말 대표님이 직접 설계한 건가? 아니면 대표님이 이렇게 피곤한 모습으로 나타날 리가 없잖아.’이진은 만만이 하려는 말을 대충 짐작하였는지, 만만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요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긴 했어. 조금이라도 빨리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밤새 고민을 했었거든. 안 그러면 아직도 디자인을 완성하지 못했을 거야.”만만이 진짜 묻고자 했던 것은 이게 아니었다.“또 할 얘기가 있는 거야?”이진은 만만에게 계속 입을 열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이진의 피곤함이 가득 찬 얼굴을 보자, 만만은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보석 디자이너가 대표님이든 말든, 완벽한 디자인을 가져오신 건 정말 대단하신 거야. 게다가 대표님이 진짜 디자이너라 할지라도, 말하지 않으시는 건 분명 따로 이유가 있으실 거야. 난 비서로서 대표님의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돼. 대표님께서 말씀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언젠간 나한테 말해주실 거야.’만만은 이런 생각에 회의실에서 나와 이진에게 빈 공간을 남겨주었다.이진이 겨우 지탱하던 몸은 만만이 떠나자마자 무너지고 말았다.며칠째 불규칙한 식사에 일에 몰두한 것도 모자라, 수면 부족까지 겹쳐 이진의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이진은 머리가 어지러워 미간을 비비며 얼른 차를 몰고 병원으로 달려갔다.사실이 증명하다시피 몸을 맘대로 써버리면 대가를 치러야 했다.한바탕 검사를 마친 후, 의사는 이진이 과로로 인한 저혈당이라고 말해주었다. 의사는 이진이 안도하는 표정을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혈당이 큰 문제는 아니라, 제가 말한 대로 건강을 챙기신다면 곧 나아지실 거예요.”이진도 의사로서 저혈당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사실 이진은 다름 아니라 이
이진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린 채 헬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이진이 협조하지 않으려고 하자, 헬렌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헬렌은 갑자기 미친 듯이 이진의 이불을 들추었는데,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그리고 이진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불 속에 손을 넣어 도면 뭉치를 꺼냈다.공교롭게도 도면의 내용은 바로 이진이 디자인한 작품의 초고다.비록 초고지만, 헬렌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그 디자인은 헬렌이 기억하는 니키의 스타일과 정말 똑같았다.“아직도 본인이 니키 씨가 아니라고 부정하시는 거예요? 그럼 이 그림들은 어떻게 설명하실 거예요?”헬렌은 마치 이진의 약점을 잡기라도 한 듯이, 잘난 체하며 몸을 곧게 펴고는 이진을 내려다보았다.“이 디자인마저도 니키 씨를 모방한 거라고 하실 건 아니죠?”“당장 내놔요!”이진은 잠깐 사이에 가방이 빼앗겨 기분이 불쾌했는데, 헬렌의 태도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진은 인내심이 바닥났지만, 애써 참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제가 니키든 아니든 당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이곳은 제 병실이지, 당신이 소란을 피워도 되는 곳이 아니에요. 당장 나가지 않으시면 사람을 찾아 당신을 쫓아낼 겁니다.”“그래요?”헬렌은 오기 전에 이미 이진과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서, 이진의 협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더욱이, 헬렌은 자기의 손에 이진의 가장 큰 약점이 쥐어져 있다고 생각했다.헬렌은 손에 든 디자인 원고를 날리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당신이 니키라는 신분이 들통나는 게 두렵지 않다면 맘대로 하시죠. 전 당장 이 소식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미칠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당신이 가장 걱정되었던 윤이건 씨한테도 모두 말해줄 겁니다.”이진은 이건의 이름을 듣게 되자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이것을 알아차린 헬렌은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더욱 득의양양했다.‘이진 씨는 내가 만나 본 젊은이들 중에서 가장 똑똑하긴 해. 하지만 너무 어린 게 문제야.’헬렌은
이 비서는 이진을 한번 보고는, 얼른 헬렌의 손목을 잡고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이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지만 긴장되기도 했다.“이건 씨.”“먼저 푹 쉬어.”이진이 머뭇거리는 것을 알아차린 이건은, 긴 손가락으로 이진의 입술을 막았다.“아직 밥 못 먹었지? 내가 나가서 사 올까?”“좋아요.”이진이 망설이며 대답하자, 이건은 바로 병실을 나섰다.‘이건 씨도 분명 눈치채셨겠지.’이진은 이건을 속인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이건 씨라면 나를 아무리 믿어도 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셨을 거야.’어쩌면 이진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한편 이 비서한테 잡힌 채 병원의 뒤정원으로 끌려간 헬렌은 완전히 미쳐버렸다.“절 왜 이곳에 데려온 거죠? 도대체 무엇을 할 생각이에요? 윤이건 씨는 어디 계신 거예요? 전 당신 같은 부하 말고 윤이건 씨와 직접 얘기할 겁니다.”“여기서 기다리세요. 제가 당신을 데리고 이곳에 온 건 대표님의 명령입니다.”이 비서는 전혀 신견 쓰지 않은 채, 헬렌이 몸부림을 칠수록 그녀의 손목을 잡던 손에 더 힘을 주었다.헬렌은 곧 자신의 힘으로 이 비서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잠시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윤이건은 이진과 다르기 때문이다.‘이진 씨는 나한테 약점이 잡혀 쉽게 움직이진 못하실 거야. 하지만 윤이건 씨는 달라.’헬렌은 진작에 부하들을 시켜 이건에 대해 알아보았다.그 결과 헬렌은 이건이 얼마나 매서운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어쩌면 이건의 유일한 약점은 이진뿐일지도 모른다.헬렌은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이 비서가 방심한 틈을 타 신속하게 달려가 비꼬듯이 말했다.“윤 대표님은 방금 저희 대화에 관심 없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왜 굳이 비서를 시켜 절 이곳에 데리고 온 거죠? 혹시 당신도 이진 씨의 비밀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헬렌은 팔짱을 낀 채 이건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고는 잘난 척을 했다.‘어쩌면
“궁금하신 게 그거예요?”이진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멍하니 눈앞의 이건을 보고 있었다.‘내가 물어볼 기회를 줬는데도 안 물어보다니, 일부러 화나지 않은 척하시는 걸까?’“이게 작은 일이야?”이진이 더 생각하지 전에, 이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난번에도 불규칙적인 식사로 입원했었으면서, 고작 며칠 사이에 또 자기 몸을 이렇게 무너뜨린 거야? 입원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고, 왜 자꾸 입원을 하는 거야.”이건은 한바탕 이진을 혼내고는 또다시 뭔가를 물었다.“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출장을 갔다고 하지 않았어? 최근에 AMC에 출장을 갈만한 일은 없었다고 들었는데.”‘역시 물어볼 줄 알았어.’ 이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더 이상 숨기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지금 이건 씨한테 알려주지 않아도, 신제품 발표회 날이 되면 분명 들통날 거야.’이진은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제가 출장을 간건 사실이지만, 이건 씨가 생각하는 그런 출장이 아니라 급한 불을 끄러 간 거예요. 저희 회사가 최근 해외의 한 보석 브랜드 측과 협력을 하기로 했는데, 상대방은 저희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디자인들을 모두 맘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합작을 계속하기 위해 제가.”이진은 잠시 머뭇거리고는 마음을 졸이며 말했다.“협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 친구한테 부탁해 이 디자인을 완성시킨 거예요. 그래서 며칠 동안 밤을 새우게 된 거예요.”“그래?”‘디자인과 관련된 일인가 보네?’이건은 약간 실눈을 뜨며 방금 헬렌이 떠벌렸던 말을 되새겨 보았다.헬렌의 한 말에 이진이 한 말을 더하자, 이건은 이진의 비밀이 무엇인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아직도 비밀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야.’“절 안 믿으시는 거예요?”이건이 대답이 없자, 이진은 불안한 마음에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이건 씨라면 알아들으셨겠지?’이건은 몰래 치켜든 입꼬리를 내리고는 이진의 아랫
민우의 과장된 칭찬이 끝나자, 양측은 즐거움 가득한 마음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더불어, 민우는 특별히 AMC에게 장기적인 협력 기회를 제공했다.이것은 민우가 소속된 회사에서 처음으로 국내 기업과의 장기적인 합작을 약속한 것이었다.신제품 발표회 당일, AMC는 의심의 여지 없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몇몇 기업들은 AMC를 통해 민우의 회사와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려 했다. 야심가 이기태도 마찬가지다.이기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진의 능력을 철저히 분석했다. 이기태는 이진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따라서 이진과 합작 계획을 세웠다.‘어쨌든 두 회사가 함께 진행할 프로젝트도 몇 개 있잖아. 이진의 손에 있는 돈은 남에게 주는 것보단 아버지인 나한테 주는 게 더 유리해.’AMC와 민우가 합작을 성공적으로 이어가자, 이기태는 이진의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을 확고히 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내가 놓치고 있을 리가 없잖아.’이기태는 마음을 정하고는 바로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이기태는 포기하지 않은 채 여러 번 전화를 걸었다.마침내 인내심이 바닥난 이진은 전화를 받고 물었다.“이기태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아빠한테 무슨 말 버릇이야?”이기태는 이진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라, 하마터면 욕설을 퍼부을 뻔했다.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떠올리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진아, 예전 일들은 모두 아빠가 잘못했어. 네가 제때에 계좌에 관한 일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 두 사람이 나 몰래 이런 짓을 벌인 걸 꿈에도 몰랐을 거야.”이기태는 백윤정의 개인 계좌에 관한 일을 알게 된 후부터, 다시는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지도 않았다.‘내가 바보도 아니고, 백윤정이 몰래 회사를 차린 것마저 나한테 숨겼다면, 분명 또 다른 비밀도 있을 거야.’이영과 백윤정한테 줄곧 잘해줬던 이기태는, 순간 두 사람이 이진보다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기태는 이런 생각을 하고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이진아.”“지금 그 얘기를
특히 이기태는 이진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이영을 버리려고 했다.이영은 가슴 아파하며 이기태를 실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아빠, 아직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이진이가 없었다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될 리가 없어. 맨날 엄마 탓하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해? 차라리 이진을 탓해, 이진이 아빠 회사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아빠도 굳이 걔한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잖아.”“네가 뭘 알아?”이기태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기태는 진작에 이영이 이진과 SY테크놀로지의 기술을 쟁탈한 일을 들었다.자신감이 넘치던 이영은 그래봤자 이진에게 지고 말았다.두 딸 중 이진이야말로 정말 능력이 있는 아이였다.‘내가 애초에 이진이한테 좀 더 잘해줬더라면, 이진이도 나와 사사건건 맞서지 않았을 거야. 아마 내 유능한 조수가 되어 내 회사를 물려받았을 지도 몰라.’이런 생각에 이기태는 백윤정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모두 이 여자가 중간에서 이간질해서, 판단을 잘못해 이진처럼 좋은 딸을 놓치게 된 거야!’이기태는 곧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경고하는데, 앞으로 내가 하는 짓엔 일률로 끼어들지 마. 누가 감히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면 이 집에서 내쫓을 거야!”이기태가 하려는 일은, 하루라도 빨리 이진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다.이진은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진의 뒤에는 윤이건이 있고 손꼽히는 각종 회사들과 친분이 있었기에, 이진과의 사이를 완화시키는 건 절대로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한바탕 싸우고 난 이기태는, 생각이 바뀌기는커녕 오히려 이진을 따르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이기태는 이런 생각을 품고 특별히 회의를 미루고 점심시간에, 직접 요리해 도시락을 싸고는 AMC로 갔다.그 목적은 자연히 이진의 앞에 나타나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아쉽게도 이진을 만나기도 전에, AMC의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가로막혔다.이기태는 어쨌든 재경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기에, 프런트 직원이 그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그러나 규칙
“네.”만만은 조심스럽게 이진의 표정을 살펴보았다.‘대표님도 모르고 계셨나 보네. 그렇다면 이기태 씨가 혼자 보내온 것인데, 그 목적이 뭘까?’이전 이기태와 있었던 불쾌했던 일을 생각하자, 만만은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제가 이기태 씨의 최근 동향을 알아볼까요? 갑자기 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이진은 눈썹을 찡긋거리고는 문득 어젯밤의 통화를 떠올렸다.‘이기태가 내 비위를 맞추며, 점심에 도시락까지 싸왔다는 건.’이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도시락을 만만에게 주었다.“이건 네가 먹어. 먹기 싫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해결해. 아직 해야 되는 일이 있으니 이만 나가 봐.”“이기태 씨에 괜해 조사할까요?”만만은 최초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이진은 눈앞의 도시락을 힐끗 보고는 깔끔하게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조사하는 것보다 전화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야.’이기태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의를 보인 것이다.만약 이기태가 통화 중에 거짓말을 한다면, 이진도 더 이상 이기태를 대꾸하지 않으려고 했다.사무실 문이 닫히자, 이진은 곧이어 이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놀란 듯한 말투를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아, 아빠가 준 도시락은 받았어? 내가 임 비서를 시켜 너한테 주라고 했는데, 어때? 어렸을 때와 맛이 똑같지?”“그것들은 제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음식이지, 지금은 안 좋아해요.”이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어, 이기태의 열정을 무시하였다.이기태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진아, 아빠한테 전화한 이유가 뭐야?”“이 말은 제가 당신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이진은 비아냥거리며 대답하고는, 머릿속으로 뭔가를 생각하더니 날카로운 말투로 물었다.“어제저녁에는 밥 먹자고 연락하시고, 지금은 또 도시락까지 싸오신 건 도대체 무슨 목적이신 거죠? 혹시
이진은 근심이 가득 쌓여, 마침 위로가 필요하던 참이었다.이건이 먼저 나서서 위로해 주자, 이진은 기세를 몰아 이건의 목덜미를 껴안았다.그리고 최근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걱정거리를 모두 이건에게 들려주었다.“이기태 씨가 합작한 후에 다른 짓을 벌일까 봐 두려운 거야?”이건은 단번에 이진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난 이기태 씨가 그런 행동을 벌이진 않을 것 같아. 두 회사가 합작하는 건 한배에 탄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회사를 중요히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회사를 가지고 널 끌어내리진 않을 거야.”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태에게 그럴 용기가 없을 것이다.‘만약 이기태가 이진을 끌어내리려 한다면, 이진이 손을 쓰기도 전에 내가 이기태한테 그 후과를 제대로 맛보게 해줄 거야.’이건은 고개를 숙이더니 이진의 이마를 가로막은 긴 머리를 넘기고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야.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은 너야. 만약 이기태 씨와 합작을 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면, 내가 YS그룹을 이용해 우리 자기만을 위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줄 수도 있어.”이진은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이건의 말에 동의할 것은 아니지만, 이진에게 엄청난 안정감을 준 건 사실이다.‘이건 씨도 있는데, 내가 굳이 두려워할 건 없잖아?’이진은 그제야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진이 GN그룹과의 합작에 관해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보석 브랜드 측의 초대를 받아 보석 패션쇼에 참석하게 되었다.이진은 아름다운 얼굴에 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길쭉한 데다가, 모델 못지않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민우와 몇 명의 대표들은 한차례 협상을 거쳐, 전문적인 모델을 청하는 것보다는 이진을 직접 패션쇼에 출전시키기로 결정 내렸다.그들은 이진을 설득하기 위해, 엄청난 조건을 제기하기도 했다.물론 이진의 결정을 좌우 지한 건 그들의 조건이 아니라, 패션쇼에 참석한 또 다른 보석 디자이너의 이름이었다.그 사람은 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