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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재회

하연은 싱긋 웃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쪽 정의의 사도잖아요. 어제 그 자식들이 먼저 그렇게 심한 말을 했으니 저였어도 그놈들 곤죽을 만들었을 거예요.”

“여자애가 함부로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되죠. 이런 일은 남자한테 시켜요.”

이윽고 남자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예요?”

“최하연. 여름 하 제비 연이에요.”

“음, 기억해 둘게요.”

“그러는 그쪽은요? 이름이 뭔데요? 계속 그쪽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남자는 싱긋 웃으며 의아함 가득한 눈으로 하연을 빤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내 이름 알고 싶으면 모레 오후 세 시 반 서문에서 봐요. 그때 알려줄게요.”

“뭐야!”

하연은 불만 투로 중얼거렸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손을 흔들었다.

“모레 세 시 반, 잊지 마요.”

하연은 떨떠름해서 입을 꾹 다물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날이 자꾸만 기다려졌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무척 늦게 흘러갔다. 2년 같은 이틀이 지나 세 번째 날이 되자 하연은 아침 일찍 치장하고 예쁜 옷을 골라 입고는 오후 1시부터 서문에서 남자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남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기대가 점점 실망으로 변했고, 또 어느덧 2년간의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지만 기다리는 남자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평생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2년 뒤, 하연이 졸업하고 F국으로 돌아갈 때 비행기 안에서 또 그 남자를 만났다.

양복을 쫙 빼 입고 광택 나는 구두를 신은 남자의 모습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조각 같은 얼굴에는 더 이상 가볍고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가 아닌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라 저도 모르게 잘못을 뉘우칠 뻔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사람이잖아?’

“이봐요, 잠깐만요.”

하연은 남자에게 다가가 막아서더니 분노와 서러움이 섞인 말투로 투덜댔다.

“2년 전에 왜 약속 안 지켰어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하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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