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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사별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지만 과거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음이 살짝 불편했다.

“어느 집으로 계약했어?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박수혁은 share 패션쇼장에서 요트를 사달라며 소은해에게 애교를 부리던 소은정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선물도 해주지 못했다. 이 기회에 작은 집이라도 한 채 받는다면 그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죄책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소은정은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물? 이렇게 호탕한 사람인 줄 몰랐네. 엑스 와이프한테 이렇게 큰 선물을 다 주고.”

소은정의 가시 박힌 말에 미간을 찌푸리던 박수혁이 뭔가 말하려던 순간, 소은정은 말을 이어갔다.

“당신 말대로 난 와이프였던 사람이야.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거지. 당신 선물 받을 이유도 받고 싶은 마음도 없어. 당신 가족들이 알아봐. 이혼까지 하고 아직도 당신 등골을 빼먹는다고 욕하겠지.”

말을 마친 소은정은 매니저를 돌아보았다.

“바로 계산할게요. 디스카운트 없이요.”

이 정도 푼돈에 박수혁의 눈치를 보고 싶은 마음도, 그 가족들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의 팽팽한 기싸움에 매니저는 조용히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이번 계약을 성공시켜 실적을 챙기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대표님이 허락하실까?

이때 박수혁 뒤에 있던 이한석이 눈치를 주자 매니저는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박수혁이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순간, 급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 민영이 교통사고 났대. 출혈이 심해서 지금 응급실로 이송됐어.”

바로 옆에 서 있던 소은정도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서민영의 이름만 들으면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교통사고? 하필 지금...

미간을 찌푸리던 박수혁이 대답했다.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

전화를 끊은 박수혁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민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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