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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고 전무는 고세리가 말을 많이 했다가 무슨 사달이라도 날까 봐 그녀를 잡아당겼다. 까딱 잘못하면 회사 초기 멤버였던 그도 쫓겨날 위기였다. 고 전무는 사태를 파악하고 얼른 아부했다.

“대표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자초지종을 잘 파악하지도 않고 섣불리 대처했으니 온 비서님께 실례가 많았습니다.”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이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말투는 여전히 엄숙했다.

“고 전무님은 아셨지만 조카 되는 분도 알았을까요?”

고 전무가 고세리를 앞으로 당겨오며 말했다.

“온 비서님께 큰 실례를 끼쳤으니 얼른 사과해. 그리고 앞으로 더는 헛소리하지 말고.”

고세리는 뺨을 맞은 것도 억울한데 사과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했다.

“삼촌,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 싫어요!”

고세리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다.

고 전무는 이현을 힐끔 살폈다. 이현은 이미 인내심을 잃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여진그룹에서 이현이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피를 보고 싶지 않으면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상책이었다.

고 전무는 냉큼 고세리의 뺨을 후려갈겼다.

“제멋대로 굴지 마. 얼른 사과해. 아니면 여기 계속 무릎 꿇고 있든지!”

고 전무는 한 번도 고세리를 때린 적이 없었다. 늘 이쁨을 받고 자란 고세리는 처음 삼촌이 이렇게 불같이 화내는 모습을 봤다. 깜짝 놀란 고세리가 얼굴을 부여잡고 지유를 힐끔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온, 온 비서님, 제가 눈에 뵈는 게 없이 말실수를 했어요. 죄송합니다.”

진예림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 전무도 지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현은 지유를 지켜주기 위해 고 전무의 체면도 마다했다.

이현이 지유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유에게 눈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진예림은 깨닫게 되었다.

지유도 이현이 무조건적으로 자기를 도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비록 이현이 친분보다는 도리를 따져야 한다고 했지만 이현도 무의식적으로 그녀 편에 서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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