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거리는 윤정의 모습에 지유는 오히려 웃음이 터졌다.“윤정 씨 말만 들어보면 대표님이 저랑 만나는 줄 알겠어요.”윤정은 착각인지 뭔지 몰라도 두 사람의 사이가 약간 묘하다고 생각했다.“대표님 확실히 온 비서님을 많이 챙기는 것 같아요.”윤정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두 분은 못 느끼실 수 있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달라요. 노승아 씨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두 사람 사이 망치게 둘 수는 없어요.”윤정은 지유가 이현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아이고, 윤정 씨, 헛다리 짚지 마요.”지유가 윤정의 머리를 톡 건드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저랑 대표님은 아무 사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하는 헛소리 새겨듣지 말아요. 대표님이 누굴 만나든 저랑 아무 상관 없어요. 이런 말은 앞으로도 하지 마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또 소문이 이상해지니까.”윤정이 이마를 매만지며 말했다.“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 안 하죠. 근데 다른 사람이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하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예요.”아무리 회사에서 지유가 부정당한 방법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소문이 파다해도 윤정은 믿지 않았다.윤정이 아는 지유는 정직하고 부드럽고 부하를 잘 챙기는 사람이지 그런 비열한 방법을 쓸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윤정은 지금 퍼지고 있는 지유에 관한 소문이 뒷담화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질투로 인해 헐뜯는 소리라고 생각했다.지유는 그 뉴스가 진짜여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티를 내서는 안 된다.지유는 요즘 이현이 자기와 점점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업무든 생활에서든 서로 간의 대화가 줄어들었고 가끔은 선택적으로 그녀가 한 말을 무시하기도 했다. 같이 퇴근하는 경우도 줄어들었고 요즘 계속 서재에서만 잠을 자면서 침실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아마 이현도 뉴스를 보고 속으로 승아에게 명분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그녀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걸 수도 있다.지유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실망했다.…“이런 염치없는 년을 봤나
“아니야.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겠어. 아직도 나를 몰라? 내가 어떻게 너를 탓해?”지유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말했다.“이 결혼은 처음부터 계약 결혼이었어.”“뭐?”지희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너 한 번도 나한테 얘기한 적 없잖아. 여이현이 왜 너랑 계약 결혼을 해? 뭔가 이상한데?”지유가 말했다.“내가 전에 너한테 그랬잖아. 이현 씨 할아버지가 나를 좋아해서 이현 씨와 결혼하기를 바랐다고. 나도 그때 핍박에 의해 이현 씨와 결혼한 거야.”지희도 그때 이 결혼을 의아하게 생각했다.지유가 이현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지금 보니 그렇게 갑자기 결혼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잠깐만, 나 진정 좀 하자.”지희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너와 여이현은 계약 결혼인데 여이현 할아버지가 결정한 거다? 여이현은 너를 좋아하지 않지만 할아버지 때문에 너랑 결혼한 거고…”“근데 이것도 이상한데. 여이현이 집에서 뭐라고 한다고 들을 사람이야? 그리고 그땐 잊지 못하는 첫사랑도 있었잖아. 왜 순순히 너랑 결혼한 거지?”지희는 턱을 매만지며 이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나도 그 생각 했었어. 근데 이 계약 결혼의 존속 시간은 3년이야. 3년이 지나면 우린 이혼할 거고.”“그럼 그 기한이 다 되어가네.”이를 들은 지희는 더 마음이 아팠다.“그래도 아직은 여이현의 법적 와이프니까 이 정도인데 이혼이라도 하면 노승아가 얼마나 더 기고만장하게 나올까? 이혼해도 넌 여이현 수행비서로 있을 텐데 노승아가 여이현과 결혼해서 여씨 집안 사모님이라도 되면 널 얼마나 괴롭힐 거야. 안돼, 절대 안 돼.”지희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지유가 웃음을 터트렸다.“내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왜 이혼해도 내가 이현 씨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결정한 거야? 이혼하면 여이현 곁을 떠나게?”지희가 물었다.지유는 차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말했다.“네가 그랬잖아. 사람은
“허투루 하는 거 걸리기만 해봐요. 다들 잘리고도 남을 테니까.”승아의 매니저 예진이 우쭐거리며 점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이렇게 으름장을 놓는데 누구도 홀대할 엄두를 못 냈다. 점장이 굽신거리며 이렇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고객님이 원하시는 드레스는 정성을 다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내일은 여진그룹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자선 행사에요. 그 자리에 입어야 하는 드레스니까 내일 전에 완성해야 할 거예요.”예진이 이렇게 덧붙였다.점장은 약간 난감했다. 드레스를 얼마나 많이 고쳤는데 매번 그냥 넘어갈 때가 없었다.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한 그녀였지만 이렇게 깐깐하게 하나하나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여러 번 고쳤으니 된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퇴짜를 받았다.점장이 이렇게 말했다.“드레스를 가져다드린지도 며칠은 되는데 이제야 가져오시니 좀 난감하네요. 수작업으로 완성한 드레스라 수선하려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데 아마 시간이 빠듯할 것 같네요.”예진은 이런 말을 새겨들을 사람이 아니었다.“그럼 하던 일 다 멈추고 우리 승아 언니가 입을 드레스에만 집중하면 되잖아요. 허투루 할 생각 마요. 이 행사 우리 승아 언니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리란 말이에요. 제때 완성하지 못해서 행사에 차질이 생기면 이 매장 닫아야 할 수도 있어요.”승아가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한 다음부터 예진은 여씨 집안 사모님 자리를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해 말하는 것도 점점 거만해졌다.점장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약 이 드레스에 수놓은 꽃을 완성하려면 다른 고객이 예약한 드레스가 늦어지게 된다. 그러면 다른 고객의 클레임도 뒤따라오게 될 것이다.신뢰를 제일 중요시하는 매장이니 점장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예진은 점장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손에 들었던 쇼핑백을 카운터에 올려놓으면 이렇게 말했다.“내 말이 어려워요? 사태 파악 좀 해요. 다른 사람은 밉보여도 괜찮은데 여씨 집안 미래 며느리한테 밉보이면 좋을 게 뭐에요?”점장도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를 들은 지희가 깜짝 놀라며 지유를 바라봤다.“지유 네 말은 이번에 여이현과 스캔들을 터트린 게 커리어를 위해서라는 거야? 정말 대단하다.”“여이현 씨처럼 든든한 백이 말까지 잘 듣는데 너라면 안 기대고 배기겠어?”지유가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물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든 그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흔치 않은 기회라 놓치면 다시 없다.지희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이렇게 술술 풀리게 놔둘 수는 없지.”두 사람은 그렇게 매장으로 들어갔다.“어? 지희 님, 지유 님.”난감해서 어쩔 줄 모르던 점장이 두 사람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열정적으로 맞이했다.“왔어요?”점장은 지희와 아는 사이었다. 점장은 유명한 디자이너라 지희와 같은 업계나 마찬가지였다. 점장이 설계한 옷은 패션위크에 수도 없이 올라갔다. 패션계에서도 유명했고 많은 연예인이 점장이 설계한 옷을 입고 레드카펫을 걸었다.지희가 말했다.“우리 드레스 고르러 왔어요. 나 한 벌, 지유 한 벌. 예쁘고 귀티 잘잘 흐르는 걸로 주세요. 전 세계에 단 한 벌 있는 거 있잖아요. 특히 지유는 조금 더 신경 써서 골라주세요.”점장이 웃으며 말했다.“그런 걸 찾는다면 참 잘 왔어요. 우리 매장의 오트 쿠튀르랑 신상은 아직 공개하기 전이라 모델도 입어본 적이 없어요. 두 분이 오셨으니 특별히 공개하는 거예요.”지희는 구미가 당겼다.“그래요? 그럼 한번 볼까요?”점장이 이렇게 말했다.“이쪽으로 와요.”지희가 지유를 밀며 말했다.“얼른 가. 이번에는 너를 위해서 온 거니까 꼭 맞는 거 골라야 해.”점장이 그들을 데리고 다른 공간으로 향했다. 안은 꽤 컸지만 옷은 적었고 하나같이 하얀 천에 가려져 있었다.“여기에요.”점장이 하얀 천을 거두자 열몇 벌의 드레스가 보였다. 모두 점장이 새로 디자인한 드레스였고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다.이 부분이 전문 분야인 지희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드레스들이 너무 예쁜데요?”“먼저 보고 있어요.”지유는 점장이 설계한 드레스를
지유는 이 드레스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바로 피팅룸으로 향했다.지희는 옆에서 기다리며 자기가 입을 드레스를 골랐다.지유가 나오자 고개를 돌린 지희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지유를 보고 넋을 잃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귀티 나고 도도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희가 이내 박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지유야, 너 정말 너무 예쁜 거 아니야. 나 반했어 진짜.”지유는 얹었던 머리를 풀었다. 빨간 드레스가 그녀의 하얀 피부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 튜브톱 드레스가 지유의 완벽한 가슴라인을 감싸고 있었고 한 손에 들어올 듯 가는 허리는 라인이 죽여줬다. 치맛자락에 수놓은 장미는 마치 생화처럼 생생했다.이 드레스의 최대 장점은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여자의 풍만함과 연약함을 완벽하게 받쳐주었다.지희는 그런 지유가 마치 덤불 사이에 빨갛게 피어난 탐스러운 장미 같다고 생각했다.꽃이 사람을 받쳐준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사람이 꽃보다 더 어여뻤다.지유는 거울 앞에 서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여자의 성숙함이 더해진 것 같았다.“나도 괜찮은 거 같아.”마침 안으로 들어온 점장이 드레스를 입은 지유를 마주했다. 뒷모습만 봤을 뿐인데도 완벽한 호접골과 허리 라인에 눈앞이 환해졌다. 드레스가 주인을 찾았다는 생각에 점장은 기분이 좋아졌다.“지유 님, 정말 너무 예뻐요. 제가 이 드레스를 설계할 때는 어떤 느낌도 받지 못했는데 지유 님이 입으니까 정말 지유 님을 위해 설계한 드레스네요. 아직 완성하기 전이긴 하지만 영감을 받았으니 완성하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과찬이에요.”지유가 치맛자락을 살짝 들며 거울 속에 눈부시게 예쁜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다.“아직 완성하기 전이라니 일단 벗을게요.”지희는 드레스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에 매우 아쉬워했다.“이윤 점장님, 오늘 저녁에 혹시 완성될까요?”“어려울 것 같네요. 노승아 씨만 다그치지 않았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노승아 씨 드레스가 디자인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요. 여러 장인이 같이 수
지유가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이현이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현은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요즘 행사 준비에 열을 올리긴 했지만 해야 될 일은 회사에서 마쳤기에 집에 와서까지 일에 몰두할 필요는 없었다.이현은 고개를 들어 지유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야?”“내일 여진그룹에서 하는 행사, 나도 가려고요.”이 말에 구미가 당긴 이현은 시선을 지유에게로 돌렸다.“이런 행사 참석하기 싫어했잖아.”지유가 이런 행사를 싫어하는 건 맞았다. 너무 눈에 튀기도 했고 시끌벅적한 걸 싫어해서였다.전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부터는 필요할 것 같았다.지유가 웃으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변할 때도 있잖아요.”“그래.”이현이 대답했다.“드레스 준비하라고 할게.”“괜찮아요. 이미 골랐어요.”지유는 이현을 힐끔 쳐다보며 한마디 덧붙였다.“당신 카드 긁었어요.”이 말을 뒤로 지유는 서재에서 나갔다.이현은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 하지만 자기 카드를 긁었다는 말에 이현은 입꼬리가 올라갔다.…여진그룹 자선 행사에는 많은 손님이 몰렸다.밴이 하나둘씩 현장에 도착했다.지유는 아직 드레스룸에서 화장하고 있었고 안에는 다른 연예인도 함께였다.여성 손님들에게 꾸밀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단독으로 드레스룸을 만든 게 참 스윗했다.지희를 기다리던 지유는 승아와 마주쳤다. 생얼이었고 차림새가 매우 소박했다. 옆엔 일고여덟 명의 매니저를 대동하고 걸어왔다. 보아하니 승아도 오늘 여기서 화장하려는 듯 보였다.승아는 지유의 옷차림을 확인했다. 까만 슈트에 머리를 얹은 모습이 평소에 비서로 일하던 모습과 같았다. 이에 승아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은 다 예쁘게 단장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요? 설마 오늘 행사 참석 안 하는 거예요? 아니면 오빠가 초대 안 한 건가? 그냥 여기서 스태프로 있으래요?”“노승아 씨, 저는 괜찮으니 신경 좀 꺼주실래요?”지유가 차갑게 쏘아붙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드레스룸 전체가 들릴 정도였다.장다희가 웃으며 손에 든 레몬수를 마셨다. 지금 들리는 그 결과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승아와의 접점은 별로 없었지만 요새 그녀의 스케줄을 뺏는다는 소식이 들려서 기억은 하고 있었다.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오트 쿠튀르를 입고 싶어 그녀 앞에 끼어든 건 너무 심했다. 막무가내로 끼어들었는데도 결국 입지 못했으니 그녀는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이윤은 지금 안에 같이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수선을 마친다 해도 승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욕을 바가지로 먹을 테니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저희도 할 만큼 했어요…”“할 만큼 하긴 뭘 해요? 다른 건 멀쩡하던데 우리 승아 언니 것만 이따위로 만들었잖아요. 일부러 그런 거죠?”“오해에요.”싸우는 소리에 승아가 걸어 나오더니 활짝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싸워?”예진이 말했다.“언니, 드레스 아직 완성 전이래요. 조금 있다 입어야 되는데 어떡해요. 밖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이 드레스를 입지 못하면 비웃음을 받을 게 뻔한데. 그걸 어떻게 두고 봐요.”승아는 예진과 이윤을 번갈아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난 또 무슨 일이라고. 예진아, 점장님 난감하게 하지 마. 백업으로 가져온 드레스 입으면 되지. 모양새가 우스워지면 우리만 손해 보는 것도 아니잖아. 화낼 거 없어.”이윤을 직접적으로 탓하진 않았지만 말뜻을 캐보면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이를 이윤이 모를 리가 없었다.승아의 체면을 세워주지 못하면 이현에게 밉보이게 되는 거겠지.지희가 이렇게 말했다.“지유야, 저것들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여기가 집이라도 되는 줄 아나?”승아는 연기에 능한 사람이었다. 순진무구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뒤에서는 누구보다 음흉했다.이윤은 지금 매우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유는 이윤이 밤새 수선해 완성한 드레스를 보며 지희에게 물었다.“너 점장님한테 큰소리쳤지?
승아의 매니저가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오더니 승아에게 귓속말을 전했다.“언니, 온지유 저 여자가 한 짓이래요.”그 말에 승아의 시선이 지유에게로 향했다.지희와 얘기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그녀의 모습에 잔뜩 약이 오른 승아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쪽으로 다가갔다.‘나 골탕 먹이려는 사람이 너였어?’승아는 지유가 머리 세팅도 하고 메이크업도 받으려고 하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혹시 지금 저 보라고 꾸미는 거예요? 아니면 오빠가 한 번이라도 봐줬으면 해서 꾸미는 거예요?”지희의 스타일리스트가 해주는 대로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던 지유는 거울로 승아가 잔뜩 비꼬며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항상 지유 앞에서만 이러한 본색을 드러내고는 했다.지유는 그녀를 힐긋 보고는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고 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착각도 자유네요. 제가 꾸미는 건 오로지 저를 위한 거예요.”“말은 잘하네요. 그러면 제 드레스 수선은 왜 방해하려 했는데요? 예진이가 원장님하고 얘기하는 거 듣고 기분 나빠져서 수선 못 하게 막은 거잖아요?! 파티에서 저만 스포트라이트 받을까 봐 불안하기라도 한 거예요?”그 말에 옆에 있던 지희가 입을 열었다.“이봐요, 노승아 씨, 혹시 피해망상증이라도 있어요?”그러자 승아가 도끼눈을 뜨고 지희를 바라보았다.“지금 대화 중인 거 안 보여요? 그쪽은 끼어들 주제가 안 되니까 빠져요.”“대체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 활개를 치는지 모르겠네, 그래봤자 불륜녀인 주제...”짝.지희의 비아냥거림에 승아가 바로 뺨을 내리쳤다.“네가 뭔데 나를 모욕해?”얼떨결에 뺨을 맞은 지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승아가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뺨을 맞은 사람이 승아인 줄 착각할 수도 있을 장면이었다.“이게 감히 나한테 손을 대?!”흥분한 지희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자 승아의 매니저들이 우르르 달려와 그녀를 포박하고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그 모습에 지희와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