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희는 이상철의 부름을 받고 그룹에 회의를 하러 갔다. 회의 도중에 경주의 전화를 받았다. 죽지 않았다면 동교 쪽 봉황호 별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회의를 마치 지도 못한 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이씨 그룹을 떠났다. 이유희는 경주의 별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뭐야?”현관문에 들어가지도 전에 마치 화산이 곧 폭발할 것 같은 짙은 연기가 집 전체에 퍼졌다. 이유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지며 정신없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결국 뒷마당에서 철제 양통에 무언가를 태우고 있는 경주를 발견했다.불 옆에 서 있는 경주의 잘생긴 얼굴은 창백했다. 찌푸려진 눈썹에는 한없는 슬픔이 있었고, 불빛에 비추어진 얼굴은 마치 폐허 한가운데 서 있는 비참한 조각상 같았다. 이유희는 당황한 나머지 재빨리 경주에게 다가갔다.“경주야, 경주야. 왜 그래? 뭘 태우고 있어?”말을 마치기도 전에 경주는 다른 물건을 불길 속으로 던졌다. 이유희가 자세히 보자 김은주와 경주의 사진이었다.“내가 투약 당한 후, 날 여기로 데려온 게 너야?”경주는 차갑게 말했다.“맞아, 난 여기밖에 몰라, 네가 전에 자주 왔잖아?”이유희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말했다.“네가 그렇게 됐는데 관해 정원으로 보낼 수 없잖아. 집에 가기 불편한 것 같아서 이곳으로 데려왔어.”경주는 차갑게 눈을 치켜들었다.“구아람, 네가 불렀어?”“맞아, 네가 정신을 못 차릴 때 계속 아람이만 불렀어. 친구인 내가 당연히 도와줘야지. 그래서 거짓말을 해서 아람을 속였어.”이유희는 두리번거리며 의아한 듯 물었다.“아람은? 갔어?”쾅-경주는 시뻘건 눈빛으로 이유희를 노려보더니 화를 내며 불타는 쇠통을 걷어찼다. 불똥이 이유희의 몸에 튀자 이유희는 팔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여전히 수억 원의 셔츠에 구멍을 내고 앞머리도 탔다.“젠장, 신경주, 너 미쳤어? 나까지 태울 거야? 내가 종이 인간이야?”이유희는 화를 내며 몸에 있는 불꽃을 끄느라 바빴다. 경주의 몸이 회복되지 않
“경주야!”이유희는 소리를 지르며 경주를 부축하고 싶었다.“왜 그래? 몸을 왜 떨어? 추워? 경주야.”“유희야, 그거 알아?”경주는 바닥을 누른 손을 꽉 쥐고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산산조각이 된 듯했다.“아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 건 나와 김은주의 과거야. 사진을 본 순간 깨달았어. 난 끝났어. 우리 끝났어.”“안 끝났어! 안 끝났어! 누가 끝났대?”이유희는 경주가 사랑에 아파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다 내 탓이야, 내 잘못이야! 네가 바쁘고 몸도 안 좋은데 이걸 신경 쓸 시간이 있겠어? 다 내 탓이야. 모두 내 잘못이야! 지금 당장 아람을 찾아가서 설명할게!”경주는 이유희를 잡고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결국 다 나 때문인데 설명한다고 소용 있겠어? 설명하면 아람의 상처가 사라져?”“경주야.”이유희는 한숨을 쉬며 울컥했다. 이 세상에서 경주보다 더 씁쓸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이유희는 경주를 위층으로 올려보냈고, 경주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경주의 트라우마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다행히 이유희 앞에서 발작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발작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을 것이다. 경주는 10년 넘게 노력한 끝에 얻은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유희는 계단에서 내려오자 때마침 한무를 봤다.“이, 이 도련님.”오는 길에 한무는 전화로 이 소식을 들었다. 순간 죄책감에 얼굴이 붉어지며 눈물을 흘렸다.“네 탓이 아니야. 이 일은, 참!”이유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했다.“내일 구아람 씨를 찾아서 해명할게요. 신 사장님을 용서해 주지 않으면 제가 사표를 제출할게요.”한무는 눈을 비비며 마음을 먹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경주 곁에서 10년 넘게 있었는데, 경주가 널 잃으면 밥도 안 넘어갈 거야.”이유희는 이마를 잡았다.“내가 실수한 것이니 내가 해결할게. 하지만 아람이 날 만나주려나? 그동안 경주를 잘 챙겨줘. 아픈 일은 누구에게도 알
“유희 오빠!”이유희가 돌아온 것을 보자 신효정은 품에 달려들었다. 두 팔 두 다리로 이유희를 안고 있는 모습은 마치 코알라와 같았다.“여보라고 불러.”이유희는 다정하게 말했다.“음, 여보.”신효정은 얌전하게 호칭을 고치며 얼굴을 붉혔다.이유희는 두 손으로 신효정의 엉덩이를 잡고 차가운 입술로 키스를 했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꽁냥거렸다. 이유희는 신효정을 안고 방으로 돌아가 옷을 벗겨주고 샤워하러 갔다.“음, 나 혼자 씻고 싶어.”신효정은 이유희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혼자 씻으면 힘들어. 남편이 씻어줄게.”이유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싫어, 싫어. 같이 씻으면 힘들어. 운동을 많이 해야 해.”“응? 나랑 운동하기 싫어? 싫어?”이유희는 장난스럽게 눈을 부릅떴다.“아니, 좋아.”신효정의 붉은 얼굴은 복숭아 같았다. 피곤한 이유희는 눈도 뜨지 못했다. 하지만 신효정을 보자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두 사람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거대한 욕조에 몸을 담갔다. 이유희는 신효정의 허리를 잡고 안으며 원하는 것을 주었다. 신효정이 이유희와 사귄 후 담도 커졌고 가슴도 커졌다. 그들은 성적으로 놀랍도록 합이 맞았다. 신효정과 함께라면 이유희는 모든 문제를 잊고 전심으로 빠져들 수 있다. 신효정은 이유희가 직접 가르친 것이니 유용했다.그 후 이유희는 신효정을 안고 물속에서 나왔다. 부드러운 타월로 감싸고 큰 손으로 신효정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고 세면대에 올려놓아 머리와 몸을 닦아주었다.신효정은 이유희의 보살핌을 누리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편안함을 느껴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발을 즐겁게 흔들었다. 오늘 밤 이유희는 말이 적었다. 심지어 유혹적인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여보?”신효정은 가볍게 불렀다. 이유희는 정신을 차리며 미소를 지었다.“무슨 일이야, 여보?”“기분 안 좋아?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신효정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 이유희는 참지 못하고 솔직하게 말했다.“응
“새언니와 둘째 오빠가 잔 적이 있어.”신효정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이유희는 순간 멍했다.“잤다는 게 무슨 뜻이야?”“대략 2년 전에.”신효정은 입술을 물고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하게 말했다.“2년 전 어느 날 밤, 내가 잠을 설쳐서 집에서 돌아다닐 때 새언니가 둘째 오빠의 방에 들어가는 걸 봤어. 그때 오빠가 새언니를 좋아하지 않아서 같은 방을 쓰지 않아. 새언니가 오빠에게 시집간 3년 고생을 많이 했어. 오빠를 사랑하는 것이 보이는데 다가갈 용기가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묵묵히 오빠 곁을 지켰어. 밤에 오빠가 집에 없을 때, 오빠의 침대에서 누워있고 몰래 셔츠도 입어보고, 향수도 뿌렸어. 오빠는 전혀 몰라. 새언니는 정말 오빠를 많이 사랑했어. 비참하게 사랑했어. 보는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팠어.”신효정은커녕 듣고 있는 이유희도 가슴이 아팠고 아람이 아까웠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사랑하는 사람을 잊은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 가질 수 없는 것이다.“그날 밤 새언니가 둘째 오빠의 방에 들어가는 걸 봤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는 술에 취해 돌아왔어. 술 냄새를 풍기며 얼굴도 열난 것처럼 빨갰어.”이유희도 조금씩 생각이 났다. 그날은 정서연의 기일이었다. 이유희는 경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친구들을 모아 파티를 했다. 그날 밤 유난히도 혼란스러웠다. 경주가 술을 많이 마셨고 필름까지 끊혔다. 그 후 이유희는 경주를 관해 정원으로 데려다주고 집사가 경주를 부축하여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이유희도 모른다.“그러고는?”이유희는 급히 물었다.“그리고, 그리고 오빠가 방으로 돌아갔어. 새언니와 오빠는 밤새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걱정되고 궁금해서 물은 열고 들어갔어. 방 문을 통해 들었어. 나...”신효정은 입을 꼭 다물고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워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유희도 눈을 부릅뜨며 깜짝 놀라 말을 하지 못했다.‘그래서 결혼했을 때 이미 잔 적이 있어? 게다가 술에 취한 경주가 와이프와
구씨 병원아람은 VIP 병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 침대에 눕고 있는 아람은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 앉아있는 구윤은 아람의 발을 무릎에 놓고 조심스럽게 상처를 치료했다. 아람은 그제야 통증이 느껴져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아람아, 어제 성주의 별장에 돌아가지도 않았고 해문으로 돌아가지도 않았어. 어디에 갔어?”구윤은 다정한 목소리로 물으며 상처를 치료해 주는 손을 떨었다. 아람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신경주를 찾으러 갔어?”경주의 이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았다. 구윤은 매번 그 이름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지운한테 들었어. 어제 신경주를 만나러 갔는데 얘기가 잘되지 않았다고. 그 후 전화를 받고 홀로 떠났어. 신경주를 찾으러 갔어?”“오빠...”한참 지나서야 아람의 허무한 눈빛이 구윤의 얼굴에 떨어지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무 싫어. 내가 너무 비천한 것 같아.”“바보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책하지 마.”구윤은 가슴이 아파서 호흡이 불안정해졌다. 몸을 숙여 아람을 안았다.“누가 감히 내 동생을 말하면 평생 잘 살지 못하게 할 거야.”신, 믿음은 물보다 진한 피인 가족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아람이 평생 순탄하고 행복하기를 원했다. 아람은 구윤의 품에 안고 울컥했다. 경주와 김은주의 사진을 볼 때 왜 충격을 받았는지 몰랐다. 마치 영혼이 부서진 듯했다.이때 간호사가 들어왔다.“구 사장님, 구아람 씨의 약을 갈아드릴 시간입니다.”“네.”구윤은 아람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일어서고 자리를 피할 준비를 했다. 간호사는 아람의 큰 병원복을 벗겼다. 안에는 실크 치마를 입었다. 하얀 맨살과 팔은 부러질 정도로 가늘었다. 아람이 어릴 때 구윤은 옷도 갈아입히고 재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 큰 소녀이기에 피해야 했다. 방에서 나가려던 순간 아람을 힐끗 보았다. 그러자 아람의 목과 쇄골 쪽에는 짙은 붉은 자국이 눈을 찔렀다. 목뿐만 아니라 가슴 위에
아람을 위해 구씨 가문 자식들은 간만에 모였다. 군대에 있는 아람의 셋째 오빠 백진만 오지 않았다.“오빠, 언니가 왜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어?”구아린은 갑에 질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임수해가 그 모습을 보자 다가가서 구아린을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도련님들이 있어 비서로서 행동하기 불편했다. 그저 그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었지만 시선은 구아린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이런 사람만이 구아린의 뒤에서 묵묵히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그래, 형. 아람은 자동차 신이야. 운전 실력이 나보다도 뛰어난데 왜 충돌을 했어? 다른 사람이 아람의 후미등도 볼 수 없을 텐데.”백신우도 의아했다. 오는 길에 걱정되었다. 중요한 임무에서 여러 번 죽을 뻔해서도 눈 깜짝하지 않던 백신우는 아람 때문에 겁을 먹었다. 구진과 구도현도 긴장한 채 구윤을 바라보았다. 복도의 분위기는 너무 무거웠다. 구윤의 얼굴은 차가웠다. 이를 악물며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형?”구진은 구윤을 찔렀다.“왜 말을 안 해?”“교통사고는 심각하지 않아. 그저 외상이고 충격을 받았어.”한참 지나서야 구윤은 분노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담담하게 말했다.“요즘 너희들이 번갈아 아람을 지켜. 수고해. 이 일은 당분간 아버지와 어머니들한테 얘기하지 마. 지금 연서 이모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어. 아람도 부담을 더하고 싶지 않을 거야.”“형, 이 말은 좀 화가 나네. 우리를 남으로 생각해?”백신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아람은 우리의 친동생이야. 챙겨주는 건 당연한 거야.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린 남아있을 거야.”“그래, 형. 아람보다 중요한 건 없어.”구진와 구도현도 맞장구를 쳤다.“둘째 오빠, 일곱째 오빠는 직장이 있잖아요. 전 아무 일도 없어요. 저와 수해 오빠가 24시간 언니를 지키고 있을게요. 오빠들은 돌아가서 쉬어요.”구아린과 임수해는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괜찮아. 이미 얘기하고 왔어.”구도현은 바로 거절하며 자책을 했다.
하지만 유지운은 여전히 구윤이 최선을 다해 숨기려는 눈물을 보았다. 그러자 잔잔했던 마음의 호수에 격렬한 파문을 일으켰다. 구윤은 자신의 차가운 얼굴에 나약한 상처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유지운의 눈에는 너무 매혹적이었다.“무슨 일 있어?”구윤은 침착하고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유지운은 여우 같은 눈을 가늘게 뜨고 구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숨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유지운은 햐얀 손끝으로 구윤의 붉어진 눈꼬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구윤의 가슴이 떨리며 호흡이 딸라졌다.“알아, 동생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거.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유지운의 정교한 입술은 구윤의 귀에 가까워졌고, 목소리는 유혹적이었다.“하지만 약속해,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 너의 공주가 걱정하게 하지 마. 그리고 나도 걱정하지 않게 해줘.”구윤은 마음속 싶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꿈틀대는 것을 느끼자 귀가 빨개졌다.“바쁜 거 아니까 사촌 형의 차는 타지 않을게.”유지운은 허리를 곧게 펴고 다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당분간 돌아갈 수 없겠네. 차라리 4S 점에 가서 차를 사야겠어. 다니기 편해. 사촌 형, 아는 사람 없어? 내가 사면 할인을 받을 수 있어?”말을 마치자 구윤은 심호흡을 하고 유지운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유지운은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시간을 줄게, 이 정도는 괜찮아.”구윤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앞으로 살짝 끌었다.“해장원에 돌아가면 지하 차고에 있는 차를 마음대로 골라.”...이틀 내내 경주는 밥 한술도 먹지 않고 물만 마셨다. 나머지 시간에는 잠을 자고 있었다. 한무는 경주의 곁을 떠나지 않고 챙겨주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매일 창문을 대고 경주가 빨리 회복하기를 빌었다. 이렇게 아픈 건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경주가 아픈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사모님을 떠난 사장님은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어? 너무 고통스럽잖아.’“한무야, 네 사장님 어때?”이유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결국, 두 사람의 결혼한 3년 동안 매일 경주 곁에 있어서 너도 잘 알잖아. 아람이 잃은 3년은 경주가 평생 갚아야 해.”한무는 충격을 받았다. 신씨 가문에서 불쌍하지만 경주 곁을 떠나지 않는 아람을 떠올리자 눈물이 흘렸다. ‘신 사장님이 고생이 많아. 하지만 사모님이 더 괴로웠겠네.’...한무는 경주가 밤에 일어나면 모를까 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방 소파에서 잤다. 이튿날 아침 깨어나서 자연스럽게 경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침대는 비었고 경주가 사라졌다.“사장님, 사장님?”한무는 당황하여 벌떡 일어나 집에서 경주를 찾았다. 이때 욕실의 문이 열렸다. 경주는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안에서 걸어 나왔다. 정교하고 반듯한 슈트, 손목시계, 넥타이, 라펠 핀. 액세서리도 모두 있었다. 강하고 차가운 카리스마도 있어 아픈 흔적도 없었다. 한무는 경주의 허약한 모습을 잊을 것 같았다.“내 얼굴이 무슨 문제가 있어?”경주는 손을 들고 단추를 채웠다. 목소리는 여전히 쉬었다. 허약한 느낌이 있지만 티가 나지 않았다.“사장님, 왜, 왜 일어났어요? 푹 쉬어야 해요!”한무는 경주의 건강이 걱정되었다.“오늘 그룹에 중요한 전략 회의가 있어서 꼭 참석해야 해.”경주는 눈썹을 찌푸리고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지었다.“젠장, 까먹었네!”한무는 이마를 치며 돌아서서 충고했다.“사장님, 지금 몸이 안 좋은 게, 오늘의 회의는 가지 마요. 억지로 버티지 마세요!”경주의 얼굴은 창백하고 손을 들어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괜찮아, 차 준비해.”...아침 10시,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신씨 그룹 건물 앞에 나타났다. 성A 9999의 번호판이 등장하자마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9999! 성주의 차 번호야! 흔하지 않아!”사람들은 의론했다.“이 번호판은 경매에 나왔었어. 마지막에 40억 넘게 경매되어서 뉴스에 나왔었어!”“헐, 번호판 하나가 40억? 가난은 상상력을 제한하네!”“너무 궁금해, 차 주인이 누구지?”“왜 물어봐? 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