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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박연희는 말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

박연희가 떠나고 조은혁은 자신의 낭패한 모습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급히 차에서 내려 뒤쫓아갔지만 박연희는 빠른 걸음으로 건너편 검은색 캠핑카로 몸을 감추어버렸다...

검은 차체가 불빛에 비쳐 오색찬란한 빛을 띠었다.

그의 연희는 차에 앉아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조은혁은 하인아로 그녀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박연희는 이미 당시의 어린 소녀가 아니라는 것을 잊었다.

마음만 모질게 먹으면 조은혁을 칼로 찌를 수도 있는데 하인아가 뭐라고 그녀를 흔들 수 있겠는가?

조은혁은 어둠 속에 서서 한참 동안 슬픔에 잠겨있었다. 그렇게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에 올라탄 조은혁은 젖은 양복바지를 신경 쓸 틈도 없이 운전석에 앉아 천천히 담배를 피우며 박연희를 생각했다.

담배 한 대를 피울 사이, 그는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시원한 드레스를 입고 10센티미터의 하이힐을 신은 하인아는 비틀비틀 조은혁의 뒤를 쫓으며 하염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대표님... 조 대표님...”

사실 조은혁은 백미러에서 그녀를 보았다.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마치 하인아를 보지 못한 듯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검은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인아의 그림자가 점점 작아지더니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하인아는 가치를 잃었다.

회사에서 푸대접을 받으며 조은혁도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일이 없었고 접대와 연회조차도 더 이상 그녀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하인아는 김 비서를 쫓아다니며 이유를 캐물었다.

그러자 김 비서는 눈을 들어 하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 갑자기 서랍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을 움켜쥔 하인아의 마음이 후들후들 떨려 났다.

사진 속 22살의 박연희는 참으로 가냘프고 섬세했다. 맑고 고운 작은 얼굴은 태양 아래서 눈부시게 빛나며 청춘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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