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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이야기가 끝나고 상대방이 먼저 자리를 떴다.

박연희는 혼자 앉아 남은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사모님.”

귓가에 점잖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박연희가 고개를 들자--

그 사람은 뜻밖에도 임우빈이었다.

임우빈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다소 초췌한 표정으로 박연희에게 말했다.

“저 인아와 헤어졌습니다.”

박연희가 담담하게 답했다.

“저는 당신들의 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자 잔뜩 흥분한 임우빈이 다급하게 언성을 높였다.

“사모님,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는 사모님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다 조은혁 대표님 때문입니다. 대표님께서 인아를 유혹했고 요즘 인아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인아와 헤어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저는 인아가 이대로 혼자 인생을 망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박연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조은혁에게는 하인아 같은 여자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말하면... 이제 충분히 놀았겠죠.”

이윽고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저한테 오는 것보다 임우빈 씨가 직접 인아 씨를 설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빈 씨도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불에 뛰어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죠.”

임우빈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아는 지금 조은혁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며 단식 중입니다.”

그러나 임우빈의 예상과는 달리 박연희는 마음이 여리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저는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인아는 무죄가 아니다.

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다고 느낀 박연희가 떠나려 자리에서 일어나자 임우빈은 따라 일어서며 그녀의 가는 손목을 잡았다.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고통이 어려 있었다.

“제발 하인우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도와주세요.”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박연희는 차마 그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박연희의 눈동자는 점차 촉촉하게 젖어 들었는데 그것은 하인우의 피눈물이다.

“당신들은 인우 씨가 어떻게 죽었는지 뻔히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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