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를 언급하자 여자애의 몸이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고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박태준이 얼굴을 찡그렸다.‘이렇게 어린아이에게 손을 쓸 수 있다니, 그 남자는 짐승만도 못한 놈이.'공예지가 급하게 달려왔다.그녀의 목소리에 여자애가 급하게 걸상에서 내려갔다. 박태준은 혹시라도 여자애가 넘어질까 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뒤를 감쌌다.여자애는 그녀의 품에 안겼다."언니, 예함이가 길을 못 찾아서, 무서워서 여기 오빠 핸드폰을 빌려서 언니에게 전화했어."공예지는 여자애를 몇 마디 달래고 나서야 박태준에게 다가왔다."박 대표님, 감사합니다. 또 한 번 저를 도와주셨어요."박태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랑 상관없어요. 여자애가 똑똑한 거죠.""어쨌든 감사합니다."그는 그녀가 고집불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처럼, 그가 여러 번 설명했지만 그녀는 그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전화 요금 100원만 주시면 다 갚은 게 되죠.""..."그녀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어서 사람 전체가 멍해졌다. 원래는 이 일을 빌려서 박태준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한참 멍하니 있다가 그녀는 비로소 가방에서 돈을 꺼낼 생각을 했다.하지만 요즘 현금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져간다고 해도 잔돈이 없었다.공예지는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을 건네주다가 렉이 걸려서 박태준에게 잔돈을 거슬러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거스름돈을 주지 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생각해도 둘 다 적합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가 코드를 스캔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박 대표님, 저... 잔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카톡을 추가하실래요? 제가 카카오페이로 드릴게요.""아닙니다. 프런트 데스크에 잔돈이 있을 테니 가서 교환해 주세요."공예지의 얼굴에 있
"공예지 씨."박태준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별일 없으면, 저와 제 아내는 밥을 먹을 생각입니다."이렇게 분명한 암시를 그녀가 알아듣지 못할 리 없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고 목소리를 떨었다."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더는 한 글자도 말할 수 없다.너무 급하게 가다가 옆자리에 있는 공예함도 잊은 채 예함이의 작은 몸에 무릎을 부딪혔다."언니..."예함이는 케이크를 먹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들고 그녀를 쭈뼛쭈뼛 바라보며 부딪혀 아파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공예지는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예함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딸기 케이크를 한 세 번 바라보았고 아쉬워하며 입술을 핥았지만 순순히 공예지를 따라갔다.박태준과 신은지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가서야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서 그 방향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그들의 정이 얼마나 깊은지 실험해 보려고 했다."언니, 예함이 잘못했어?"어린 소녀가 눈치를 잘 살폈다."언니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오빠는 의심하지 않았어."공예지는 그녀의 입을 꽉 막았다."예함이 착하지? 방금 일은 우리 둘 사이 작은 비밀이야.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돼."식당에서 신은지는 천천히 메뉴를 뒤적거렸고 테이블 위의 물건은 이미 치워져 있었다. 박태준은 처음에 그녀가 공예지가 반만 말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했지만 그녀는 물어보지 않았다.그녀가 묻지 않자 박태준은 오히려 기분이 언짢아졌다."나한테 물어볼 것 없어?""있지, 뭐가 맛있어?""..."30초나 기다렸지만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박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식당은 당신이 추천하지 않았어? 뭐가 맛있는지 몰라?""다 맛없어."박태준은 가뜩이나 머리가 아팠는데 이번에는 더 아팠다. 관자놀이를 누르니 손가락 아래서 힘줄이 뛰는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머리가 아파서 말을 하기
진유라는 역시 손쉬운 달인답게 신은지가 메세지를 보는 틈에 또 십여 개의 메시지를 보내왔다.[은지야, 슬퍼하지 마. 내가 가서 그 망할 놈의 남자, 내가 죽도록 욕해버릴게.][감히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다니.]이어서 폭행하는 이모티콘을 보내서 화면이 피범벅으로 됐다.[미친.][잘못됐네.][내가 마음에 든 게 아니라 너에게서 멀리하라고 그러네.][그 개자식이 내가 너한테 음탕한 사진을 보냈다고 모함했어.]신은지는 고개를 돌려 박태준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약간 숙인 그는 이마에서 턱까지의 선이 도톰하고 매끄러웠다. 진유라에게 보내는 것인지 눈썹을 찡그리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평소에 엄숙하고 담백한 남자가 아무렇게나 검색해도 나오는 사진 때문에 진유라에게 돈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입꼬리가 통제 불능으로 씰룩거리자 신은지가 이렇게 답장하려고 했다.[태준이 헛소리 듣지 마. 네가 나를 망치지 않았으니까.]한 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진유라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박태준 씨 타자 속도가 너무 느리네. 내가 십여 개를 보내서야 그가 하나 답장할 수 있어. 이런 사람인데 네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신은지는 휴대전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아까 타자했던 ‘네가 나를 망치지 않았으니까'라는 말을 지우고는 대답했다."왜 이렇게 메시지를 빨리 보내?"그녀의 휴대전화가 진동하고 있었고 박태준의 휴대전화도 진동하고 있었다.윙윙 진동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진유리의 말을 들어보면 대화 상대는 모두 그녀였다.그녀 혼자서 그들 두 명과 문자를 하면서도 속도가 아주 빨랐다.두 사람의 개인 카톡을 바꾸는 것만으로 손가락이 바쁠 것 같았다.[휴대전화로 하나 답장하고 컴퓨터로 하나 하지.][무슨 사진이길래? 나한테도 보내줘야지. 꼭 사진으로 박태준의 그 고리타분한 얼굴을 박살 낼 거야. 그게 무슨 음란한 사진이라고. 분명 생물학적인 그림 설명일 거야.][자기가 음탕하니까 모든 사람을 음탕하게 보는 늙고 음탕한 사람이야.
"할부요? 하루에 한 번 해도 3개월인데요? 속도가 빠르면 아이까지 생겼겠어요."진유라는 짜증을 내며 머리를 쓸어올리며 눈을 부릅뜨고 마치 시험 감독 선생님 같이옆에 서 있는 곽동건을 노려보았다."지금 베낄 테니까 나가세요."진유라는 맥이 빠져서 컴퓨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펜을 들고 쓸 준비를 했다.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백 번 베끼면 손이 망가질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베끼지 않으면 곽동건은 어머니 앞에서 헛소리할 것이었다. 바로 그의 집으로 보내지는 것보다 참는 것이 나았다.복수는 언제 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빚은 언젠가 곽동건에게서 돌려받을 것이었다. 그때는 백 번 베끼게 할 뿐만 아니라 두리안 껍질 위에 무릎을 꿇고 베끼게 할 것이었다.옆에 있는 남자가 걸음을 옮기지 않은 것을 본 진유라는 씩씩거리며 고개를 들었다."설마 여기 서서 계속 내가 베끼는 걸 지키고 있을 건 아니죠?"곽동건은 입술을 오므린 채 그녀를 응시했고 안색이 안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진유라는 그의 눈빛에 깜짝 놀라 심장이 엇박자로 뛰기 시작했다.‘이 사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가?'그녀가 가슴을 두드리며 시선을 거두려 하자 곽동건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뽀뽀했다. 부드러운 입술이 서로 달라붙었다. 그의 혀끝이 그녀의 입술에 닿아 뽀뽀는 점점 진득한 입맞춤으로 변했다."..."그의 손이 진유라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그녀의 뒤통수를 감쌌다. 그녀를 속박하는 자세로 그들은 키스를 이어 나갔다.곽동건의 손바닥의 온도를 느끼며 진유라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자신이 이틀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유라야, 전화해서 동건 씨한테 어디까지 왔는지 물어봐."진유라 어머니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리더니 이내 멈췄다.진유라는 곽동건을 밀어내고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고 놀란 어머니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마주쳤다.진유라 어머니는 침착하게 그들에게서 눈을 떼고 사방을 쓸어보더니 혼잣말했다."왜
박태준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눌렀다. 이제는 공예지만 보면 조건반사처럼 두통이 발작한다. 몇 번이나 두통이 가장 심할 때 그녀와 마주쳐서 그런가?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는데 공예지가 소리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 ‘비행기’라고 말했다.그는 즉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고 고개를 돌려 진영웅에게 말했다.“이사님들이랑 먼저 가 있어.”진영웅은 공예지를 힐끗 보더니 한마디 귀띔했다.“대표님, 시간이 없어요.”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공예지를 데리고 그녀가 머물렀던 라운지로 갔다. 프런트 직원이 과일과 디저트를 내왔고 그녀의 취향을 물은 후 새콤달콤한 과일주스도 올렸다. 조금 전까지는 이런 대우가 없었다.그녀는 약속을 잡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 앉아서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프런트 직원은 몇 번 우렸는지 모르는 국화차 한 잔을 내왔을 뿐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신은지였다면 프런트 직원이 이렇게 홀대했을까 생각했다.“공예지 씨.”박태준은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여인을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제 정신으로 돌아온 공예지는 홀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프런트 직원을 보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여기서 얘기해요? 누가 듣지 않을까요? 조용한 곳으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 프런트 직원이 계속 이쪽을 봐요.”“그럴 필요 없어요.”박태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가 웃었다.공예지는 내심 기뻐하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지만 박태준이 이내 그런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었다.“은지 팬이에요.”박태준은 그 직원이 몰래 비상 통로에 숨어 은지의 대회 동영상을 보고, 친구에게 빨리 보라고 미친 듯이 추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공예지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웃음이 사라졌다.박태준은 이 화제를 건너뛰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몇 시 비행기예요?”“3시 10분이요.”그가 손목시계를 보니 지금 12시 반이다.“항공편은요?”“...”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
박태준은 차에 오르자마자 진영웅에게 지시했다.“오늘 오후 3시 10분 경인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알아보고, 국내외 모든 항공편 탑승객 자료를 나에게 보내줘. 공항 가자.”마지막 한 마디는 기사에게 한 것이다.진영웅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각 항공사에 연락해 명단을 받았다.박태준은 휴대폰 옆면의 버튼을 띄엄띄엄 누르면서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30분 넘게 기다린 그는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 혹시 말총머리를 한 프런트 직원 연락처 있어?”“...”진영웅은 동작을 멈추더니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저한테는 없지만 회사 단톡방에 물어보면 알아요. 대표님, 반한 건 아니시죠? 사모님을 배신하시면 안 됩니다. 대표님이 실종되셨을 때, 사모님은 시부모를 위로하랴, 회사 관리를 배우랴, 짬짬이 바다에 나가 대표님을 찾으랴, 바빠서 하루 한 끼로 때우셨어요. 대표님이 주신 꽃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 흘리는 것도 자주 봤고요. 밤새도록 울어서 이튿날 회사에 나올 때 눈이 부은 것도...”박태준은 경을 읽는 듯한 그의 잔소리에 머리가 아파 참다못해 소리질렀다.“입 닥쳐.”“...”“은지가 문자 답장했는지 물어봐.”곧바로 전화해서 해명하지 않은 원인은 은지가 먼저 전화하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젯밤 어떤 인플루언서의 동영상을 봤는데, 사랑을 하는 여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첫째, 언제나 당신과 같이 있고 싶어 한다. 둘째, 투정을 부린다. 당신이 무조건 포용할 것을 알고 가끔 억지를 부린다. 셋째, 질투한다. 당신 가까이에 있는 모든 생명체, 특히 여인을 질투한다.문제를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와 은지는 삶과 죽음의 고비를 같이 넘긴 사이라 분명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 하지만 답을 들어보니, 세 가지 중 한 가지도 맞지 않았다.은지는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는 성격이고 휴가 때도 항상 일을 찾아서 한다. 투정 부리지 않고 억지 부리는 일은 더더욱 없다. 질투할라고, 공예지를 ‘예지 씨’라고 다정
박태준은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목젖만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고 말은 내뱉지 못했다.신은지가 휴대폰을 꺼놓고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 그 사진들 때문에 화나서인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은 다사다난한 시기라 조금도 요행 심리를 가질 수 없다.그리고 공예자 말로는 그 사람이 오늘 귀국한다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그쪽에서 그의 부하들 눈에 띄지 않도록 미리 대처했을 가능성은 없을까?그 사람이 귀국하자마자 은지가 사라졌다...이 두 가지 일이 겹치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박태준은 말하는 속도가 극히 빨랐다.“몰라요. 은지 휴대폰이 꺼져 있어 연락이 안 돼요. 은지가 평소에 어디 자주 가는지, 혹은 다른 연락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 봐요.”진유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은지가 연락이 끊겼는데, 이 자식은 자기 때문에 화난 건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여자는 뭘 하려고 남자를 만나는 거야? 짜증만 나는데.“마누라를 잃어버린 사람은 박 대표님이 아마 사상 최초일 거예요.”비아냥댄 후 그녀는 더 욕하고 싶었지만 지금 은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태준과 시비를 따질 시간에 전화를 몇 통 더 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막아 스스로 음 소거를 한 후 목구멍에서 ‘네’라는 한 글자를 짜내고 전화를 끊었다.진유라는 1초라도 늦으면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박태준은 진영웅에게 전화해 왕준서와 함께 박물관 주변 CCTV를 뒤져서 신은지의 행방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그는 나유성에게도 전화했다. 친구 중에 신은지가 연락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니까.신은지가 단지 사진 때문에 그에게 삐진 거라면 찾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간 경우다.이런 일들을 처리하는 동안, 박태준은 계속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고 머릿속에서 전기 드릴이 돌고 있는 것 같았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몰려왔고 머리와 몸이 다 아팠다. 전
결국 신은지가 너무 미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끄고, 오늘 저녁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해서야 경을 읽는 듯한 하소연이 끝났다.그녀는 박태준에게 전화해 알리려 했지만 강태민이 이미 알렸다고 했다. 그녀가 오늘 밤 신당동에 돌아가지 않고 여기 묵기로 했다고.“남자는 좀 애간장을 태워야 해. 가끔 며칠씩 본체만체 내버려두기도 하고. 그러지 않으면 너를 쉽게 봐. 네가 철저히 자기 것이 됐다고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지 않지.”강태민은 딸이 나쁜 남자에게 속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늙은 아버지처럼 미친 듯이 그녀를 세뇌시켰다.“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람, 헤어졌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 등등 많잖아. 남자는 다 나쁜 놈이야. 너무 오냐오냐하면 안 돼.”점점 삐딱하게 나가는 것을 보고 신은지가 빙그레 웃더니 한마디 귀띔했다.“아버지도 남자예요.”“어...”말문이 막힌 강태민은 그녀와 눈을 마주친 후 이렇게 못나서 어쩌냐는 듯 말했다.“박태준을 말하는 거잖아. 계속 그렇게 감싸라.”이 말이 끝나자마자 육지한이 들어왔다.“둘째 어르신, 박 대표님이 오셨습니다.”강태민은 입을 삐죽거렸다.‘빨리도 왔네. 진작 알았으면 흔적을 지울걸. 좀 더 오래 걱정하게 말이야. 어디 다른 여자랑 또 스캔들을 내나 보자.’그는 옆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신은지를 힐끗 보고는 내키지 않은 듯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신은지는 잔뜩 인상 쓰고 있는 그를 보고 말했다.“아버지, 그건 진짜 오해예요. 뚱한 표정을 짓지 마세요. 그 사람이 자기를 맘에 안 들어 하시는 줄 알아요.”“맘에 안 드는 게 맞는데 뭐. 네가 기어이 그 녀석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리 500도 근시라도 눈에 차지 않았을 거야.”“...”박태준은 이내 들어왔고, 들어오자마자 신은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오는 길 내내 곤두섰던 신경이 누그러졌다. 강태민이 신은지를 데려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사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