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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만족하냐는 말이 순간 육경한의 숨통을 조여왔다.

소씨 집안은 결국 처참하게 끝났다. 그는 정말로 만족하고 있을까?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는 사실 소진용이 죽지 않기를 바랐다. 소진용이 죽는다는 것은 소원을 휘두를 방법이 하나 줄어든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울리는 머리 탓에 그는 생각을 이어가기도 힘들었다.

지금도 믿기지 않았다. 소진용이 자살을 했다니.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정말로 그 빚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소원이 그의 아이를 낳아주면 그가 당연히 그들의 빚을 갚아주지 않겠는가?

“나랑 약속했잖아. 그 계약서 없애기로 약속했었잖아! 그런데 그 계약서를 이용해서 우리 아빠를 사지로 몰아?”

“이 배신자! 비열한 놈!”

소원은 너무 소리를 질러 가슴이 아파졌다. 원래부터 그녀는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만 소리를 지르니 더 쉬어버린 것이다.

그녀의 말에 육경한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없애버렸던 계약서는 사실 원본이 아니었다. 그는 원본을 몰래 남겨두어 집안 금고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그게 왜...

그는 소원에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만족한 적 없다고, 계약서로 소진용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입에 접착제라도 붙은 것인지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계약서의 출처는 그가 확실했으니 말이다.

그와 무조건 연관이 있었다.

소원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 계약서를 위해서 구치소에서 얼마나 많은 괴롭힘을 견뎌냈는지 알아? 그때 아이유 유산한 거로는 부족했어?”

“육경한, 너 그 아이 유전자 검사는 해봤니? 그 아이 네 아이야! 아직도 속죄하기엔 부족한 거야?”

아이를 언급하자 육경한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부족하지 않았다. 부족할 리가 없었다.

그 아이에게서 느낀 아쉬운 마음 때문에 그는 그녀에게 아이를 하나 더 낳아달라며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소원은 울먹였다.

“우리 가족이 전부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육경한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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