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나올 때, 이준혁의 표정은 어두웠고 이마는 깊게 찌푸려져 있었다.주훈이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어디 아프세요?”이준혁의 입술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일단 차에 타자.”차에 올라탄 후, 그는 뒷좌석에 몸을 눕히고 길고 깨끗한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눈에 띌 정도로 아파 보였다.“약..."주훈은 잠시 당황하다가 중앙 콘솔에서 진통제를 꺼내 병뚜껑에 담아 물과 함께 건넸다.이준혁은 무표정으로 약을 받아 물과 함께 삼키고는 다시 손을 내밀며 말했다.“세 알 더.”그러자 주훈이 주저하며 말했다.“대표님, 원지민 씨가 이 약은 한 번에 두 알만 복용하라고 했습니다. 과다 복용하면 신경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렸다.“가져와.”“하지만...”불쾌한 듯 이준혁이 다시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원지민의 비서로 가고 싶은 거야?”“죄송합니다, 대표님.”주훈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급히 사과하며 약을 건넸다. 그리고 이준혁은 약을 삼킨 후 눈을 살짝 감고 의자에 기대었다.방금 윤혜인이 그 남자에게 기대고 있던 모습이 떠오르자, 그의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팠다.폭발하는 감정에 그는 배남준의 손을 잘라버리고 싶었다.그러나 이성은 이준혁에게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알려주었다.윤혜인이 싫어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더욱 멀어질 뿐이었다.이준혁은 그녀가 다시 조용히 사라질까 봐 너무 두려웠다.지난 5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는 그와 그의 정신과 의사만이 알고 있었다.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는 하루도 제대로 잠들 수 없었다.때문에 이대로 포기할 이준혁이 결코 아니었다. 윤혜인이 다시 결혼하지 않는 한, 그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언젠가 그녀가 결혼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는 결혼식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그래서 이준혁은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차가 천천히 움직였고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혜인이는
놀란 윤혜인은 고개를 돌려 아까 자신을 도와준 변호사에게 물었다.“그러면 그쪽은 누구세요?”그러자 그 변호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이선 그룹의 법무 변호사입니다.”윤혜인은 잠시 멍해졌다.‘이선 그룹의 법무 변호사? 내가 아까 그렇게 오해했는데도 날 이렇게까지 도와준단 말이야?’그때, 낮고 차가운 남성의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놀라서 고개를 든 윤혜인의 시야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들어왔다.그 순간, 그녀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배남준이 윤혜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실내 온도가 낮아지자, 그는 바로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 주었다. 그리고 이 모습에 이준혁은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고마워요.”윤혜인은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말을 전했다.“정말 도와주셔서 고마워요.”“나한테 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어, 혜인아.”이준혁의 목소리는 낮고 매력적이었지만, 밤새 잠을 못 자서인지 쉰 소리가 섞여 있었다.그가 천천히 뒤에서 주먹을 풀었지만 아무도 그의 이 작은 행동을 눈치채지는 못했다.‘내가 이렇게 내 감정을 숨기게 될 줄이야... 하지만 혜인이 날 멀리하지 않는다면, 뭐든 다 괜찮아.’그때, 윤혜인이 배남준에게 물었다.“남준 오빠, 핸드폰 샀어요?”“응.”배남준은 그녀에게 원래와 똑같은 폴더폰을 건네주었다. 윤혜인은 핸드폰을 켜고 잠시 조작한 후 이준혁에게 말했다.“대표님, 방금 2400만 원 송금했으니 확인해 주세요.”순간, 이준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잠시 얇은 입술을 꼭 다물더니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뜻이야?”그러자 윤혜인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조금 전의 감정은 어느새 정리된 듯 보였다.“이선 그룹 법무팀의 연봉을 기준으로 시간당 계산한 금액이에요. 1시간도 안 걸렸으니 1시간 기준으로 계산했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넓은 공간은 갑자기 고요해졌다.이준혁의 표정은 굳어지고, 그의 깊은 눈동자는 상처와 불쾌함으로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눈앞이 깜깜해지며 다리가 풀렸다.“아줌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홍 아줌마는 울먹이며 설명했다.“제가 하원 시간보다 일찍이 기사와 함께 유치원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유치원 앞이 사람들로 가득 찼더라고요. 다들 어떤 나쁜 여자의 아이를 찾겠다고 소리치고 있었어요. 그 나쁜 여자가 혜인 씨를 말하는 것 같았고, 핸드폰에도 어떤 동영상도 있다고 했어요. 나중에 겨우겨우 제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갔는데 아름이의 선생님이 아름이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윤혜인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몸마저 휘청거렸다.“아줌마, 일단 계속 찾아보세요. 저도 곧 갈게요.”배남준도 상황을 들었고 망설임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걱정하지 마, 아름이는 무사할 거야. 우리도 바로 가서 보자.”뒤에 따라오던 윤혜인도 윤혜인의 놀란듯한 목소리를 들었고 멀리서도 그녀의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뒤이어 배남준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자 이준혁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즉시 차에 올라타 지시했다.“따라가.”차 안에서 주훈은 상황을 조사한 후 보고했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이준혁은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무슨 일이야?”“어젯밤 연회에서의 윤혜인 씨 동영상이 퍼졌어요. 사람들이 지금 모두...”그러자 이준혁은 차갑게 말했다.“무슨 소문인지 말해.”주훈은 땀을 닦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사람들 모두 윤혜인 씨가 시누 엔터의 장 대표에게 약을 먹이고 성적 관계를 시도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윤혜인 씨가 ‘선수’라는 소문이 도는 중이에요...”이준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주훈은 계속해서 설명했다.“그리고 이 논란은 단 몇 시간 만에 크게 퍼졌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이를 조작하는 것 같아요. 장 대표의 부인도 나와서 윤혜인 씨를 비난하면서 윤혜인 씨가 자주...”주훈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장 대표의 부인은 꽤 이름 있는 배우입니다
북성 엔터는 국내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그 세력은 시누 엔터를 압도하고 있다.때문에 이 소식을 북성이 퍼뜨린다면 당연히 더 많은 관심을 끌 것이다.그러나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에게 자신을 곤란하게 할 만한 큰 뉴스를 터뜨리라고 부탁하는 것은 그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주훈은 어쩔 수 없이 북성의 봉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제안을 말하자 봉 대표의 분노가 귀를 찢을 듯한 소리로 전화기에서 들려왔다.차량 내부에서도 그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차라리 저한테 죽으라는 말을 하지 그런대요? 제 밥그릇을 깨면서까지 그런 부탁은 들어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냥 차라리 절 죽이라 하세요!”봉태현과 이준혁은 오래된 친구 사이로 서로 말을 가리지 않았다.그때 이준혁이 뒤에서 낮게 말했다.“핸드폰 이리 줘.”주훈은 두려움에 떨면서 휴대폰을 이준혁에게 건네주었다. “봉태현, 이선 그룹의 연간 대행 계약에 5%를 추가로 제공할게.”순간, 봉태현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알겠어, 지금 당장 뉴스 터뜨릴게, 보스!”곧이어 이준혁은 주훈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차갑게 명령했다.“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가면 이 사건의 배후를 모두 찾아내.”한편 다른 차 안에 있는 윤혜인은 뉴스를 볼 여유조차 없었다.그녀의 마음은 아름이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마침내 차가 유치원 근처 도로에 도착했다.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인파의 사람들이었다.유치원이 경호원을 동원해 그들을 막고 있었지만, 열성 팬들은 떠나지 않고 계속 유치원 앞을 배회하고 있었다.일부 사람들은 윤혜인의 사진을 들고 있었고 심지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소리쳤다. “불륜녀의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자격이 있나!”“이곳은 불륜녀의 자식을 교육하는 곳인가?”“다른 사람을 남편을 유혹하지 말라고 아이 엄마에게 교육하고는 있나요?!”배남준은 찡그리며 말했다.“너무 위험해, 차 안에 있어. 내가 아름이를 찾아올게.”“안 돼요, 내가 들어가서 아름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름이를 찾으러 뛰어갔다.이준혁은 주훈에게 “이 사람들 전부 경찰에 넘겨.”라고 명령한 후, 윤혜인의 뒤를 따라갔다.학교 선생님들은 즉시 후문을 봉쇄했고 배남준은 밖에서 그 광적인 팬들을 저지하고 있었다.윤혜인은 선생님으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었다.한 팬이 부모인 척 가장해 유치원에 들어왔고, 다른 아이에게 곽아름이 누구인지 물어본 후 아름이를 찾아내어 아이의 어깨를 잡고 심하게 꾸짖었다고 한다.그런데 하필이면 그 시간이 하원 시간이라 아이들은 그 광적인 여자를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그렇게 경호원이 그 여자를 제압한 후, 선생님들은 인원을 점검했지만 아름이만 없었다고 한다.그때 홍 아줌마가 아이를 데리러 왔고 선생님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홍 아줌마는 옆에서 계속 눈물을 흘리며 초조해했다.아름이를 어릴 때부터 함께 키운 그녀에게 아름이는 친손녀와 같았다. 그녀는 자신을 탓하며 자책했다.윤혜인도 마음이 불안했지만, 선생님의 설명과 아름이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아름이는 아직 유치원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녀는 홍 아줌마를 안심시키고 함께 아름이를 찾기 시작했다.일단 먼저 아름이가 숨을 만한 장소들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시간이 흐르면서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자, 윤혜인의 불안은 점점 커졌다. “아름아... 아름아...”윤혜인은 목이 쉬도록 아름이를 불렀고 결국 풀밭에 주저앉아버렸다.‘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아름아...’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아름이는 어둠을 무서워하지만 결코 나오지 않았다.이는 아이가 큰 상처를 받은 것임을 의미했다.윤혜인은 머릿속에서 그날의 일들을 되짚어보며 이 사건이 단순하지 않음을 느꼈다. 술자리에서의 약물 사건, 그리고 자신이 구류된 동안 아름이의 유치원과 자신의 주소가 노출된 것까지.서호 별장의 보안은 철저하기 때문에 이들은 그나마 만만한 유치원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 분명했다.그녀의 마음은 점점 혼
윤혜인은 이준혁이 반드시 아름이를 찾을 방법이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곧 이준혁이 연락한 사람들이 필요한 도구를 가져왔다.그 도구는 수많은 천등이었고 각 천등에는 굵은 붓글씨로 글귀가 적혀 있었다.“아름아, 너는 가장 멋진 아이야...”“아름아, 엄마가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있어...”“아름아, 모두가 너를 조용히 사랑하고 있어...”“아름아, 삼촌 아름이랑 놀이공원에 같이 가고 싶어...”수많은 격려의 말들이 적혀 있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이후 유치원 선생님들과 모인 사람들이 천등을 하늘로 띄우기 시작했다.마치 수많은 예쁜 등불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처럼, 하늘이 따뜻한 불빛으로 가득 찼고 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환히 밝혀주었다.윤혜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그 작은 빛들이 모두 그녀의 눈에 들어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더욱 빛나게 했다.이준혁은 반쯤 앉아 그녀의 등을 가볍게 받치며 하늘을 보지 않고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주변은 소란스러웠지만,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 그들 둘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이 순간은 너무나도 소중했다.그때, 갑자기 멀리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고개를 돌린 윤혜인의 시야에 그 작은 몸이 잔뜩 더러워진 채로 달려오는 아름이의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즉시 일어나 아름이를 안았다.“아름아!”아름이의 작은 몸을 꽉 끌어안으며 윤혜인은 눈물을 흘렸다.“아름아,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그 작은 얼굴까지 더러워진 채로 아름이도 역시 울기 시작했다.아이는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미안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미안해요. 아름이가 숨어버려서...”윤혜인은 눈물을 참으며 아름이를 더욱 꽉 안았다.아름이는 아직 세 살 반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미안해하며 사과할 줄도 알았다.윤혜인은 눈물을 닦으며 아름이를 바라보고 진지하게 물었다.“그 나쁜 아주머니가 뭐라고 했는지 엄마한테 말해줄래?”그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름이가 또다시
윤혜인은 아름이의 통통한 작은 손을 잡고 가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아빠가 없다는 것이 아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가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 가시가 아름이의 마음속에서 이렇게나 자라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퍽!”그때, 아름이가 윤혜인의 손을 뿌리치며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엄마는 거짓말쟁이예요!”통통한 입술에 눈물이 가득 맺히며 아름이는 울기 시작했다.“엄마는 재윤 아빠가 아름이 아빠라고 늘 말하지만, 난 한번도 재윤 아빠를 꿈에서 본 적이 없어요! 내 아빠라면서 왜 내 꿈에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아름이가 아빠를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윤혜인은 당황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감정이 점점 격해지더니 아름이는 갑자기 그 작은 다리로 어딘가 도망치기 시작했다.“아름아!”윤혜인은 아픔에 찬 목소리로 뒤쫓으려 했지만, 이준혁이 그녀를 막아섰다.“내가 해볼게.”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이 한걸음에 아름이를 따라잡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는 허리를 숙여 아름이의 작은 다리를 잡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처음에는 아름이가 계속 발버둥 치며 저항했지만, 이준혁이 무언가를 말하자 아이가 갑자기 얌전해졌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준혁은 아름이를 내려놓고 몸을 낮추어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했다.“아름아, 삼촌 말 들어볼래?”아름이는 고개를 돌려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안 들을래요! 나 삼촌 싫어요!”“그럼 삼촌이 왜 싫은지 말해줄래?”그러자 아름이는 눈을 살짝 훔쳐보며 조금 부끄러워했다.“삼촌, 다른 사람이 삼촌을 아빠라고 부르는 게 싫어요?”아름이는 윤혜인이 그를 아빠라 부르는 것은 이준혁에게 불편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까 마주치고도 애써 모른 척했던 것이었다.이준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응, 만약 모르는 아이가 삼촌을 아빠라고 부르면 삼촌은 불편할 거야...”“흑흑흑...”이준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름이는 다시 슬프게 울기
전에도 사람들은 곽아름이 그녀와 닮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남자와 비겨보니 턱, 코, 귀가 남자보다 작을 뿐 거의 판박이였다. 윤혜인을 꼭 빼닮은 눈도 눈동자가 남자와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윤혜인은 이런 생각에 놀라고 말았다.곽아름은 켕기는 게 있는 듯한 눈빛으로 윤혜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엄마, 미안해요.”윤혜인은 이준혁처럼 도도한 사람이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윤혜인이 곽아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엄마가 봐준다.”배남준이 주훈을 도와 손찌검을 한 사람들을 경찰서로 데려갔기에 곽경천은 윤혜인이 돌아올 수 있게 차를 보냈다. 기사는 나이가 많지 않은 여자였다. 짧은 단발이 세련되면서도 일을 잘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아가씨, 여은입니다. 도련님께서 보내셨어요. 앞으로 제가 아가씨의 안전을 책임질 거예요.”곽경천은 윤혜인이 다닐 때 보디가드를 대동하는 것을 꺼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니 더는 시름 놓고 있을 수 없어 여자 보디가드를 붙인 것이었다.윤혜인은 이준혁과 인사하고 차에 타려 했다. 그때 곽아름이 윤혜인의 손을 뿌리치더니 잽싸게 이준혁의 다리를 부둥켜안으며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엄마, 나는 삼촌 대디랑 집에 갈 거야.”삼촌 대디?윤혜인은 이런 지칭에 눈까풀이 뛰었다.“아름아!”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하게 말했다.“착하지. 우린 우리 차 타고 가자.”“싫어요!”곽아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이준혁의 다리를 안고 위로 기어올랐다.이에 이준혁이 한 손으로 곽아름을 안아 올렸고 곽아름은 순간 이준혁의 팔에 올라앉았다. 순간 곽아름이 까르르 웃었다.“아름아!”윤혜인이 다급하게 불렀다. 잠깐 들었던 이상한 생각 때문에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해진 게 별로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곽아름은 이준혁의 목을 부둥켜안고 애교를 부렸다.“엄마, 우리 삼촌 대디 차 타고 집에 가요. 삼촌 대디 차는 지붕으로 별도 보여요. 아름이도 보고 싶어요.”이준혁은 곽아름을 위해 특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