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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1 화

단이혁은 일부러 약을 이곳까지 들고 왔고 강하랑에 발라 달라고 부탁했다.

연유성의 한방은 힘이 아주 세게 실렸다. 그나마 위치가 살짝 비껴가서 다행이지 정통으로 맞았다면 그의 치아 하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하마터면 잘생긴 그의 얼굴을 망칠 뻔했다.

“오빠, 내가 발라줄게.”

강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단이혁은 그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우리 사랑이한테 맡길게.”

단이혁은 바로 헤실헤실 웃으며 면봉과 연고를 전부 강하랑에게 넘기고는 얌전히 그녀의 곁에 털썩 앉았다.

강하랑은 꼼꼼하게 약을 발랐다.

“오빠, 아프면 말해.”

“에이, 안 아파!”

단이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고통을 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강하랑은 속상한 듯 손에 살짝 힘을 풀어 살살 발랐다.

“오빠가 조금만 참아 봐. 입가가 터진 걸 그냥 내버려 두면 상처가 덧난단 말이야.”

“하랑이 너 이 녀석, 지금 오빠 무시하는 거야?”

그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셀카를 찍었다.

“여전히 잘생겼구먼, 뭐.”

말을 마친 그는 몰래 그 사진을 단톡방에 보내고는 바로 핸드폰을 엎어버렸다.

“그러니까 앞으로 잘생긴 이 얼굴을 좀 보호하고 다니란 말이야. 더 이상 다쳐서는 안 돼.”

강하랑은 단이혁에게 걱정스러운 어투로 주의를 주었다. 약을 꼼꼼하게 바른 그녀는 이내 뜨거운 수건으로 손에 묻은 연고를 닦아냈다.

강하랑과 점심 약속이 있었던 온마음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흐뭇하고 부러운 듯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남매 사이가 정말 좋네요. 아 참, 단 대표님께서 방금 하랑 씨를 사랑이라고 부르셨는데, 그거 혹시 가족 간의 애칭인 거예요?”

강하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네, 맞아요. 저희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애칭이에요. 사랑 많이 받고 자라라는 의미에서 사랑이라고 지어주셨어요.”

단이혁도 따라 미소를 지으며 말을 보탰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원래 본명으로 고쳐서 부르려고 했는데, 조금 촌스럽다는 의견이 나와서 그냥 강씨 가문에서 쓰던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했거든요.”

사실 하랑이라는 이름은 강씨 가문의 사람이 지어준 것이 아니었기에 딱히 그대로 써도 불쾌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강씨 가문과 연씨 가문에서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혼사를 정해주며 연성철이 지어준 것이었다.

만약 강하랑에게 한주시에서 좋은 기억이 남아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녀는 바로 이미 세상을 뜬 연성철에 대해 말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강하랑은 살짝 침울해져 있었다.

“이 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식사해요. 음식이 식겠네요.”

“그래그래, 얼른 밥 먹자!”

단이혁은 매너 있게 두 사람에게 국을 그릇에 담아주었다.

“아 참, 온마음 씨. 제가 지난번에 한 얘기는 생각해 봤어요?”

온마음은 순간 멈칫했다.

“단 대표님의 조건은 정말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마음이 많이 흔들렸어요. 더군다나 저는 지금 모두가 욕하고 있는 연예인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저랑 계약하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가요?”

“왜 손해 보는 장사가 되는 거죠?”

단이혁이 설명했다.

“온마음 씨는 외모도 아주 예쁜 외모예요. 연예인이 천직이라고요. 그리고 지금 비난을 받고 있다는 건 이미 노이즈 마케팅이 되었다는 거예요! 비난을 받는 대신 인지도가 올라갔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손해 보는 장사인 거죠?”

단이혁은 여전히 뜨거운 김이 폴폴 나고 있는 국그릇을 온마음 앞에 놓아주었다.

그녀는 그 국을 당장 쏟기라도 하면 아마 더는 연예계에 발도 못 붙이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녀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단이혁이 이어 말했다.

“전에 터진 스캔들 때문에 망설이는 거라면 괜찮아요. 사실이 아니라고 제대로 밝히면 모든 안티팬은 온마음 씨의 팬으로 마음을 돌리게 될 거예요. 홍보가 지나치고 완벽하게 흠 잡을 데 없이 포장된 연예인들은 어차피 언젠가는 망하게 될 연예인들이거든요.”

온마음은 순간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지금 저 믿어주시는 거예요?”

단이혁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제 동생을 도와주는 사람의 말을 못 믿을 이유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온마음은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떨군 순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 알림창에 기사가 떴다.

「영호시 단씨 가문, 20 몇 년 전 잃어버린 딸 단사랑 씨를 찾아... 경찰청에 통 큰 천억 원 기부, 실종아동찾기 센터 만들 것을 요구」

단사랑.

이름 석 자에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온마음은 고개를 확 들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영호시 단씨 가문의 사람이었다고? 그 연씨 가문과 대등한 명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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