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진짜 재수 없다고!”강하랑은 핸드폰을 다시 빼앗아 들더니 잔뜩 정색한 얼굴로 소파에 가서 웅크리고 앉았다. 조용한 게 최고라며 청진 별장을 선택할 때 번화가와 너무 동떨어진 탓에 떠나고 싶어도 주변에 택시 하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자신을 탓하면서 말이다.말없이 강하랑만 물끄러미 바라보던 연유성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연락처의 가장 첫 자리에 ‘하랑’로 저장되어 있었다.연유성은 입을 꾹 닫은 채 강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늘 그랬듯이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하지만 연유성은 몇 발짝 가지도 못하고 분에 겨운 채 핸드폰을 계단 아래로 메쳤다. 핸드폰이 떨어지면서 난 “쾅” 소리는 텅 빈 별장 안에서 한참이나 울려 퍼졌다.같은 시각.어둠이 내려앉은 별장 밖에는 쌀쌀한 저녁 바람이 불고 있었다. 강하랑은 대문 밖으로 나서자마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 같아 단이혁의 정장을 걸치면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단이혁도 단유혁도, 아무도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길들이지 못한 높은 하이힐은 발뒤꿈치를 사정없이 긁어댔다. 하지만 갈아신을 신발이 없었던 강하랑은 꾹 참고 앞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성세혁?’나무에서 대문까지 거리가 아무리 멀다고 해도 연유성은 남자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성세혁은 국내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명배우이자 톱스타이기 때문이다.2년 전까지만 해도 성세혁은 HN 그룹과 협력 관계였다. HN 그룹 산하의 주얼리 브랜드에서 앰배서더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하지만 도대체 무슨 연유 때문인지 성세혁은 어느 날 갑자기 고액의 위약금을 물지언정 협력을 중지하겠다고 했다. HN 그룹에서 무슨 조건을 내걸어도 소용이 없었다.성세혁은 데뷔한 지 아주 오래되었지만 줄곧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작
단세혁은 피식 웃더니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말했다.“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기 싫으면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 큰형이 어디 호락호락한 사람이야?”“...에이, 장난이지?”잠깐 차를 세우고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단세혁은 머리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이걸 장난으로 여기는 강하랑이 귀엽다는 듯이 말이다.어쩐지 오싹한 기분이 들었던 강하랑은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설명을 그만두고 말을 돌려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그나저나 오빠들은 왜 내 전화를 못 받았어? 심각한 일이야?
“연유성? 걔는 그럴 애가...”강하랑은 말을 마저 하기도 전에 후회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오늘 밤 그런 말을 들었다고 무의식으로 그의 편을 들어주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그 자식 말고 또 누가 이런 짓을 하겠어?”단이혁은 불만스러운 듯 투덜댔다. 상처 소독을 끝내고 약품 상자를 정리한 다음에도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자신이 말실수했음을 알아차린 강하랑은 축 처진 표정으로 사과했다.“미안해. 나도 연유성 편을 들어주려고 한 건 아닌데... 말이 헛나왔나 봐...”왜 하필 그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연유성의 편을 들었는지
이번 일은 누군가가 일부러 화살을 연유성에게로 돌린 듯했다. 답답하게도 모함의 흔적은 선명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단유혁의 보여준 일련의 정보에 강하랑은 뇌가 정지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연유성은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한주시에는 연씨 가문, 영호시에는 단씨 가문, 안성시에는 지씨 가문, 동해시에는 우씨 가문...각 도시에 다 최고의 명문가가 있었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제원시의 명문가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니 연유성도 당연히 모험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HN 그룹을 갓 물려받은 시점에 모험
“그, 그럴 리...”강세미가 말을 마저 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목을 틀어잡고 천천히 조였다. 그녀가 생존 본능으로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서는 얼굴에 서린 웃음기가 더욱 선명해졌다.겁먹은 강세미는 남자의 팔을 연신 쳤다. 그리고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고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그녀가 남자의 힘을 이기고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강세미의 버둥거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약해졌다. 마치 물 밖으로 나와 서서히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말이다. 남자는 그녀가 질식사할 직전이 되어서야 손을 풀었다.“강하랑이 내 손에서 살아남을 수
“이거 사랑 씨 아니야? 어젯밤 청진으로 데려간 줄 알았더니 왜 밖에 있어? 괜히 가엽ㄱ... 응?”영상을 보던 지승우는 어느 순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연유성은 단호하게 정지 버튼을 눌러 버렸다. 하지만 교묘하게도 강하랑이 단세혁의 품으로 뛰어드는 순간에 정지된 영상은 분위기만 더욱 오묘하게 만들었다.지승우는 한참이나 말문이 막힌 채로 조용히 있다가 뒤늦게 경보음과 같은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이 새끼 누구야! 나도 못 안아본 우리 사랑이한테! 어디서 감히 더러운 손을 내밀어! 그것도 사랑이가 먼저 달려갔어! 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