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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3장

하현이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무릎이라도 꿇어 봐!”

“무릎을 꿇으면 내가 한번 생각해 볼게. 당신 체면을 세워 줄지 말지, 어때?”

하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장내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하구봉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으나 자신이 지금 끼어드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하구천과 하현 둘 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평온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하현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 잘못하면 두 사람의 관계가 순식간에 칼끝 위에 서게 되는 게 문제였다.

하구천을 도발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말해야 하나?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하지?!

하구봉은 비록 하현과 접촉한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이제야 뭔가 알 것 같았다.

하현은 하구천 같은 사람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만약 일이 계속 진행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 두 사람은 분명 영영 사이가 틀어질 것이다.

무리들 중 끝에 서 있던 하민석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는 하현이 하구천 앞에서 이렇게 거리낌 없이 아무 말이나 지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요즘 항성과 도성에서 감히 하구천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단연코 하현밖에 없을 것이다.

“아하하하!”

“그래?”

“그게 당신이 말하는 조건이야?”

곽영준, 하민석 등이 깜짝 놀라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인 것과는 달리 하구천은 오히려 어이없는 듯 파안대소를 보였다.

아마도 하구천은 하현이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한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그런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어.”

“무릎 꿇는 게 별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데나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하현 당신이 날 무릎 꿇게 할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어떻든 간에 난 당신한테 조금도 악의를 가져본 적이 없어.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우리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것은 당신이 원래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되는 곳에 어쩌다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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