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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은정숙의 묘 앞에서 절을 올리고 난 조하랑과 예찬이는 박민정과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유남우의 차가 하도 커서 네 명이 탔는데도 전혀 비좁지 않았다.

고급 차라면 조하랑도 꽤 많이 타봤다. 특히 최근에는 예찬이 덕분에 고급 차 구경을 더 많이 해보긴 하였지만, 차 내에 각종 의료 장비와 의사까지 갖춰져 있는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차에서 바로 치료하면 될 것 같았다.

세 사람을 집 앞까지 바래다주고 박민정과 작별하고 난 뒤 유남우는 기사에게 돌아가자고 했다.

그의 차가 떠나는 걸 보며 조하랑은 박민정한테 물었다.

“남준 씨는 어디 갔어?”

“내가 먼저 윤우랑 같이 돌아가라고 했어.”

“아아...”

조하랑은 또 박민정의 옷이 일부 젖어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유남준을 나무랐다.

“그런다고 그냥 돌아가? 곁에서 널 지키지도 않고. 우산이라도 씌워주든가 해야지.”

절친으로서 조하랑은 박민정이 그녀한테 잘 해주는 좋은 남자를 만났으면 했다.

“내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서 그런 거야. 들어가자, 춥다. 너랑 예찬이 감기 걸리겠어.”

“어, 그래.”

조하랑은 예찬이를 데리고 박민정의 뒤를 따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밖이 추워서 그런지 집안은 유난히 따뜻했다.

유남준과 윤우는 이미 요리사한테 부탁하여 박민정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으로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놓았다.

윤우는 조하랑과 예찬이를 보고 좀 의아해했다.

“이모, 형. 여긴 어떻게 왔어?”

“좀 늦었는데 같이 식사해도 괜찮겠지?”

조하랑이 오자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물론이지.”

조하랑은 두 아이와 함께 주방에서 일을 거들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왠지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박민정은 별로 밥맛이 없었다.

유남우가 그녀의 곁으로 걸어와 물었다.

“괜찮아?”

그는 유남우처럼 따뜻한 말로 남을 위로해 주는 말재주가 없었다.

“네.”

박민정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배고플 텐데 얼른 식사부터 해요. 난 배가 안 고파요.”

“안 고파도 먹어야 해.”

은정숙한테 일이 생기고 나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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