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34화

아이가 남의 손에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정수미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윤우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한 박민정은 아이를 남자 화장실 문 앞까지 데려다준 뒤 밖에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 큰 남자 몇 명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화장실 안에 있던 박예찬도 시간이 지나자 중년 남자도 갔을 거라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는데 남자 세 명과 딱 마주쳤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한 명이 약에 젖은 천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박예찬은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남자들은 검은 외투를 벗어 그를 감싸안은 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은 다음 나오려던 윤우는 예찬이를 데리러 온 김인우에게 붙잡혔다.

“이 자식아, 무슨 화장실에 한 시간 넘게 있어. 빠진 줄 알았잖아.”

그는 박윤우가 입은 평범한 옷을 보고 이상한 듯 물었다.

“왜 옷까지 갈아입었어? “이 옷은 어디서 난 거야, 너무 유치한데.”

박윤우는 눈앞에 다소 취한 듯 멍청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김인우는 당황했다.

“뭐?”

“전 윤우예요, 예찬이가 아니라.”

박윤우는 눈을 흘길 뻔했다. 자신과 형이 얼마나 다른데, 그것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내 옷 안 놔주면 소리 지를 거예요.”

박윤우는 그가 손을 놓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

김인우가 자세히 보니 예찬이와 꼭 닮은 외모였지만 애늙은이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는 놓아주지 않고 화가 나서 붉어진 윤우의 얼굴을 꼬집으며 물었다.

“예찬이는 어딨어?”

박윤우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게 싫었고, 눈빛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전화하면 되잖아요. 쳇, 이거 놔요. 진짜 소리 질러요.”

김인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눈앞에 있는 윤우가 예찬이보다 더 재밌는 것 같았다.

“안 놔주면 어떻게 소리를 지를 건데?”

“엄마!!!”

박윤우가 소리치자 남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윤우의 비명소리에 박민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 들어갔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