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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그 사람들에 비해 유남준은 매우 차분했다.

이지원의 시선이 박민정에게로 향하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첫사랑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혼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결국 함께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건 분명 박민정에 대한 경고였다.

반주가 흘러나오면서 이지원의 신곡 '세상의 한 줄기 빛'이 시작되었는데 벌써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박민정은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익었으나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좋은 곡인데 가수가 노래를 망쳐버려서 아쉽네.”

옆에서 유남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때문에 생각에 빠졌던 박민정은 시선을 유남준에게로 향했다.

이지원은 가수로 데뷔했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별로였다.

유남준이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전에 너도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했는데.”

유남준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박민정은 거의 까먹을 뻔했다.

어머니 한수민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탓인지 어려서부터 음악에 뛰어났으나 박민정은 난청이었고 이것은 음악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병이었다.

유남준이 우연히 그녀가 몇 마디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주 듣기 좋았다.

그리고 만약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르면 정말 멋지겠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이 자기가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줄은 몰랐다. 그때 그가 가장 싫어했던 게 집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기억이 안 나요.”

그녀는 대답했다.

어둑어둑한 불빛 아래에서, 유남준은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그럼 이지원의 첫사랑이 바로 나라는 건 기억나?”

그가 이번에 온 목적이 과연 박민정이 이지원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지원이 한 말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네가 나를 이지원한테서 빼앗아 왔잖아.”

유남준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헛소리!

분명히 먼저 이지원과 헤어진 후에야 두 집안에서 결혼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니 화가 치밀어 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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