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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엄마랑 아빠가 대화 나눌 때 들었어. 지원 이모는 예전에 할머니의 목숨을 살려준 적이 있어서 삼촌이랑 맺어진 거라고.”

유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예전에 내 두 눈으로 직접 삼촌이 지원 이모를 밀쳐내는 모습을 봤어.”

박예찬은 원래 유지훈의 입에서 유씨 가문에 관한 일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뜻밖에도 자기 쓰레기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더 조사해야 안다.

“보이는 대로 말하면 안 돼.”

보이는 대로 말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박예찬이 아직도 자신을 못 믿는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주말은 할아버지 생신이라 지원 이모도 올 거야. 나도 아빠 엄마랑 같이 가야하거든. 못 믿겠으면 같이 가자.”

기회가 손쉽게 찾아왔다.

“좋아, 네 말이 맞다면 내가 믿을게, 그리고 내가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유지훈은 단번에 승낙했다.

어쨌든, 그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이번에 유씨 가문의 옛 저택에 가면 그도 이지원, 이 나쁜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기 아버지를 뺏앗으면 그만이지, 감히 엄마의 작품까지 뺏앗다니!

괘씸한 여자!

주말이 되자 박민정은 일찌감치 전용차를 타고 조하랑네 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그녀는 밖에서 내리는 큰비를 보며 멍때렸다.

이때 운전기사가 말을 걸어 왔다.

“예전에 연 선생님도 차를 타면 민정 씨처럼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여자아이도 이렇게 창밖에 비가 오는 걸 좋아했다면서 비 오면 근심 걱정이 날아간다고 했다고 자주 외웠어요.”

“이제 보니 그 여자아이가 당신이었군요.”

박민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네요.”

박민정도 세상이 참 좁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조하랑의 별장에 도착했다.

오늘 박예찬이 일찍 하원했다.

조하랑과 박예찬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민정아, 어서 들어와, 나와 예찬이는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두 사람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만 보았다.

“그래.”

박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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