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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유남준은 굳이 그녀의 체면을 깎지 않았다.

“오빠, 이따 우리랑 같이 모임에 가지 않을래요?”

이지원이 물었다.

유남준은 방금 박민정이 했던 말에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일부러 가겠다고 했다.

5성급 호텔, 한 층 전체를 예약했다.

유남준은 들어 오자마자 이지원과 재벌 집 자제들에게 둘러싸였다.

박민정은 그저 구석 쪽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때, 청순한 차림의 한 여인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봤어요? 우리 지원이만 남준 씨를 이 자리에 불러올 수 있다는걸.”

“어쨌든 우리 지원이가 남준 씨의 첫사랑이잖아요.”

이 사람은 박민정도 알고 있는데 바로 이지원의 절친인 하예솔이다.

박민정은 술 한 모금 마시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쪽이 남준 씨의 첫사랑인 줄 알겠어요.”

하예솔은 원래 자기 절친을 대신해서 박민정에게 화풀이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박민정이 말 한마디로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박민정은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편, 유남준이 겨우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오니 박민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지원에게 몇 마디 인사를 건넨 후 그곳을 떠났다.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최고급 차 캐딜락 한 대가 박민정이 타고 있는 차량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9호 공관에 도착하자 뒤에서 따라오던 차도 멈췄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인 것을 알아채고는 막지 않았다.

유남준은 서다희에게 곧바로 전화 걸었다.

“조사하라고 한 일은 어떻게 되었어?”

“계속 방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래도 박민정 씨가 출국한 뒤 에스토니아로 갔다는 사실은 알아냈습니다.”

“더 디테일하게 조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

서다희가 대답했다.

유남준이 간단하게 대답한 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미간을 찌푸렸다.

에스토니아!

그는 근 몇 년 동안 박민정이 그곳에 거주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어쩐지, 그녀를 몇 년 동안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

오늘 박민정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모습에 유남준은 그녀가 분명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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