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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엄마, 가지 마세요! 기다려요!”

밤새 내린 눈이 두껍게 쌓여 있었고, 지윤이 눈밭에서 겨우 일어났을 때 기내 문이 닫히고 헬기 프로펠러가 올라가고 있었다.

지윤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어젯밤 지아에게 잘 있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이별의 순간이 오자 본능 외에는 이성적인 판단은 남아 있지 않았다.

줄곧 엄마가 곁에 없었던 아이는 온통 지아에 대한 걱정만이 얼굴에 가득했다.

“엄마 가지 마요. 이제 겨우 만났는데 그냥 여기 있어 줘요, 제발!”

작은 몸이 또다시 눈 속으로 쓰러졌고 지윤은 눈물을 흘리며 계속 외쳤다.

하지만 오늘은 바람이 너무 심한 데다 프로펠러 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리는데 지아에게 아이의 목소리가 닿을 리 없었다.

“엄마, 보고 싶어요. 매일 보고 싶었는데 옆에 있으면 안 돼요? 얌전히 말 잘 들을게요. 거짓말했어요. 사실은 엄마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매일 엄마 보고 싶었는데. 훈련도 싫고 도련님 되는 것도 싫어요. 난 그냥 엄마 아들이 되고 싶은데, 제발 한번만...”

지윤은 천천히 땅에서 일어나다가 다시 털썩 주저앉아서 목이 터져라 울었다.

오랫동안 교관에게 훈련을 받아온 아이는 항상 강인한 모습을 보였고, 피곤하고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무슨 훈련이든 해냈다.

그런 지윤이 처음으로 사탕 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그런데 고작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그러는 게 또 어때서?

“착하지, 울지 마.”

헬리콥터는 지아와 아이의 모든 바람을 싣고 이륙했다.

도윤은 눈 속에서 아이를 안아 들고 몸에 묻은 눈을 털어주고는 자신의 군복을 벗어 지윤을 감싸안아 주었다.

교관은 도윤에게 거수경례를 했고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틀만 쉬게 해.”

“네, 보스.”

아빠의 따뜻한 체온에 지윤이는 아빠 품에 안겨 주체할 수 없이 울었다.

“아빠, 난 생각만큼 강하지 않아요.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이 그냥 엄마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난 그냥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착하지, 울지 마. 넌 착한 아이야.”

“착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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