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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이보세요. 일단 흥분 좀 가라앉히시고, 이대로 가다간 저들이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사살하려 할 거예요. 지금 앞뒤에 저격수들이 살피고 있으니까 최대한 진정하시고 잘 피해요.”

남자가 멍하니 이민혁의 말을 듣다가 머리를 이민혁의 뒤에 붙이며 물었다.

“어떻게 알아요?”

“이전에 군인이어서 이런 일은 적지 않게 겪었으니, 절 믿어요.”

이민혁이 대답했다.

남성은 이민혁의 뒤에서 몸을 움츠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몹시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때 흰 셔츠를 입은 여인이 입을 열었다.

“요구가 있거든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우리는 가능한 맞춰드릴 의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질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요.”

남성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다급함에 급기야 이민혁에게 물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

이민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우선 마음을 가라앉혀요. 머릿속에서 해야 할 말을 잘 정리해서 이성적이게, 최대한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해요.”

이민혁의 침착한 말투와 태도는 남성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그는 천천히 침착함을 되찾으며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흰색 셔츠를 입은 여인이 이민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민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민혁은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영계의 경지까지 오른 그는 당연히 이런 상황이 두려울 리 없었고 그 역시 공포에 질린 연기를 할 수는 없었다.

여인이 그런 이민혁을 보고 더욱 의심이 생겼다.

‘무슨 인질이 이런 상황에 이렇게 침착해?’

이때 마침내 남성이 입을 열었다.

“저는 강여민이라고 합니다. 1년 전 저는 석형사업회사. 아니, 사실은 길거리 불량배 정석형에게 유인되어 그가 만든 도박판에서 돈을 잃고 고리대금까지 빌렸습니다. 20억 원의 고리대금을 갚고도 현재 이자가 끊임없이 불어나 60억 원의 빚이 남아있는데 그는 저에게 계약서를 쓰도록 강요하여 회사를 뺏어갔습니다. 저는 지금 가족도 잃고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앞으로 살아갈 희망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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