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6화 남녀 사이에는 한 가지 관계만 존재해

칠흑 같은 어둠.

눈이 검은 천에 가려지고 입이 테이프로 칭칭 감겨 보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권하윤이 느낄 수 있는 거라곤 오직 어둠뿐이었다.

그러던 그때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이 갑자기 벗겨졌다. 갑자기 환한 빛이 눈을 찔러오자 권하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빛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창고 같았다. 창문이 없었지만 머리 위에 백열등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기태 형님, 사람 데려왔습니다.”

전에 그녀를 데려온 대머리가 방 안에 있는 깡마른 남자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는 순간 권하윤은 자기 생각이 맞다는 걸 확신했다.

‘역시나 조 사장 사람이었군.’

진기태가 손을 휘휘 젓자 대머리가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진기태는 권하윤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왜 여기 왔는지 알아?”

그의 목소리는 텅 빈 창고 안에서 유난히 음산하게 들려왔다.

“보스가 당신 때문에 불구가 됐어. 그 치욕을 오늘 당신한테 돌려줘야겠거든!”

“읍읍!”

권하윤은 애써 소리를 내려 했지만 테이프에 막혀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

진기태가 눈빛을 보내자 옆에 있던 똘마니 하나가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뜯어냈다.

권하윤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입이 자유로워지기 바쁘게 말했다.

“조 사장 그렇게 만든 거 민 사장님이지 내가 아니야.”

“흥. 당신 민 사장 여자잖아. 당신 때문에 화풀이한 게 아니라면 우리 형님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당신들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네. 나 민승현 약혼녀야. 민 사장님은 그제 내가 제수씨라서 도와준 것뿐이라고.”

“어디서 구라야! 제수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남녀 사이에는 한가지 관계만 존재해. 당신네 재벌 가문이 얼마나 난장판일지 우리가 모를 줄 알아?”

그의 말투에서는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설령 민도준이 경성 바닥의 모든 명맥을 잡고 있다 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그에게 불만이 많았다.

만약 민도준이 민씨 가문을 등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