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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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출입 금지
소찬식은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글쎄요. 설령 저한테 딸이 있다고 해도 박 대표처럼 훌륭한 청년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습니다.”박대한은 살짝 당황했으나 곧 화제를 돌렸다.“참, 요즘 그 여자의 루머 때문에 마음이 많이 복잡하시죠. 주가도 많이 떨어졌던데...”한편, 서민영은 박예리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물었다.“정말 제대로 본 거 맞아? 소은정이 여길 온다는 게 말이 돼?”“내가 그 계집애 얼굴을 잘못 봤을 리가 없잖아. 엄마도 봤단 말이야...”박예리의 확신에 서민영도 그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 중에서 소은정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여기서 어떻게 찾아...”“뭐 어디 숨어있나 보지 뭐. 여기 나타난 이상 아직 여기 있을 거야. 기자들 앞에서 강제로 결혼 발표라도 할 생각인 거라고.”머리를 긁적이던 박예리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 소은호와 결혼 발표라도 먼저 하려는 속셈이겠지.곧 펼쳐질 재밌는 상황에 서민영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소은정, 너도 이런 악수를 두다니! 한참을 눈동자를 반짝이며 주위를 둘러보던 서민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저기 있다!”서민영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평범한 원피스 차림의 소은정이 꽃다발을 들고 입구의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너 해외로 출장 간 거 아니었어? 어떻게 온 거야?”깔끔한 정장 차림의 성강희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오늘 같은 날에 아무리 바빠도 와야지. 파티만 참석하고 바로 돌아가야 해.”눈부신 그의 미소에 꽃다발을 든 소은정의 손이 살짝 떨렸다.“오늘 아저씨도 오셨던데 인사라도 드리지 그래?”“아니. 내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아마 때리실지도 몰라. 오늘 같이 좋은 날 인명 사고가 나면 안 되잖아? 어차피 프로젝트도 막바지고 아마 곧 귀국할 수 있을 거야.”성강희가 고개를 젓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귀국하는 날 내가 직접 마중 나갈게.”“약속한 거다?”환하게 웃던 성강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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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뻔뻔하게
어차피 이혼한 사이인데 소은정이 비난을 받을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해지는지 박수혁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왜 여기 나타난 걸까? 아직도 소은호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금 다들 그녀를 멀리하는 걸 정말 느끼지 못하는 걸까?특히 그녀의 손에 들린 꽃다발이 박수혁의 신경을 더 거슬리게 만들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아니야. 지금 다들 네 행보만 주시하고 있어. 여기서 네가 돌발행동이라도 하면 그땐 나도 널 지킬 수 없어.”박수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도 모자라 SC그룹까지 적으로 돌리면 그때는 박수혁도 더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다.하지만 소은정은 박수혁의 그런 호의가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지켜줘? 당신이 언제 나를 지켜줬다고 그런 말을 해? 날 지키고 싶은 게 아니라 당신 집안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거겠지.”지켜주겠다고 말하면 내가 꼬리라도 흔들면서 고마워할 줄 알았을까?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은정 씨...”이때 서민영이 달려오더니 바로 박수혁의 팔짱을 꼈다.“은정 씨, 다 나 때문이야. 은정 씨가 나 싫어하는 거 알아. 저번 패션쇼장에서 나 때린 거 내가 용서해 줄게. 나도 은정 씨 마음 이해하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가만히 있어줘.”소은정은 고개를 돌려 서민영을 바라보았다.“용서? 네까짓 게 뭔데 용서란 단어를 입에 올려?”서민영은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지만 예전처럼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박수혁의 모습에 표정이 살짝 굳었다.“은정 씨, 은정 씨는 이미 수혁이랑 이혼한 사이야. 평생 그렇게 증오 속에서 살 거야?”“평생? 당신 같은 사람들을 내가 평생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서민영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다시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나도 수혁이도 은정 씨가 과거 일은 잊고 새롭게 시작하길 바라. 하지만 오늘은 SC그룹 창립 기념일 행사잖아. 여기서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은정 씨만 더 힘들어져. 멀리 봐야지.”서민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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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내 딸입니다
경쾌한 음악과 반짝이는 조명이 파티장을 장식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고 소찬식이 무대로 올라가자 음악이 멈추었다.오늘 파티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시작될 것이란 예감에 모두의 시선이 무대로 꽂혔다. 비록 지금 SC그룹의 실무는 모두 소은호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조용히 소찬식 옆에 서 있었다.“여러분, 바쁘신 시간 쪼개서 저희 SC그룹 창립 기념일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의 응원과 서포트가 있었기에 오늘날 SC그룹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자, 이 소찬식, 여러분들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소찬식이 와인잔을 들자 모두들 그를 따라 와인잔을 들고 담긴 술을 원샷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SC그룹과 더 좋은 인맥을 쌓고 싶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축하한다고 말하며 박수를 쳤다.소은호는 직접 다가가 소찬식의 와인잔에 샴페인을 따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소찬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무대 아래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빌려 해명하고 싶은 사안이 있습니다. SC그룹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기자님들도 아마 다들 궁금하실 겁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여자 소은정 씨에 대해서요.”소찬식의 말에 모두들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역시 그 일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들까지 부른 것이라며 다들 생각했다.특히 박대한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소찬식이 이혼녀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리가 없지. 소은정, 이게 주제를 모르고 나댄 자의 결말이야.이민혜와 박예리도 서로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소은정 이 계집애 어디 간 거야?”박예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불평했다. 반면 이민혜는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진작 쫓겨났겠지 뭐. 소은정은 SC그룹의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야. 그런 애를 여기 남겨둘 리가 없지.”소찬식은 박씨 일가 사람들을 한 번 바라본 뒤 살짝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갔다.“소은정 씨는 저희 SC그룹에서 일하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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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후계자
소찬식의 말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멍하니 소찬식, 소은정 두 사람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딸? 친딸?그와 동시에 SC그룹 창립 기념일임을 홍보하던 전광판에 소은정의 사진이 걸렸다. 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이 고개만 들면 바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물론, 소찬식의 말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박씨 일가였다. 자신감 넘치던 미소를 짓던 박대한의 얼굴은 어느새 차갑게 굳어버렸고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박수혁이 눈동자에도 충격과 놀라움이 서렸다.파티장의 적막을 깨트린 건 바로 이민혜였다.“그... 그럴 리가 없어! 소은정은 고아라고 했단 말이야!”“닥치지 못해?”박대한이 바로 호통쳤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소찬식이 직접 발표한 사실이다. 거짓일 리가 없지 않은가!소찬식은 이민혜의 경거망동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또다시 폭탄선언을 시작했다.“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립니다. 오늘부로 제가 가지고 있던 SC그룹의 지분은 모두 제 딸 소은정에게 양도할 것입니다. 은정이는 제 후계자로서 SC그룹의 대표이사 직을 역임할 것입니다.”쿠궁!소찬식의 딸인 것도 모자라 SC그룹의 후계자라니. 재벌가 며느리 자리를 노리며 몸을 팔던 천박한 여인에서 국내 최고 그룹의 후계자가 되다니.충격 발언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술렁대기 시작했고 기자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게 위해 쉴 새 없이 플래시를 터트렸다.사람들이 아직 충격에 휩싸여있을 그때, 소은호가 다가왔다.“여러분...”지금 SC그룹의 대표이사는 소은호다. 그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두의 시선이 다시 무대로 향했다.소은호는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향해 미소 지은 뒤 입을 열었다.“사랑하는 동생 은정이가 다시 저희 품으로 돌아온 걸 축하하기 위해 제가 가지고 있는 지분 10%를 은정이에게 양도하겠습니다. 이로써 은정이는 SC그룹의 지분 71%를 보유하게 되었고 그룹의 최대 주주가 되었음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저는 은정이의 오빠로서 은정이를 서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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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플렉스의 정체
소은정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말을 이어가지 않았지만 그 뒤의 말이 어떤 것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짐작할 수 있었다. 박씨 일가에서 일부러 퍼트린 루머,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영원히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한 사람의 인생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은 태한그룹 일가의 추악한 행동에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소은정은 이 자리를 빌려 박씨 일가가 얼마나 비겁한 사람들인지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고 그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박대한은 처음 느껴보는 당혹감에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저 조용히 주먹을 꽉 쥘 뿐이었다.소은정이 SC그룹의 딸이었다니! 박수혁과 결혼하기 전, 박대한은 모든 인맥을 동원해 소은정의 과거를 조사했지만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고아라고 말하는 소은정의 말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그래, 고아라고 해도 모든 기록을 지울 수는 없었을 터, 한 사람의 기록이 말끔하게 지워졌을 땐 어떠한 세력의 간섭이 있음을 의심했어야 했는데!반면 박수혁은 또 다른 이유로 충격에 잠긴 상태였다. 소은정의 진짜 정체보다도, 소은정이 SC그룹의 대표로 된 것보다 그에게 더 큰 충격을 안긴 건 바로 이혼이 정확한 선택이었다는 말이었다.그와 결혼이 실수였다고 말할 정도로 끔찍했던 걸까? 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한 마디 더 묻겠습니다. 항간에 소은정 씨와 박수혁 씨의 이혼 사유가 박수혁 씨의 불륜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사실입니까?”기자는 이 기회를 빌려 이혼 당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또 다른 루머에 대해 질문했다. 파티장은 또다시 사람들의 술렁거림으로 가득 찼다.기자의 질문에 서민영은 혹시 누군가 그녀를 알아볼까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 그녀가 상간녀라는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분명, 소은정이 우스워지는 꼴을 보기 위해 온 건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기자의 질문에 흠칫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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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부자
충격에 휩싸인 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전광판에서 라이브로 방송된 소찬식, 소은호, 소은정의 발언과 기자들이 발 빠르게 올린 기사들로 모든 사람들이 소은정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었다.“와, 레전드다. 드라마도 이런 시나리오는 안 쓸 텐데...”“태한그룹 진짜 실망이다. 상대가 평범한 사람인 줄 알고 일부러 루머를 퍼트렸다는 거잖아. 불매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야?”“은정 언니, 너무 멋져요!”“루머에 고통받으면서도 직원들만을 생각하는 모습,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니다!”“소찬식 회장이 정말 딸을 아끼나 봐. 오늘 쓴 돈만 해도 얼마야 도대체...”“은정 누나! 앞으로도 착한 플렉스 많이 부탁드립니다!”......모두들 소은정의 넓은 아량에 감탄하던 그때, 소은정은 박대한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여기서 끝날 줄 알았어? 아니, 이제 시작이야.“아, 그리고 얼마 전 제가 모 자선 경매에서 태한그룹 안주인인 이민혜 여사님이 출품하신 비취 담뱃대를 낙찰받았는데요...”소은정은 박대한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녀를 노려보는 걸 지켜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담뱃대는...”“잠깐!”신분을 숨기고 태한그룹과 박씨 일가를 놀림거리로 만든 것까지 다른 건 다 참아도 비취 담뱃대를 빼앗기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은정아, 알다시피 그 담뱃대는 우리 집안 가보야. 낙찰가의 10배로 다시 구매하고 싶은데. 300억 중 낙찰가인 30억을 제외한 270억은 우리 집안에서 주는 이혼 위자료라고 생각해 주렴.”소은정, 넌 아직 너무 어려. 300억 정도면 너도 흔들리지 않겠어? 이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하지만 SC그룹의 대표이사자 최대 주주가 된 소은정에게 30억과 300억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3년이라는 세월을 단 돈 300억에 보상하려는 박대한의 여전한 행동에 기가 막힐 뿐이었다.파티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사람들은 소은정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대한의 말을 들은 소은정은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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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너그러움
박대한은 그를 향해 다가오는 소찬식, 소은정 두 부녀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오늘 충분히 놀라웠습니다. 아주 대단한 따님을 두셨더군요.”박씨 일가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이 모든 판을 짰다니. 저번에 소은정의 사무실에서 소찬식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을 때도 전혀 겁을 먹지 않는 모습에 의아했었는데 그때부터 이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던 걸까?소찬식은 박수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온갖 풍파를 겪은 박대한도 이성을 잃을 정도로 타격이 컸을 텐데 여전히 의연한 모습에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중한 딸에게 상처만 주지 않았다면... 이 정도 남자라면 사위로 기꺼이 받아들였을 텐데...“박 회장님이 왜 화를 내시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곱게 키운 제 딸 3년 동안 하녀처럼 부려먹고 이혼 뒤에도 온갖 모욕을 받게 만든 건 박 회장님이 아니십니까?”소찬식이 따져 물었다.박수혁은 소찬식 옆에 있는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은 쳐다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드레스에 달린 다이아몬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사실 박수혁도 결코 놀라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혼 뒤 보여줬던 소은정의 모습들이 드디어 이해가 되는 것과 동시에 소은호, 소은정 누가 봐도 남매인 이름과 이목구비가 떠오르며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기도 했다.반면 박대한은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신분을 숨기고 수혁이와 결혼한 건 그쪽 따님입니다. 마음먹고 숨긴 사실을 저희가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입니까?”박대한이 변명했다.“그럼 평범한 집안 딸이면 그런 푸대접을 받아도 된다는 겁니까? 돈 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인격을 짓밟으면 안 되시죠. 아드님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전 반대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덧없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은정이가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결혼을 강행하더군요. 그래서 3년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지냈지만 그래도 의절까지 하면서 얻어낸 사랑이니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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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내보내
소은정이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내자 서민영은 박수혁을 향해 애원 어린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시선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그녀의 집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박대한이 도와줄 리도 없고 박대한 앞에서는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이민혜와 박예리가 나서줄 가능성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그녀를 더 짜증 나게 만드는 건 오늘 하루 종일 소은정만 바라보는 박수혁의 모습이었다.서민영은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 주먹을 꽉 쥐었다.“소 회장님, 설령 회장님 말씀대로 저희가 은정이한테 잘못했다고 칩시다. 어차피 다 지난 일이고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사이입니다. 굳이 문제를 더 키울 필요가 있을까요?”뻔뻔한 박대한의 말에 소찬식은 뒤통수가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적반하장인 사람들한테서 은정이는 어떻게 3년이나 버틴 걸까?소찬식은 바로 경비 2명을 불러 서민영을 가리켰다.“일단 이 사람부터 여기서 내보내요. 제 딸을 위한 자리입니다. 제 딸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람을 남겨둘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소찬식의 말에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든 서민영이 믿을 수 있는 건 그래도 박수혁뿐이었다.“수혁아...”“기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얼른 가.”하지만 박수혁의 말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의 행동에 놀란 건 소은정도 마찬가지였다.좋아 죽고 못 살 때는 언제고 뭐야? 벌써 마음이 바뀐 거야?하여간, 남자들이란.서민영을 이 자리에 부른 이민혜와 박예리도 당황하며 박대한의 뒤에 몸을 숨겼다.“박 회장님, 저희 은정이가 그 집에서 어떤 꼴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천천히 얘기하죠.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말도 안 되는 루머에 대해서는 직접 해명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소은정의 신분이 밝혀진 이상 루머가 가짜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태한그룹이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길 바랐다.“하,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박대한이 코웃음을 쳤다.“그 정도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태한그룹과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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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배우
그의 질문에 소은정은 흠칫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게 왜 궁금한데?”어차피 다 밝혀진 마당에 그 이유가 뭐가 중요할까?“대답해 줘.”박수혁의 무거운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가족들이 반대하는 결혼이었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그 마음 하나만 믿고 모든 걸 버리고 떠났어. 그런 내가 무슨 염치로 SC그룹의 딸이라고 말할 수 있었겠어.”박수혁에 대한 사랑 하나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도, 친구도 다 버리고 달려갔지만 결국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끝없는 심연뿐이었다.“뭐 이제라도 콩깍지가 벗겨져서 다행이야?”소은정은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 가벼운 말투로 피식 웃었다.“얘기 다 끝났어? 얼른 가봐. 지금쯤 아주 난리 났을 텐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와인을 한 모금 마신 소은정은 또각거리며 자리를 떴다.여유롭게 파티장을 찾은 손님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던 소찬식은 뭔가 생각난 듯 소은호에게 물었다.“은해는? 오늘 같은 날 왜 안 온 거야?”소은해도 소은정과 스캔들이 났던 주인공이 아닌가?아버지의 질문에 소은호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그게... 자기가 오면 사람들 시선이 다 자기한테 쏠릴 거라고... 집에서 자고 있을 거예요.”“자뻑은. 아주 톱스타 나셨네.”소찬식이 콧방귀를 뀌었다.한편, 집에서 자신이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를 보던 소은해가 귀를 긁적였다.파티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한유라와 김하늘은 소은정을 끌고 조용히 건물을 나왔다.사운드 클럽.“형, 약속 시간이 언젠데 이제 온 거야...”박수혁의 등장에 강서진이 바로 다가갔다. 파격적인 전광판 광고와 빠르게 퍼지는 기사 덕분에 소은정이 바로 SC그룹 외동딸이었다는 사실을 그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도 모두 알게 되었다.세상에... 그동안 소은정을 향해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고 강서진은 등골이 오싹해졌다.박수혁은 말업이 자리에 앉아 위스키 한 잔을 원샷했다. 다른 친구들도 조용히 박수혁의 눈치만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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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쓰레기
“몰라.”박수혁은 차갑게 대답한 뒤 강서진의 팔을 뿌리쳤다. 3년 전, 서민영이 교통사고를 당한 날이었다. 출혈 상태가 심해 수혈이 필요했지만 RH- 혈액형 잔고가 부족해 안절부절못하던 그때, 소은정이 다가왔다. 수혈을 해줄 수 있으니 결혼해 달라고.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두 사람은 얼렁뚱땅 혼인신고까지 하게 되었다. 사랑하진 않았지만 아내로서 최대한 존중해 줬다고 생각하며 나름 자부심을 느꼈었는데 이혼 후 알게 된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이때 룸 밖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밖에 나가 본 강서진이 부랴부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젠장, 소은정 그 여자가 왔어!”가슴이 터질 듯한 음악, 스테이지의 사람들은 춤을 추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중 센터에 선 소은정은 지금까지 숨겨둔 춤 실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완벽한 얼굴과 몸매, 자신감 넘치는 미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옆에 있는 남자 파트너와 화끈한 커플 댄스까지 보여주자 사람들은 더 환호했다. 강서진도 그 자태에 시선을 빼앗기고 속도 없이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동참했다.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강서진과 박수혁의 모습을 발견하고 더러운 물건이라도 본 듯 바로 표정이 굳더니 스테이지에서 내려갔다.영문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아쉬운 탄식을 내뱉을 뿐이었다. 스테이지 조명 밖, 어두운 구석에 서 있던 박수혁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이렇게 춤을 잘 췄다는 것도 저렇게 매력적으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었다.3년 동안 그런 모습은 한 번도 볼 수 없었으니까.그에게 당당하게 다가와 마음을 고백하고 그만큼 치열하게 사랑했던 것만큼 이제 미련 또한 남아있지 않는 거겠지. 게다가 서민영과의 관계를 오해하고 상처를 받았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또다시 답답해졌다.전우가 마지막 남긴 유언에 사로잡혀 필요 이상으로 잘해주긴 했었다. 그렇다면 소은정에게 제대로 해명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언제까지나 그의 이기심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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