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2491 - Chapter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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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1화 잊을 수 없는 밤
박수혁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출장을 나갔다가 돌아와서 가장 먼저 그녀를 보러 술집으로 찾아왔다.그런데 그녀는 당당하게 다른 남자의 차를 탄 것도 부족해서 그와 전남편을 비교하는 말이나 해댔다.박수혁은 수치심을 느꼈다.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자존심에 이 일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남유주는 눈을 깜빡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쪼잔한 녀석!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잖아!그녀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몇 번이나 얘기했잖아요. 난 그 사람을 분명하게 거절했어요. 이상한 소리로 논점 흐리지 말라고요!”박수혁은 피식 웃으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남유주는 고개를 돌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됐어요. 내가 했던 말 그냥 못 들은 거로 해요.”그녀는 그 사람을 받아줄 의향이 있었으나 결국 우연한 사고로 인해 그 생각을 포기했다.하지만 박수혁에게는 불공평한 상황이었다.박수혁은 느긋한 자세로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했다.“다 들었어요. 이미 했던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거 몰라요?”남유주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그를 쏘아보며 대꾸했다.“그래서요? 난 당신을 어장 속 물고기로 생각한 적 없어요. 아예 한 번도 당신을 그런 쪽으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그녀의 얼굴을 감싸더니 거칠게 입을 맞춰 왔다.그녀의 당황한 모습이 그대로 남자의 두 눈에 담겼다.그의 혀가 집요하게 그녀의 입안을 파고들었다.남유주는 천천히 눈을 감고 그에게 호응했다.그에게서 알싸한 알코올 향기가 풍겨와서 점점 정신이 아득해졌다.그들은 이제야 자존심을 내려놓고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상대를 보듬어 주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그가 드디어 입술을 떼고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유주는 힘없이 그의 품에 기대 가쁜 숨을 토해냈다.키스 한번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완전히 달라졌다.남자는 못내 아쉬운 얼굴로 그녀를 놓아주고 말했다.“자요. 난 서재로 가볼게요.”그는 그녀의 발목 부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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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2화 옛날 사진
그것은 그와 소은정이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줄곧 개인 서재에 놓고 보물처럼 소중히 다뤄온 물건이자 행복했던 과거를 향한 그의 미련이었다.그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무언가 거대한 힘이 그의 심장을 잡아뜯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괴로웠다.어제의 일은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어 버렸다.그가 직면해야 할 문제였다.소은정을 잊자고 하니 과연 그럴 수 있을까?그는 창백한 얼굴로 아픈 마음을 달래며 액자를 조용히 뒤집어 놓았다.그런데 이때, 남유주가 안으로 들어왔다. 박수혁의 셔츠를 걸친 그녀가 느긋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씻으려는데 샤워기가 고장난 것 같아요.”박수혁은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요? 내가 가서 볼게요.”두 사람 사이는 여느 커플처럼 닭살스러운 멘트도 없었지만 눈만 뜨면 싸우던 예전에 비하면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그녀는 당당하게 그의 옷을 입었고 그 역시 그런 변화를 묵인했다.남유주의 목덜미에는 여전히 어젯밤 흔적이 남아 있었다.박수혁은 그 흔적들을 힐끗 보다가 다급히 시선을 피했다.다시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웃으며 그를 따라 나가려던 남유주가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전과는 다른 모습이 그녀의 눈에 포착되었다.예전에 그의 간병인을 자처하며 여기 살았을 때 매일 서재를 드나들었기에 이런 변화는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책상으로 다가갔다.남유주는 책상 위에 뒤집어진 액자를 주워들었다. 소은정과 박수혁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그녀는 솔직히 혼란스러웠다.어떻게 그의 과거를 직면해야 할지 아직은 결심이 서지 않았다.그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여기서 그들의 과거를 회상했을까?아니면 어젯밤의 충동을 후회했을까?이루지 못한 그 사랑에 죄책감이 든 건 아닐까?그녀는 한숨을 쉬며 액자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남유주는 마음이 먼저 간 게 아니라 몸이 먼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처음부터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고 사랑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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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3화 듣기 좋은 말
박수혁은 이런 일로 그녀와 싸우기 싫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담요를 다시 소파에 던지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하지만 옆에 남유주가 있으니 좀처럼 식사에 집중할 수 없었다.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발로 그의 다리를 간지럽혔다.짜증이 치밀었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다.자신이 어젯밤에 조금 과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이런 도발도 꾹 참고 넘겨야 했다.그녀는 아주 기분 좋게 샐러드 한 접시를 비웠다.박수혁의 얼굴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잠시 후, 대문 앞에 차량이 도착했다.이한석과 운전기사가 쇼핑백을 잔뜩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남유주를 본 이한석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어쩐지 아침부터 여성옷을 사오라고 할 때부터 이상했어!’“유주 씨, 이 옷들 한번씩 입어보세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브랜드사와는 앞으로 협력을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남유주는 활짝 웃으며 이한석에게 말했다.“저는 이 비서님 안목을 믿어요.”이한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짐을 2층까지 옮겨주었다.남유주는 박수혁의 빠른 일처리가 꽤 만족스러웠다.남자 셔츠를 입은 채로 밖을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그랬다가는 술집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을 게 분명했다.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자 박수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남유주는 가장 심플한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예쁘죠?”그녀는 거실을 한바퀴 빙 돌며 박수혁과 이한석에게 물었다.박수혁이 입을 열려는 찰나, 옆에 있던 이한석이 먼저 선수를 쳤다.“세상에! 유주 씨 지금 요정 같아요!”남유주가 쑥스럽게 입을 가리며 웃었다.박수혁은 이한석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을 후회했다.그는 불편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이제 출근해야지.”이한석은 그제야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다.“네, 대표님.”남유주가 다급히 말했다.“그럼 나 가게까지 좀 태워다주세요!”박수혁은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여기서 좀 쉬지 가게는 왜 가요?”어차피 낮에 영업을 하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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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4화 그녀의 거절
이한석은 박수혁이 오늘 뭘 잘못 먹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라이벌을 위해 돈을 쓰다니! 이건 무슨 경우지?그는 전동하에게도 이런 관용은 베풀지 않았다.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이한석은 그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회사에 출근한 박수혁은 오늘 하루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부하직원들의 작은 실수에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격려해 주었다.격려를 받은 부하 직원은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이한석도 황당함을 금하지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실수하면 내쫓거나 경호원까지 불러서 끌어내던 사람이 오늘은 어쩐 일이지?전혀 박수혁답지 않은 처사였다.‘남유주 씨 덕분인가?’실수한 직원이 불안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이한석의 손을 잡았다.“이 비서님, 대표님 오늘 왜 저래요? 왜 자꾸 저를 보고 웃으시는 거죠? 제가 금액을 잘못 기입했는데 욕도 안 하고 오히려 열심히 하라고 격려까지 해주셨어요. 이거 저절로 물러나라는 신호는 아니겠죠?”이한석은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박수혁이 갑자기 성격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회사에 쫙 퍼졌다.그도 그럴 것이 일년 내내 같이 일해도 그가 오늘처럼 헤실헤실 웃고 다닌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이한석은 직원을 안심시켜 자리로 돌려보내고 나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지만 어쨌든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었다. 박수혁이 드디어 소은정을 내려놓고 새로운 사랑을 찾았으니 축하할만한 일이었다.그 시각, 가게로 돌아온 남유주는 한수근과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주희철을 만났다.주희철은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는데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한수근이 그녀를 보자마자 웃으며 다가왔다.“사장님, 희철 씨가 새벽부터 기다리고 계셨어요. 사장님께 꼭 직접 만나서 전해야 할 말이 있다던데요?”남유주는 그제야 한수근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후배분이 또 오셨는데 아무리 설득해도 가지를 않아서요. 차라리 밖에서 좀 피해 계실래요?]남유주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희철에게 다가갔다.“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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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5화 연애 아닌데요
주희철이 고개를 떨어뜨렸다.“미안해.”남유주는 그의 사과가 듣고 싶지 않았다.용서는 해줄 수 있지만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고 이 화제를 계속 이어가고 싶지도 않았다.주희철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나 정말 오래전부터 선배를 좋아했어.”“그 마음 고마워. 나도 그 마음 알고 누군가가 날 그렇게 생각해 줘서 기뻤어. 그때는 매일 전남편을 죽이고 나도 같이 죽을 생각만 하며 살았거든. 누군가가 날 좋아한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어.”“그래서 너랑 진심으로 잘해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어. 난 이제 더 이상 타협하고 싶지 않아. 미안해.”그녀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주희철은 그에게 항상 존중할만한 후배였다.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표정을 풀었다.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간 일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매달릴 수도 없었다.만약 정말 둘이 함께하게 된다면 이런 일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다.그는 사회에 대한 책임감으로 한번, 또 한번 그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하지만 남유주는 충분히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물질적인 풍요도 아니었고 온전히 자신의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주희철은 입안이 쓰고 쓸쓸함이 몰려왔다.드디어 희망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꺼져버렸다.그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선배. 앞으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그는 잠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박수혁 때문이야?”남유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주희철은 긴 한숨을 토해내고는 말없이 가게를 나갔다.차라리 박수혁이라서 안심이었다.어제 그가 보인 모습은 남유주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나온 행동이었다.남유주는 주희철을 배웅하고 그 자리에 잠시 앉아 생각에 잠겼다.한수근이 그녀에게 다가오며 물었다.“얘기 잘 끝났어요? 이제 그 후배랑은 끝이에요?”남유주가 자리에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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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6화 먼저 다가가 보세요
“대표님, 저 왔어요.”박수혁은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한석은 그 자리에서 멀뚱멀뚱 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잠시 숨막히는 침묵이 흐르고 박수혁이 입을 열었다.“그 여자한테 연락 없었어?”이한석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다.“누구 말씀이시죠?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핸드폰이 신경도 못 쓰고 있어요. 이러다가 저 차이게 생겼다고요.”그는 주절주절 떠들며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하지만 박수혁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남유주 말이야. 연락 없었어?”그는 혹시라도 자신이 너무 바빠 전화를 놓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이한석은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키고는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아마 너무 피곤해서 쉬고 있었나 보죠. 사실 가게에 할 일도 많고요.”그제야 박수혁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졌다.“베르로 가자. 이제 퇴근해야지.”그는 그녀가 자신을 보면 분명 기뻐할 거라고 확신했다.이한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남유주 씨는 밤에 일을 하는데요.”박수혁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이한석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사실 밤일이라고 하지만 남유주 씨는 사장이니까 일은 아랫사람들 시키면 되긴 하죠. 두분은 연애 초기니까 대표님이 먼저 다가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자들은 다 떠받드는 거 좋아하잖아요.”박수혁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먼저 다가가라니?여태 여자들이 먼저 그에게 다가왔지 그가 먼저 다가간 적은 없었다.게다가 어젯밤 먼저 손을 내밀고 유혹한 것도 남유주였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는 남들과 특별한 점이 많았고 그가 다쳤을 때 신세도 졌으니 너무 거만하게 굴면 안 될 것 같았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한석에게 물었다.“어떻게 다가가면 되지?”이한석은 그의 이런 변화가 오히려 반가웠다. 혼자서 추측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차라리 옆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이 더 나았다.그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예를 들자면 매일 꽃이나 작은 선물을 하거나, 불러내서 같이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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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7화 인기 만점 사장님
박수혁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남유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표정이 어두워졌다.주변을 지키고 있던 한수근이 그를 발견하고 반가운 기색으로 다가왔다.“박 대표님, 오랜만에 방문해 주셨네요!”박수혁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나 어제 왔었는데?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군!”한수근이 능청스럽게 말했다.“손님으로 오신 건 오랜만이라서요. 어제는 소비를 하지 않으셨잖아요. 혼자 오셨나요? 룸으로 안내할까요?”“됐네요. 아무데나 앉을게요.”한수근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자리로 안내했다.“그럼 카운터 쪽에 앉으실래요? 칵테일 만들어 드릴까요?”박수혁은 한수근의 안내를 받아 카운터랑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한수근이 술잔을 그에게 건네며 물었다.“뭐 드릴까요?”“아무거나요.”한수근이 웃으며 말했다.“가게에 새로운 규정이 생겼는데 대표님은 자주 오시지 않으셨으니 잘 모르시겠군요. 사장님이 직접 만든 칵테일을 주문하실 수 있지만 술 종류는 그건 우리 사장님 기분에 따라 나온답니다. 젊은 친구들은 오히려 새롭다며 좋아하더군요!”박수혁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남유주 씨가 칵테일 만들 줄도 알아요?”한수근이 정색하며 말했다.“물론이죠! 우리 사장님은 못 하는 게 없어요!”그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눈치를 줬는데도 못 알아듣다니!남유주가 직접 만든 칵테일이라는 게 요점인데!박수혁은 가격표를 훑어보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한 잔에 400만이라.적지 않은 가격이었다.남유주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걸까?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한수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박수혁은 결국 메뉴판을 덮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럼 사장님 특제 칵테일로 하죠.”어차피 그에게 돈은 항상 넘쳐났다.한수근은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사장님 모셔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지금 어디 있는데요?”박수혁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위층에 있죠. 오후에 점심을 좀 많이 드셨는지 소화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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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8화 무서운 아저씨
남유주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남자도 그 말을 들었는지 순진한 눈을 깜빡이며 남유주에게 말했다.“4백만 원이요? 누나가 한잔 사주신 거로 하면 안 돼요?”박수혁의 얼굴이 시퍼렇게 굳었다. 무슨 이런 뻔뻔한 놈이 다 있어?당당하게 공짜 술을 요구하네?그런데 남유주가 달콤한 미소를 짓더니 남자에게 말했다.“그래!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취한다?”말을 마친 그녀는 술잔을 남자에게 건네고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박수혁은 불타오르는 시선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하지만 남자는 눈치도 없는지 술을 한모금 맛 보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아저씨, 젊음이 좋죠? 누나들은 나 같이 귀여운 연하남이면 환장하거든요. 하긴, 늙고 병든 아저씨보다는 연하남이 훨씬 낫죠!”그 말은 박수혁의 아픈 곳을 정확히 찔렀다.그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남자는 여전히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주제 파악이나 하라는 얘기였어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박수혁은 손을 뻗어 남자의 숨통을 조였다. 당황한 남자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박수혁은 손을 놓기는커녕 더 우악스럽게 힘을 주었다.고작 한 주먹에 비명을 지를 거면서 사람을 자극하다니!가소롭기 그지없었다!주변 사람들이 소란을 듣고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남유주가 다급히 다가와서 박수혁의 손목을 잡아당겼다.“놔요!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이 사람 손님이라고요!”박수혁은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이 자식이 방금 전에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부터 물어보지 그래요?”남유주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무슨 말을 했든 폭력은 안 돼요. 난 장사를 어떻게 하라고요? 이거 놔요!”그녀는 짜증이 치밀어서 박수혁을 힘껏 노려보았다.박수혁은 이를 갈며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남자는 남유주의 뒤에 달려가서 숨더니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울먹였다.“누나, 저 아저씨 너무 무서워요. 공공장소에서 폭력을 쓰다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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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9화 먼저 올라가요
박수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도 주희철이랑 연락하고 지내요?”남유주는 움찔하며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얘기 잘 끝냈어요.”박수혁은 그제야 인상을 폈다.그렇다면 더 이상 그의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그럼 뭐 신경 쓰이는 거 있어요?”남유주는 갑자기 지난 번에 불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가 처음 그녀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을 때였다.그와 함께한다는 건 달콤한 연애나 앞으로 결혼까지 염두에 둔다는 얘기가 아니었다.명분도 신분도 없이 그냥 그의 곁을 지키는 것뿐이었다.어젯밤의 달콤하고 뜨거웠던 경험은 좋았지만 아마 그는 어젯밤을 기점으로 그녀가 제안을 수락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그러니 이렇듯 당당하게 동거하자는 얘기를 꺼냈겠지.어차피 돈이 넘쳐나는 사람이니 나중에 헤어졌을 때 재산분할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남유주는 살짝 눈을 치켜뜨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에게서 차가운 계열의 우드향과 조금 전 마셨던 레몬향이 났다.은은하면서도 취할 것 같은 향기였다.박수혁은 손을 들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남유주가 고개만 들면 그의 날카로운 턱선에 입을 맞출 수 있는 거리였다.그녀는 고개를 드는 대신 그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동거는 재미없어요. 필요하면 나를 찾아와요. 나도 필요하면 찾아갈게요. 하지만 너무 시선을 끄는 건 싫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그녀는 이게 두 사람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그와의 경험은 나쁘지 않았고 그 역시 그렇게 생각할 거라 믿었다.하지만 마음으로의 소통은 달갑지 않았다.어차피 둘 다 성인이고 사랑 따위에 정력을 쏟고 싶지도 않았다.박수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필요라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거죠?”“지금 머리로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예요.”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고 촉촉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약해진 박수혁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아름답고 청순한 얼굴이었지만 하는 행동은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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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0화 안아줘요
박수혁은 그녀가 카드를 받아 들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른 건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이런 식으로 보상해 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다행히 그녀는 돈을 무척 사랑했다.남유주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정말 내 스폰서가 되어줄 생각인가 봐요. 왜 이렇게 통이 커요?”박수혁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스폰서 아니거든요. 이상한 프레임 씌우지 말아요. 나랑 함께하면 고생할 일은 없을 거예요.”그는 그녀가 이런 식으로 자신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게 싫었다.몰래 비밀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들키면 솔직히 인정할 의향도 있었다. 다만 먼저 공개해서 혼란을 일으킬 필요를 못 느낄 뿐이었다.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말했다.“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난 우리 관계를 아는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어요.”박수혁은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사실 그도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남유주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당신 옆에 새로운 여자가 생기면 우리 관계는 거기서 끝나는 거예요. 의논할 여지도 없어요.”박수혁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나만 그런 거예요? 그럼 유주 씨는요?”“나도 똑같죠, 뭐!”남유주가 웃으며 말했다.“난 양다리는 안 걸쳐요.”박수혁은 갑자기 아까 어린 남자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줄곧 자신감 넘쳤지만 어쩐지 기가 죽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남유주도 예전에 자기가 아깝다는 얘기를 한 적 있었다.그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나도 양다리 걸치는 사람 아닙니다.”남유주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다른 조건은요?”그가 물었다.“만날 때 사전에 약속을 잡았으면 좋겠어요.”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람들에게 들키는 곤란한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주변에 박수혁을 주시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그녀는 화제의 중심에 휘말리기 싫었다.박수혁은 인상을 확 찌푸렸지만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니까 미리 얘기만 하면 된다는 거잖아?’그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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