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2601 - Chapter 2610
2631 Chapters
제2601화 좁혀가는 단서
전동하와 박수혁 사이에는 원한관계가 있으니 그가 배후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남유주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그녀의 직감이 그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소은정과 이 일이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였다.이한석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전 대표는 아닐 겁니다. 그날 밤 아주 기분 좋게 술을 마셨잖아요. 대표님을 대신해서 술을 마시고 새봄이를 케어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사람을 시켰을 수도 있지.”박수혁이 싸늘하게 말했다.이한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SC그룹은 오너 일가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왔어요. SC그룹 진한 지사의 소찬학 대표도 초대를 받고 왔으니까요. 비록 소은정 씨 가족들이랑 같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도 분명히 SC 사람입니다.”그 말을 들은 박수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그는 소찬혁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전부인 심청하가 전에 소은정에게 자주 시비를 걸었었는데 가문에서 쫓겨난 걸로 알고 있었다.실권이 없는 소찬혁 일가는 SC그룹에서 거의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매년 주주로써 가져갈 수 있는 이윤만 취할 뿐,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물론 소찬혁의 능력에 비하면 그것마저 감지덕지였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박수혁의 결혼식에 얼굴을 내민 걸까?이한석도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소찬혁을 지목했다.“대표님, 비록 우리가 초대 손님들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다지만 이 소찬혁이라는 사람은 SC의 친척이고 그때 당시에는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았을 겁니다. SC라는 큰 배경이 있으니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대했을 거고요. 제 추측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남유주는 허리를 곧게 펴고 박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더 직접적인 방법이 있어요.”“그게 뭐야?”“초대 손님들을 다시 자리에 부르는 거예요. 남씨 가문 사람들도 함께요. 그러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괜찮은 아이디어였지만 위험부담이 있었다.
Read more
제2602화 낚시
소은정이 자리를 뜨자 호텔 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다가왔다.남유주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리고 재채기를 했다.박수혁은 다급히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직원에게 싸늘하게 굳었다.“아무도 꽃을 시키지 않았는데 이건 뭐지?”직원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CK그룹에서 온 손님이 두분 결혼을 축하드린다고 꽃다발을 보내왔어요.”박수혁은 사납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가져가. 사모님은 꽃가루 알러지가 있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네.”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박수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집사람이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은데 꽃가루 알러지가 심해요. 꽃가루가 들어간 술 같은 거 마시면 호흡곤란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파티장에도 생화는 설치하지 않았어요.”옆에 있던 한 기업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러지가 심하면 조심해야죠.”소찬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결혼식장에는 전부 생화로 장식했었잖아요. 사모님은 특정한 꽃에 알러지가 있으신가요?”“그건 아니고요. 그때 항공기로 운반해 온 꽃들은 특수 약품으로 처리해서 꽃가루가 날리지 않거든요. 이번 일로 남편이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저는 그냥 조화를 쓰자고 했는데 이 사람이 꼭 생화여야 한다고 고집해서요.”박수혁도 웃으며 말했다.“결혼식에 조화를 쓸 수는 없죠. 앞으로 내가 선물한 꽃은 절대 꽃가루가 날리지 않을 거야.”두 사람은 서로를 애정을 담아 바라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기업가가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소찬혁이 웃으며 말했다.“두 분은 사이가 참 좋아 보이네요.”남유주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말씀 나눠요. 저는 저쪽에 좀 가볼게요.”박수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소찬혁에게 말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 말씀해 보세요.”소찬혁은 쑥스럽게 웃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대표님, 지금 SC와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거로 아는데
Read more
제2603화 정신병동
남유주는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이런 가능성이 희박한 낚시질보다 박수혁의 방법이 더 정확하고 빠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DNA는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니까.남유주는 한 번도 친부라는 존재가 자신의 삶에 이런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피해는 발생했으니 그 사람을 찾아 왜 그랬냐고 속 시원히 물어보고 싶었다.DNA 대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박수혁은 다시 시선을 남연에게로 돌렸다.남연은 정신병원으로 보내졌다. 일반 병원에 비하면 그녀에게 더 적합한 곳일지도 모른다.“난 정상이에요. 난 정신이상자가 아니에요! 제발 내보내 주세요!”남연이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그녀에게 다가온 의사가 싸늘하게 말했다.“여기 온 환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얘기하죠. 하지만 그런 환자들 중에 심각한 환자가 아주 많아요.”“거짓말! 날 내보내 줘요. 난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니까요!”남연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을 뻗어 의사를 잡으려고 했다.그녀는 정말 여기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주변에 있는 환자들은 전부 다 정신이상자들이었고 그녀와 같이 생활을 하는 병실 동기는 매일 자해를 해댔다.매일 밤 눈을 뜨면 그 미친 여자는 남연의 앞에 서서 미친 듯이 스스로 귀뺨을 때렸다.겁에 질린 남연은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고 비명으로 밤을 지새웠다.의사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간호사에게 말했다.“이 환자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 못하는 것 같으니 진정제부터 주사해!”뒤에 있던 간호사들이 다가와서 그녀를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남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그녀는 여기 발을 들인 순간부터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점점 반항하는 횟수는 줄어갔다. 그만큼 기력이 딸렸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이 많았다.박수혁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병원을 방문했다.의사가 자리를 물리자 박수혁은 싸늘한 시선으로 여자를 노려보았다. 진정제 약효 때문에 남연은 멍한 상태가 되었
Read more
제2604화 부인
박수혁은 이내 표정을 수습했다.그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지만 이제는 보내줘야 할 시간이었다.남유주는 그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박수혁도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남유주는 그의 과거에 집착하고 싶지 않았다.그녀 역시 과거가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해외 고찰을 떠난 소은찬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저택에 모여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산후조리원에 있던 한시연마저 소찬식의 신변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돌도 안 지난 소지율을 안고 저택으로 달려왔다.소은호와 소은해는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소은정은 소찬식의 옆에서 빨갛게 부은 눈을 하고 그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소찬식은 넘어지면서 팔을 다쳤는지 팔에 붕대를 감은 채로 손자손녀와 놀아주고 있었다.새봄이는 껌딱지처럼 소찬식의 다리에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외할아버지, 팔 많이 아파요?”소찬식은 녹아내릴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볼을 쓰다듬었다.“안 아파, 새봄이 보니까 다 나았어!”소지혁이 옆에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동생에게 말했다.“새봄아, 그쪽 팔이 아니잖아.”소찬식은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회장님, 박 대표와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집사가 안으로 들어오며 보고했다.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가장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소은해가 말했다.“내가 박수혁 그 인간은 원래 음흉한 놈이라고 예전부터 말했잖아.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뒤로 호박씨를 까는 놈이 분명하다니까? 아버지 신변 안전을 위협해 놓고 발각되니까 달려와서 사과해? 그걸 어떻게 믿어? 차라리 목적을 말하고 한바탕 힘겨룸을 하는 게 더 솔직하겠다!”“은정이 너 그 자식이랑 이혼한 거 백 번 잘한 거야! 저런 인간한테는 내 동생이 아깝지! 지금 매제랑은 전혀 비교가 안 된다고!”소은해의 말은 박수혁과 남유주의 귀에까지 분명히 들렸다.두 사람은 살짝 당황했지만 박수혁은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소은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동
Read more
제2605화 갈등
“그거 맞아. 당신은 지금 우리 아빠가 유주 씨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그래야 화풀이할 상대가 생기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조사하는데 한계를 느낀 거겠지! 그리고 이 일로 우리 가문을 협박해서 유주 씨를 재벌2세로 만들어 주고 싶은 거 아니야? 내 말이 틀려?”그녀의 싸늘한 표정과 눈빛이 박수혁을 힘들게 했다.저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그냥 사실을 해명하고 사과하러 왔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걸까.소은해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은정아, 저런 인간이랑 길게 얘기할 필요 없어. 얘기는 다 들었으니 그냥 내쫓아. 이거 소문나면 아무나 찾아와서 사생아를 사칭하겠어. 그런 거 일일이 우리가 다 해명해야 해?”박수혁이 싸늘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회장님, 그렇게 결백하시다면 친자검사 한번 해보시죠. 만약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친자 관계가 아닌 거로 나온다면 저도 이쯤하고 사죄드리겠습니다.”소찬식의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하게 식었다.“난 자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하지만 자네의 집사람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확실하게 말해줄 수는 있지. 내 아이는 지금 세상에 알려진 이 네 명뿐이야. 다른 아이가 존재할 리 없어. 믿고 싶으면 믿는 거고 안 믿어도 어쩔 수 없다고.”박수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더 추궁하려고 했지만 남유주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만해요. 우리가 너무 예의 없이 굴었네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요.”박수혁은 여전히 머뭇거렸다.“하지만….”소은정의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당장 꺼져. 이곳은 널 환영하지 않아. 박수혁, 잘난 척하지 마. 그렇게 확신하면 증거를 가져와. 아니면 당신 아버지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박수혁은 말없이 착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의 대놓고 협박하는 말에 소은해도 크게 당황했다.하지만 소은호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건드리면 안 되는 역린이 있는데 소은정에게는 가족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Read more
제2606화 막다른 길
한시연은 소찬식의 기분이 좋아 보이자 자리에서 일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저는 저녁준비 좀 하러 갈게요. 동서는 저녁에 여기로 오는 거죠?”소은해가 웃으며 말했다.“수고스럽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형수님. 집사람은 임신한 뒤에 살찐다면서 먹는 것도 한참을 고민한다니까요.”분위기는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한편, 박수혁은 이한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검사결과는 나왔어?”소찬식 쪽은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네, 우리가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이한석의 말에 차 안의 분위기는 극도로 무거워졌다.남유주의 얼굴도 같이 어두워졌다.조금 실망이었다.결국 그들은 모든 희망을 소찬식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다.박수혁은 남유주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조급해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남유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회장님은 그런 사람 같지 않아요.”시시각각 돌아간 전처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었고 자식들과도 사이가 좋았다.재벌 중에는 흔치 않은 가족애였다.그렇게 이틀이 지나갔다.남유주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해외에서 주문한 흉터 제거약을 바르니 흉터도 이미 말끔히 사라지고 연한 자국만 남았다.남연이 자취를 감춘 뒤로 남유주의 큰아버지 가족은 드디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남유주를 찾아왔다.남유주는 몸이 회복하자 바로 가게로 복귀했다.큰어머니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새로 오픈한 가게로 찾아왔다.남유주는 한창 한수근과 주문 리스트를 점검하고 있었다.큰어머니는 예전의 기고만장한 태도를 버리고 그녀를 매우 조심스럽게 대했다.이제 지난날의 남유주가 아니라는 걸 인지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유주야, 다름이 아니라 연이가 며칠 째 집에 안 들어오고 있어. 네 결혼식에서 돌아온 뒤로 연락이 안 돼. 전화를 해도 꺼져 있고. 너무 걱정돼서 찾아왔는데 혹시 넌 연이가 어디 갔는지 알아?”한수근은 조용히 컵에 물을 따라 가지고 왔다.남유주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질문에 대답했다.“그걸 내가
Read more
제2607화 과거의 진실
안에는 먼지만 쌓였을 뿐, 예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안으로 발을 내딛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큰어머니는 코를 틀어막으며 그녀를 재촉했다.“난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테니 네가 올라가서 확인해. 가지고 가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가져가고.”사라진 남연이 아니었으면 그녀를 데리고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다.어차피 이 안에는 값나가는 물건이 존재하지 않았다.남유주의 모친이 세상을 떴을 때 남 회장이 직접 안을 수색하고 값나가는 물건은 모두 회수해 갔기 때문이었다.남은 건 별로 값어치가 나가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었다.남유주는 가장 먼저 주변 환경을 살폈다.거실은 원래 베이지톤이 메인을 이룬 것 같았는데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서 아늑한 분위기가 풍겼다.하지만 오래 창문을 열지 않아 환기가 안 된 탓에 매캐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이곳에 살던 주인은 집에 아주 애착이 있었던 것 같았다.그런데 왜 지금 이 모양이 되었을까?남유주는 감정을 수습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광선이 희미해졌다.위층 침실은 어질러져 있었는데 아마 값나가는 물건을 가져가면서 정리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남유주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희미한 광선을 빌어 내부구조를 살펴볼 수 있었다.재떨이와 서랍은 바닥에 내던져져 있었고 잡동사니가 굴러다니고 있었다.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특별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그 흔한 가족사진 한장 발견되지 않았다.아마 남 회장이 사람을 불러 모두 없애버린 것 같았다.남유주는 침실을 지나 서재로 갔다.안에 있는 물건들은 거의 다 가져가고 바닥에 버려진 책 몇 권만 남아 있었다.그녀는 책을 뒤지다가 사진 한장을 발견했다.가족사진이었다.아름다운 두 남녀가 사진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남유주의 할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를 증오했기에 어린 시절의 남유주는 아버지의 사진만 보고 자랐다.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여인을 알아보았다.익숙한 감정이 몰려오자 눈앞이 흐려졌다.만약 두 사람이 살아
Read more
제2608화 일기장 속의 여인
“유신 씨를 닮은 아기를 품에 안았다. 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 얼마나 예쁠지 상상이 간다. 아이는 그네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부주의한 틈을 타서 자꾸만 계단을 기어 내려가서 밖으로 나간다. 달빛을 닮은 이 아이는 나의 어둠에 한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이다.”“유주야, 지나간 일년 동안 엄마는 널 아낌없이 사랑했지만 더 이상 널 사랑해 줄 수는 없어. 그 악마가 친자확인서를 들고 찾아왔거든. 너에 대한 내 사랑은 가족에 대한 배신이 되어버렸어. 그 인간은 그 친자확인서로 역겨운 관계를 지속하자고 협박했고 난 당연히 거절했다.”“남에게 끌려다니는 인생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차라리 죽는 게 나에게는 해방일 수도 있다. 유주를 데려갈까 생각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유주야, 나중에 크면 절대 그 악마를 찾거나 건드리지 마. 네가 만약 나와 유신 씨의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다음 생이 있다면 난 유신 씨를 안 만날 거야.”그녀는 무능한 남편을 원망하고 증오했다.사랑이라는 족쇄로 그녀에게 희생을 강요했고 이익을 취했다.이런 남자가 사랑 받을 자격이 있을까?일기의 마지막 장에는 커다랗게 남유신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녀의 모든 사랑과 증오는 이 세 글자로 끝을 맺었다.남유주는 20여 년 전에 그 여자가 무슨 심정으로 이런 일기를 남겼을지 상상이 갔다.이건 그녀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남유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마음이 너무 괴로웠다.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위해 유일하게 베풀 수 있는 자비가 아이를 살려두는 일이었다.일기장을 보기 전에는 모든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으나 이 일기장을 읽은 뒤로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엄마는 악마의 핏줄인 자신을 보면서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까.하지만 그녀는 아이의 목숨을 거두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선택을 했다.그건 절대 사고가 아니었을 것이다.남유주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커다란 손이 그녀의
Read more
제2609화 독대
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이쪽으로 오라고 해.”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고마워요, 아빠.”“알았으니까 이거 놔. 배 조심해야지.”소찬식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다.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통화하러 나가자 소찬식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남유주는 30분 뒤에 저택에 도착했다.그녀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마워요, 은정 씨.”소은정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고맙긴요.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유주 씨.”남유주는 고개를 끄덕인 뒤, 핸드백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소찬식은 2층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노크소리가 들리자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구를 바라보았다.남유주가 안으로 들어가고 소은정은 옆에서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할지 고민했다.소찬식인 손을 흔들며 말했다.“넌 나가 있어. 전 서방 저녁에 돌아온다면서?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고 집사한테 얘기해서 준비시켜.”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서재를 나갔다.남유주는 착잡한 눈빛으로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소찬식은 의자로 다가가서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나한테 뭘 보여주고 싶은 건가요? 전에도 말했지만 난 아가씨의 친부가 아닙니다.”남유주는 가방에서 일기장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책상에 올려놓았다.“이거 읽어보시고 다시 말씀해 주세요.”소찬식은 눈을 가늘게 뜨며 돋보기를 찾아 일기장을 펼쳤다.처음에는 괜찮았으나 뒤로 갈수록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마지막 장까지 읽었을 때, 소찬식의 얼굴에 충격과 분노가 서렸다.남유주는 길게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20여 년 전에 SC일가를 제외하고 송화시에서 이 정도 권력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 떠오르는 인물이 없어요. 만약 다 거짓이라면 엄마는 왜 이런 일기를 남겼을까요? 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회장님께서 감추는 게 뭔지 저는 모르고 회장님께서 제 친부라는 확신은 없어요. 저는 친부를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가족의 정이라는 건 저에게
Read more
제2610화 배신
박수혁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당신도 좋은 사람이야. 이번 일 마무리되면 우리 해외로 여행 한번 다녀오자.”남유주는 웃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좋죠.”그녀도 일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남연은 또 한번 거짓말을 했으니 이제 그녀에게 희망을 품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이전에 어떤 지시를 받았기에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 게 분명했다.다친 뒤로 진한 스킨십이 없었던 두 사람은 뜨거운 입술을 맞대자 순식간에 달아올랐다.두 사람이 헐떡이며 아쉽게 서로에게서 떨어졌을 때, 서로가 더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생사의 고난을 함께해서 그런지 서로에 대한 소중함도 더 깊이 깨달았다.사랑은 입으로 말하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다음날, 박수혁은 머리카락을 이한석에게 맡겼다.그리고 그 다음날 이한석이 검사결과를 박수혁에게 건네며 말했다.“친자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답니다.”박수혁은 약간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침묵에 잠겼다.차라리 소찬식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하지만 그렇다면 범인은 도대체 누굴까?과거 소찬식을 제외하고 소 대표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그날 오후.태한그룹에는 불청객 한 명이 방문했다.이한석이 굳은 표정으로 보고를 올렸다.“소찬혁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예전에 대표님께 사업제안을 한 적 있는데 답을 들으러 왔다고 하네요.”박수혁은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들어오라고 해.”소찬식은 이미 혐의를 벗었기에 박수혁은 그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소찬혁은 그룹에서 투명인간과도 같은 존재였다.소찬혁과 형제 지간이 아니라면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의 아내와 딸이 소은정과 마찰을 빚으면서 소찬식이 그의 손에서 모든 권력을 회수해 갔지만 그는 반성하기는커녕, 심청하라는 여자를 계속 옆에 두었다.심청하는 심성이 악랄한 여자였다.만약 소찬혁이 밖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면 가만히 있었을 사람이 아니었다.이 부부는 실권을 잃었
Read more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