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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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부소경이 차갑게 비웃었다. “너 설마, 내가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신세희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단지 부소경이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마음이 조마조마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며칠 전, 그녀는 부소경이 사람을 처리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어디로 도망을 치든 부소경이 자신을 바로 찾아낼 거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엄청나게 치밀한 계획이라면 말이 좀 달라지겠지만.도망치지 못한다면 그냥 부딪히는 수밖에. 적어도 하숙민은 신세희가 필요했다. 일단 당장 닥친 일부터 해결하고 보자.이것이 신세희의 생각이었다.신세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부소경은 서늘한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착한 척, 불쌍한 척 내 믿음을 산 후에 서아한테 손을 댄 거야? 네 위장 실력은 엄청나. 서아는 아직 네 상대가 아니라고. 서아는 너에 대한 질투심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어. 기껏 해봤자 그냥 어린애의 어리광일 뿐이지. 그에 비해 넌 무척이나 계획적이지!”신세희는 담담하게 웃었다. “맞아요. 저번에 당신네 집에서 열린 파티 기억나요? 그날 이미 다 솔직하게 말한 것 같은데. 하씨 아주머니한테 접근한 것도 당신 때문이었어요. 당신이 내 목적이었으니까. 내 배 속의 아이도 당신의 발목을 잡기 위한 존재예요. 이미 다 인정 했잖아요?”“부소경씨,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혹시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나요? 다시 설명해 줄까요?”“…”그녀의 말에 부소경은 말문이 막혔다.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이미 부소경에게 모든 것을 고백했었고 그도 그녀의 고백 후에 점점 잘해주기 시작한 것이었다.부소경은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는 여전히 차갑고 어두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기억하고 있을 텐데, 내가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신세희는 고개를 수그렸다. “기억해요.”“알면서도 서아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했단 말이야? 게다가 내 힘을 빌려서 임씨 집안 전체를 없애버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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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그뿐이에요. 내가 오늘 임서아를 밀어버린 건 며칠 전에 당신이 좀 잘해준 거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내가 당신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착각해서 저지른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내가 그렇게 착각하게 만들었다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요.”신세희는 부소경을 밀쳐버리더니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물건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그녀의 짐은 무척이나 적었다. 한 켤레밖에 없는 신발은 이미 그녀의 발에 신겨져 있었고 갈아입을 옷도 한 두벌밖에 없었다. 그녀는 간단한 샤워용품들을 낡은 가방 안으로 넣었다.신세희는 가방을 챙겨 방을 나왔다. 집을 빠져나가는 길 내내 그녀는 부소경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깊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부소경은 창가에 서서 멀리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내내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조금의 미련도 없는 듯했다.두 사람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친절할 때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이지만 단호하게 일을 처리 해야 할 때는 그 누구보다 단호하고 냉철했다.집을 나온 신세희는 가격이 저렴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호텔에서 묵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계속 자신에게 못된 말을 하며 상처를 주던 조의찬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다. 조의찬은 유일하게 그녀의 마음을 감동시킨 존재였다.조의찬은 그녀에게 60만 원을 빌려주었다. 그녀는 그 돈으로 하숙민에게 밥을 몇 번 사주었다. 엄선우에게도 작은 손난로를 선물해주었고 며칠 전에는 부소경이 선물해준 노트북으로 작은 생활용품 몇 개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 물건들이 아직도 배송 중이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게다가 주소도 부소경의 집을 적었는데…뭐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잖아? 어차피 내가 쓸 것도 아니었고.노트북이 없어진 탓에 그녀는 디자인팀 동기들에게 그려주기로 한 설계도를 완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일찍 하숙민의 병원에 갔다가 바로 회사로 출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도착한 그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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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이미 네가 원하는 데로 된 거 아니었어? 여긴 또 왜 왔어?”“신세희, 난 네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는데. 소경 오빠 너 엄청 아낀다며? 엄청 잘 해준다며? 자신감 넘치게 내 약혼자 뺏어 놓고 고작 한다는 게 공사장 막노동이야? 너, 20일 전에도 여기서 일하고 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20일 전 그날은 바로 임서아가 신세희를 납치한 날이었다.신세희는 눈앞에서 건방지게 난리를 피우는 여자를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신세희는 임서아의 목을 비틀어 죽여버리고 싶었다.신세희는 임씨 집안을 무척이나 증오했다.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는 왜 날 임씨 집안에 보낸 거지? 엄마 아빠랑 임씨 집안은 또 무슨 사이지? 신세희는 본인의 집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남의 집에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았다.자그마치 8년이다. 그녀는 8년 동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그녀가 받은 거라고는 임씨 집안의 멸시와 동정밖에 없었다. 그리고 감옥행 열차와 배 속에 있는 아이…그녀는 임씨 집안을 뼛속 깊이 증오하고 있었다.아무리 미워도 어쩔 수가 없었다. 신세희는 임서아에게 아무 짓도 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다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아이를 복지시설로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도 태어나자마자 바로.그리고 하숙민.그녀는 하숙민이 너무 불쌍했다. 하숙민은 이미 부씨 집안의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숙민의 가슴속에 묻혀있는 고독함과 슬픔은 오직 신세희만 이해 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신세희는 하숙민을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그래서 신세희는 이 순간의 모욕감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무척이나 담담한 말투로 임서아에게 말했다. “나 이제 너희 집이랑 아무 원한 없는 거 같은데. 난 네가 왜 자꾸 나한테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왜 자꾸 우리 엄마 무덤 핑계로 날 협박하는 거야?”“임서아 너, 이제 부소경이랑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잖아. 너랑 부소경이랑 결혼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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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신세희는 혼자였다. 지독하게 외로운 혼자.신세희는 어젯밤에 이미 모든 고민을 끝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배 속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누구든 자신을 해하려 하는 사람은 바로 벽돌로 내리쳐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꽤 유용한 방법인 것 같았다. 임서아가 놀라 줄행랑을 쳤으니.신세희는 벽돌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벽돌도 한 번 써먹었으면 그만이다. 그녀의 가방 속에는 다른 호신용품들도 많이 들어있었다.신세희는 멀리 사라지는 임서아의 뒷모습을 보며 공사장으로 출근을 했다.종일 지속된 잡일에도 그녀는 조금의 피곤함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사무실에서 마음 졸이며 일하는 것 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직원들의 반감을 살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일이 조금 더럽고 힘들긴 했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편안했다.게다가 공사장 식당은 밥은 맛있을 뿐만 아니라 양도 많았다. 그 덕분에 그녀는 점심을 배부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퇴근 시간, 신세희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사장은 외곽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배차 시간이 좀 길었다. 그녀는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 하숙민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열은 내렸을까? 마음이 급했는지 그녀는 내내 차가 오는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신세희가 냉랭하게 웃었다. "아침에는 당신네 딸이 날 협박하더니, 이제는 당신이에요? 임씨 아저씨,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왜 자꾸 날 어쩌지 못해서 안달이에요?""짝-" 임지강은 손을 들어 신세희 얼굴을 단단히 내려쳤다.주위에 사람이라곤 신세희와 임지강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임지강은 거리낌 없이 신세희의 뺨을 내리치며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인정머리 없는 년! 넌 염치도 없어? 은혜도 모르는 년! 감히 벽돌로 서아 배 속에 애를 내리치려고 해? 딱 말할게. 부소경이 널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너 죽여버릴 거야!"말을 끝낸 후, 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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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무슨 방법?” 임지강이 허영에게 물었다.허영은 눈썹을 들썩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생각에 이번에는 우리가 이긴 것 같아. 서아 배 속의 애가 서아의 입장을 180도 바꿔줬잖아? 신세희가 부소경 앞에서 망신도 제대로 당했고. 근데 부소경이 직접 신세희를 없애 버리게 하려면 부채질을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아.”“구… 굳이 없애버리기까지 해야 해?” 임지강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다급하게 물었다.허영은 임지강을 단단히 노려보았다. “신세희가 그렇게 마음에 걸려? 그래서 살려두고 싶은 거야? 신세희가 당신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걔 당신 죽이려고 칼까지 들었어! 우리 집안을 쓸어버리려고 했다고! 신세희 그년, 걔네 엄마랑 똑같은 독종이야! 비겁하고 뻔뻔해! 걔네 엄마가 당신을 어떻게 꼬셨는지, 당신을 어떻게 해하려고 했는지 벌써 잊은 거야?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어? 불여시 같은 년! 아주 자기 엄마를 쏙 빼다 닮았어! 교활하고 천박해!”“우리가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으니 망정이지. 부소경이 신세희의 악랄한 모습을 볼 수 있게 시간을 딱 맞췄잖아. 아니면 신세희가 우리 서아한테서 부소경을 뺏어갔을지도 몰라. 그다음 계획이 뭐겠어? 아마 우리 집안을 쓸어버리려고 했을걸? 당신, 생각은 해봤어? 부소경이 진실을 알아버리기라도 해봐. 부소경이 우릴 가만히 둘 거 같아?”“…”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부소경이 진실을 알아버린다면… 아마 임씨 집안을 모조리 없애버릴려고 할 것이다.그 생각이 들자 임지강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빨리 말해. 그 방법이 뭔데?” 임지강이 허영에게 물었다.“이제는 마음에 안 걸리나 보네?” 허영이 괴상한 말투로 대답했다.임지강은 귀찮은 듯 짜증을 부리며 말했다. “그 망할 년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8년이나 키워줬는데 은혜도 모르고, 우리 집안 망하게 만들려고 궁리나 하고 말이야. 서아 남자친구 뺏는 데 혈안이 돼서는! 빨리 말해! 걔를 죽일 방법이 뭔지!”허영이 웃었다. “어제 우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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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임서아는 허영의 말대로 핸드폰을 끄고 있었다.“서아야, 조금 이따 부소경이 너한테 전화할 거야.” 허영은 미소를 지으며 딸을 에게 말했다.“엄마, 엄마가 말한 방법 효과 있는 것 같아.” 임서아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허영을 쳐다보았다.모녀는 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자마자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임지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아빠, 왜 그래!” 임서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임지강을 쳐다보았다.“왜 그러냐고? 넌 지금 웃음이 나와! 부소경이 너한테 잘해 주고, 부소경네 엄마 몸 상태도 나빠지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이제 곧 결혼할 수 있을 거 같지? 네 배 속에 있는 애는 어쩔 건데!”“…”“그 애 도대체 누구 애야! 임신한 지 두 달이나 됐다며! 나도 너네 엄마도 모르고 있었어! 대체 누구 애야!” 임지강이 소리를 질렀다.놀란 임서아는 허영의 품속에 움츠리고 있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임지강은 그녀에게 화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허영도 임서아에게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 자식아. 엄마 아빠가 널 얼마나 엄하게 키웠는데. 고분고분 말 잘 듣다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어쩌다 남의 애를 임신하게 된 거야? 그것도 엄마 아빠한테 말 한마디도 없이! 부소경이 알게 되면 어쩌려고! 이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알아?”임서아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변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배 속에 애가 아니었다면 부소경 마음 못 돌렸어! 우리가 부소경 감당할 수 있었을 거 같아? 난 오히려 이 애가 때맞춰 잘 찾아와 줬다고 생각하는데!”“대체 누구 애냐고!” 임지강이 또 한 번 소리를 질렀다.임서아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이내 아버지의 말에 대답했다. “그… 전남친 애야… 그 사람도 부잣집 아들이야. 얼마 전에 날 뻥 차버리더니 온 가족이 해외로 이민 갔어…”“너 오늘 나한테 맞아 죽는 줄 알아!” 임지강의 이성이 끊어졌다.“따르릉-“ 전화가 또 한 번 울리기 시작했다.임서아는 허겁지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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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하숙민은 신세희의 손을 단번에 낚아챘다. “세희야, 드디어 왔구나?” 빠르게 신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어머님…”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어머님. 제가 오늘 일이 바빠서, 조금 늦었어요.”공사장에서 나온 뒤, 그녀는 버스정류장에서 임지강과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또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버스를 타게 되었다.그런 이유로 그녀는 평소보다 늦게 하숙민의 병원에 도착했다.하숙민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하숙민의 곁에 조금 더 오래 있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장은 잃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힘들고 더러워도 직장은 직장이었다.신세희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전과자다. 이런 조건으로는 일자리 찾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다니는 이 회사를 포기 할 수가 없었다. 신세희는 하숙민의 침대에 기대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죄송해요, 어머님… 죄송해요… 죄송해요…”“난 괜찮아, 세희야. 난 알아. 네가 부지런한 아이라는 거. 일자리는 꼭 지켜내야 해. 여자는 항상 독립적이어야 한단다. 난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나 때문에 네 일에 방해되는 일은 하지 마.” 하숙민은 신세희를 이해하고 있었다.신세희의 울음소리가 더 구슬퍼지기 시작했다.“울지마.” 하숙민의 자신의 앙상한 손을 들어 신세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세희야,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신세희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세요, 어머님. 하나가 아니라 열 개라도 들어드릴게요.”“소경이…” 하숙민은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버거운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나도 알아. 소경이 엄청 차가워서 다가가기 힘들다는 거. 주위의 환경들이 쟤를 저렇게 만든 거야. 소경이 10살 전까지만 해도 부씨 집안에서 인정도 못 받고 살았었어. 나중에 겨우 인정받았을 때는, 소경이한테는 아무 상속권도 줄 수 없다고 했고… 그런 상황이었는데도 계속 집에서 무시랑 괴롭힘 받으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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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중환자실에서 빠져나온 부소경은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던 그는 빠르게 신세희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그는 신세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부소경은 이성적인 사람이었다.그는 본인이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믿는다.신세희는 임서아를 밀어버렸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녀는 임서아 앞에서 대놓고 자신의 음모를 까발리기도 했고, 임씨 집안을 없애버리겠다고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기도 했다.신세희도 부소경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심지어 부소경의 차를 스쳐 지나갈 때도 고개 한번,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오히려 근처에 서 있던 엄선우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그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왠지 신세희에게 차에 타라고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엄선우는 ‘아가씨’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뻔했다. 하지만 어두운 표정으로 차에 올라타는 부소경의 모습에 그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엄선우도 하숙민과 같은 마음이었다,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내가 되길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부소경의 개인 비서였다. 아무리 신세희가 마음에 든다고 해도 부소경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신세희는 멀리 사라졌고, 엄선우도 차를 몰아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부소경의 깊은 고뇌를 알았는지, 엄선우는 가는 길 내내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할 얘기 있으면 그냥 해!”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도련님, 큰 사모님 병세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도련님한테 가족 하나 남지 않게 되는 거잖아요. 전… 그냥… 아가씨가… 좋은 분이신 것 같아서. 비록 임씨 아가씨를 밀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엄선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의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고작 그 작은 손난로 하나 때문에 이성을 잃은 거야? 정신 차려!”엄선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운전하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부소경이 사는 곳은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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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부소경씨, 얼마 전에 나한테 예쁜 옷 많이 사줬잖아요. 나 그렇게 예쁜 옷, 살면서 처음 입어봤어요. 그리고 또 비싼 컴퓨터도 사주고…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내가 지금 돈이 없어요. 빈털터리거든요. 돈이 엄청 많다고 해도 당신의 취향에 맞는 선물 고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평소에 입는 정장들 아마 천만 원도 넘는 옷들이겠죠? 천만 원이면 내 1년 치 월급인 거 알아요? 그래서 작고 볼품없는 물건들로 당신의 환심을 좀 사려고요. 이 담배 필터, 색상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당신처럼 성숙하고 권위 있는 남자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요.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네요. 마음에 안 들면 꼭 나한테 알려줘요. 다른 걸로 바꿔 줄게요.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당신 담배 피는 거 엄청 좋아하잖아요. 담배 연기 맡으면서 담배 피는 걸 또 유독 좋아하죠. 그거 폐에 엄청 안 좋은 거 알아요? 그러면 니코틴이 폐에 더 많이 흡수되거든요. 그래서 샀어요. 이 담배 필터가 당신의 몸을 보호해줄 거예요. 당신 엄청 건강하고 강한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몸 잘 챙겨요. -신세희’마지막 줄에는 웃는 얼굴의 태양 이모티콘도 그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신세희가 직접 그린 것 같았다. 그녀는 웃는 표정을 일부러 더 과장되게 그렸다. 조금은 당돌하고 또 조금은 귀여웠다.부소경은 그만 웃어 버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하지만 이내 부소경은 다시 차갑고 진중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담배 필터와 카드가 들려져 있었다. 그는 의식적으로 신세희가 살던 방으로 들어갔다.방은 무척이나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열려있는 옷장에는 며칠 전에 그가 선물한 예쁜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단 한 벌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리고 핑크색의 노트북도.노트북은 침대맡에 놓여있었다.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부소경은 노트북을 열어 보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그녀가 직접 그린 설계도 하나와 직접 그린 듯한 태양 그림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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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신세희는 이미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자기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담배 필터 안 사는 건데… 담배 필터는 그녀가 해외에서 직구를 한 것이었다. 돈이 없었는데도 10만 원의 거금을 주고 산 건데…담배 필터가 아직 배달이 되기도 전에 그녀는 부소경의 집에서 쫓겨났다. 생각해보니 너무 웃긴 일이었다. 아마 지금쯤 담배 필터는 부소경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아마 혐오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내 선물을 쳐다보고 있겠지… 그리고 차갑게 웃으며 그걸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릴 것이고.그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수치심에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난 그냥 고마워서 그런건데. 나한테 예쁜 옷을 사준 게 고마워서. 나한테 노트북을 선물해준 게 고마워서…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한 행동이 무척이나 수치스러웠다.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호텔에 돌아온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는지 그녀는 내내 몸을 뒤척였다.절반은 그 담배 필터 때문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숙민의 병 때문이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날이 거의 밝을 때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잠에서 깼다. 시간은 무척이나 빠듯했다. 신세희는 자신이 묵는 호텔이 하숙민이 입원한 병원과 가까운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허겁지겁 하숙민의 병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그제야 하숙민이 밤새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의사들은 하숙민에게 응급 치료를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가족의 면회를 불허하고 있었다.신세희는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이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비웃기 시작했다.“신세희, 쟤 어제 뭐 한 거야? 다크써클은 왜 저렇게 심해? 무슨 판다인 줄 알았잖아. 어제 공사장에서 잡일 좀 하라고 했다고 벌써 성질부리는 거야? 그래서 아무나 잡고 알바 한탕 뛴 건가?”“내 생각에는 그게 맞는 것 같아. 쟤 엄청 가난하다며? 공사장에서 막노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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