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916 챕터
제1화
“아가씨 결혼하셨어요?”백아영은 병상에 앉아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피검사 결과를 그녀에게 건넸다.“축하드려요, 임신하셨어요.”임신이라니?!백아영은 전혀 기쁜 내색 없이 오히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이 아이는 절대 그녀의 남편 이성준의 아이가 아닐 것이다!그녀는 심지어 그날 밤 그 남자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다.백아영은 허둥지둥 호텔로 돌아가 샤워기를 켜고 찬물에 몸을 적셨다. 그녀는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평평한 배를 내려다보았다.이젠 어떡해야 하는 걸까?...호텔 입구, 최고급 한정판 마이바흐 안에서.앞에 앉은 비서실장 위정이 전화를 끊고 공손하게 보고했다.“사장님, 그날 밤 그 사람은 백채영 씨가 확실합니다.”이성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준수한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는데 지금은 웃음기까지 살짝 더해져 싸늘한 기운이 조금은 줄어들었다.열흘 전 그는 누군가의 덫에 빠져 어쩔 수 없이 한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는 목이 쉬도록 울면서 그를 죽이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정작 이성준이 기진맥진 해하고 있을 때 과도를 번쩍 들어 올렸다가 결국 다시 내려놓았다.그 순간 이성준은 반드시 그녀를 책임질 거라고 다짐했다.“선물 보내줘.”“그럼 사모님 쪽은...”이성준은 시선을 올려 호텔을 바라보더니 순간 눈가에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증오에 찬 표정으로 쏘아붙였다.“비겁한 수법으로 나와 결혼한 천박한 여자일 뿐이야. 감히 내 혼사를 망칠 자격 없어.”그는 차에서 내려 기세등등하게 안으로 걸어갔다.백아영이 한창 찬물로 샤워하고 있을 때 이성준이 방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그는 욕실 앞에 서서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다가 비명을 질렀다.“으악!”화들짝 놀란 백아영이 몸을 가리려고 허겁지겁 타월을 챙겼다. 그 남자의 모습을 또렷하게 본 순간 백아영은 더 식겁했다.“이성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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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흠칫 놀란 그 순간, 이성준이 그녀를 가차 없이 밀쳐냈다.그의 눈빛이 한없이 차가워졌고 말투도 증오로 가득 찼다.“정말 파렴치한 여자야. 툭하면 끼를 부려!”이성준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다만 문 앞에 다다른 이성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좀 전에 그녀를 만졌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방금 백아영을 안았을 때 증오가 아니라 마치 그날 밤처럼 익숙한 설렘이었다...하지만 그날 밤 그 여자는 분명 백채영이었는데, 절대 비겁하고 악독한 백아영일 리가 없었다!이성준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백아영은 멍하니 넋 놓은 채 그가 떠난 방향만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복잡한 심경을 달랬다.그녀는 그날 밤 그 남자가 진짜 이성준이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만약 이 아이가 이성준의 아이라면 그녀는 절대 이혼할 수 없다!...다음날 백씨 일가.백채영이 부랴부랴 계단을 내려오며 당혹감에 찬 얼굴로 말했다.“큰일 났어요, 엄마! 글쎄 성준이가 직접 와서 아영이를 이씨 저택으로 데려갔대요! 그날 밤에 함께 잤던 여자가 백아영이란 걸 알게 됐을까요?”그날 밤, 그들은 일부러 판을 짜서 백아영을 늙은 남자에게 보내 잠자리를 갖게 했는데 운 좋게 이성준과 잤을 줄이야.백채영은 이성준의 외모와 재력을 노리고 그가 잠든 틈을 타 몰래 침대에 기어올라 백아영을 대신했다.백채영의 엄마 박라희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를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어두컴컴한 밤에 이성준과 백아영은 서로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그리 쉽게 알아볼 리가 있겠어? 그들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밖에 한창 비가 내렸는데 가랑비가 섞인 찬 바람이 훅 불어오자 순간 온몸이 오싹해졌다.이때 마침 백아영이 얼음처럼 차갑고 싸늘한 눈빛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그녀를 본 백채영은 화들짝 놀라 사색이 되었고 겁에 질린 채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설마 다 들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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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반짝이는 구두가 마루를 밟자 맑고 청아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이성준이 백아영에게 한 걸음씩 다가오며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그러니까 나랑 잔 게 너란 말이야?”백아영도 실은 백 퍼센트 확신한 게 아니라 단지 두 모녀를 떠보려고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이에 이성준이 되묻자 그녀는 몹시 난감할 따름이었다.다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고 더는 퇴로가 없으니 그녀도 결국 이를 악물고 이 자리에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려 했다!“그날 밤에...”백아영이 말을 꺼내자마자 박라희가 불쑥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백아영! 이게 다 내가 널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야. 네가 제 몸 하나 아끼지 못하고 정체도 모를 남자와 밤을 지새우더니 이젠 성준이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야? 꿈 깨 제발! 그날 밤은 채영이와 성준이가 연인관계를 확인한 날이라 두 사람은 줄곧 함께 있었어!”이 말을 들은 백채영이 두 눈을 반짝였다. 백아영은 지금 이성준이 그날 밤 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기에 백채영만 이성준과 함께 있었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다.곧이어 백채영이 잔뜩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울먹거렸다.“성준아, 그날 밤 내가 너랑 함께 있었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다 아영의 이간질에 휘말리겠어.”순간 백아영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모든 투지가 식어버리고 난처함과 절망감에 휩싸였다.‘정말 내가 잘못 안 걸까?’“내가 너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아. 네가 아무리 비겁한 수단을 써도 채영의 남자는 절대 앗아갈 수 없어!”박라희가 기세등등하게 욕설을 퍼부었다.“성준이는 곧 채영이를 데리고 드레스 고르러 가는데 넌 아직도 안 꺼지고 뭐 해?”백아영은 고개 들어 한없이 차가운 이성준의 눈빛을 쳐다봤다. 이보다 더한 야유는 없었다. 그녀는 애초에 그 사람이 이성준일 거라고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백아영이 굴욕을 참고 이를 악문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이성준은 짙은 눈빛으로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반지를 어루만지며 사색에 잠겼다.그날 밤 백아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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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백아영은 곧바로 백씨 일가를 떠난 게 아니라 뒤뜰의 창고 방으로 향했다.2년 전 그녀는 갑작스럽게 백씨 일가에서 쫓겨나 경황이 없어 아무 물건도 챙기지 못했다. 그리고 곧이어 교도소에 갇혔고 이제야 물건들을 챙기러 오게 됐다.아니나 다를까 창고 방의 너덜너덜해진 큰 상자에서 그녀의 물건을 찾았다.잡동사니들은 얼추 다 있었지만 그녀가 직접 연구한 난치성 염증에 관한 약 처방만 전부 사라졌다!‘처방은?’그것은 백아영이 수년간 의학을 배우며 심혈을 쏟아부은 성과였다!백아영은 박라희를 찾아가 따져 물으려 했는데 마침 문 앞에 도착하자 박라희 부부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아영의 존재가 항상 채영이한테 위협이 돼요.”박라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채영이가 2년 전에 은침을 빼고 일부러 아영이한테 고의상해죄를 뒤집어씌워 감방에 갇히게 했어. 그런데 고작 2년만 갇혀있었지. 아영이는 이젠 성준의 와이프야. 그런 애를 우리가 무슨 수로 손을 쓰겠어?”박라희의 남편이 되물었다.“그래도 꼭 방법이 있을 거예요. 반드시 아영이를 없애고 말겠어요. 내가 생각 좀 해볼게요.”박라희가 대답했다.백아영은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굳었다.2년 전 그녀는 우연히 부상 당한 사람을 마주쳤는데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라 급한 대로 은침을 사용해 겨우 부상자를 살려주었다. 이는 원래 좋은 일이었지만 그녀가 구급차를 마중 간 짧디짧은 1분 사이에 누군가가 은침을 두 대 빼낸 탓에 부상자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고 나중엔 결국 절단 수술을 받게 되었다!한편 백아영은 생명의 은인에서 살인자로 몰락했다!2년 동안 그녀는 침을 뺀 사람이 누구인지 줄곧 찾아 헤맸는데 백채영이었다니!백채영의 부모는 진작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딸아이의 악행에 대해 함묵했다!백아영은 마음속의 분노가 활활 타올라 이를 꽉 악물었다.‘백채영, 내가 무슨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어. 넌 죄를 인정하고 감방에 갇혀야 해!’백씨 일가에서 나온 후 백아영은 곧바로 흥신소에 연락하여 백채영의 범죄 증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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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여기 지금 헤이데이고요. 환자가 지금 막 발병해서 상태가 매우 위독해요! 가능한 빨리 와주시겠어요?”무릇 다른 선택권만 있다면 백아영은 절대 이성준에게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곧바로 결정했다.“기사님, 헤이데이로 가주세요.”가는 길에서 위정에게 전화해 조금 늦게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다 돼서 전원이 꺼졌다.‘어쩔 수 없지 뭐. 돌아가서 다시 설명해야지. 어차피 성준이도 빨리 돌아오라고 다그칠 뿐 진짜 날 기다린 건 아니잖아.’창밖에 해가 저물고 밤이 점점 더 짙어졌다.이씨 별장 안에는 가라앉을 것만 같은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이성준은 넓은 가죽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문 방향만 뚫어지라 쳐다봤다.그는 얇은 입술을 앙다문 채 싸늘한 기운만 내뿜었다.옆에 있던 위정은 간담이 서늘해져 허겁지겁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백아영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감히 이성준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다니, 백아영은 홀로 제 무덤을 판 거나 다름없었다!“사장님, 지금 당장 사모님을 찾아오겠습니다!”이성준의 눈동자가 살짝 떨리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좀 더 기다려.”‘더 기다린다고? 사장님이 언제 이렇게 인내심이 많아졌지?’위정은 어안이 벙벙했다.다만 그날 밤 그 여자가 정말 백아영이었다면 이성준은 더는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위정은 그제야 큰 깨달음을 얻었다.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백아영은 하룻밤 사이에 가장 빛나는 별이 된다!“뚜뚜뚜...”이때 위정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그는 통화를 마친 후 재빨리 대답했다.“구 사장님의 전화입니다. 선우 일가의 단서를 찾았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헤이데이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헤이데이라는 네 글자를 듣는 순간 이성준은 증오가 확 밀려왔다.겉보기엔 고급스러운 클럽 같지만 실제로는 남자들이 애인을 찾고 여자들이 그물에 걸려드는 의도 불순한 남녀들이 한곳에 모인 장소였다.그곳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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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뼛속까지 익숙한 이목구비와 그 얼굴, 그 사람은 바로 백아영이 전에 5년이나 사귀었던 전 남자친구 오재문이었다!2년 전 오재문이 바람을 피운 탓에 헤어지게 됐고 이번 생에 더는 볼 일이 없을 거로 여겼는데 이런 시기에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놀란 것도 잠시, 백아영은 금세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물었다.“네가 병 보이려고?”그녀는 돈이 시급했기에 역겨운 마음도 뒤로 하고 인간쓰레기 같은 오재문을 치료하기로 했다.“네가 돈이 급해서 여기저기 일거리를 찾는다는 소문을 들었어. 아영아, 나 아직 너한테 미련이 남아있거든. 그냥 내가 도와줄게.”오재문은 그녀 앞에 다가와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나랑 다시 만나. 그럼 바로 원하는 대로 돈을 줄게.”백아영은 울화가 치밀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지막 희망이라 여기며 모든 기대를 걸었는데 오재문에게 기만당하고 농락까지 당하다니!그녀는 혐오에 찬 표정으로 그의 손을 내리쳤다.“꿈 깨!”오재문은 웃음기가 굳어지고 금세 사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백아영, 넌 백씨 일가에서 쫓겨나고 평판까지 흐려져 이젠 모든 걸 잃었어. 대체 뭘 믿고 아직도 거만한 척이야? 너 여기 온 거 결국 다 돈 때문이잖아!”그는 옷 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한 뭉치 꺼내 백아영의 얼굴에 톡톡 내리쳤다.“나 이젠 남아도는 게 돈이야. 네가 서비스만 잘해주면 이 돈 전부 너 줄게. 물론 내 애인이 되고 싶다면 그땐 달마다 백만 원씩 줄 거야. 나 그럴만한 능력 돼.”차가운 돈뭉치로 얼굴을 맞으니 귀싸대기를 맞은 것보다 더 치욕스러웠다.백아영은 눈앞의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한때 왜 이런 인간쓰레기를 만난 것인지 후회가 사무치게 밀려왔다. 그녀는 심지어 의사로 번 돈으로 그의 대학 뒷바라지까지 해줄 생각이었다.다만 오재문은 돈을 벌어 인생 역전을 하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었다!“오재문, 너 정말 역겨워!”백아영은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한편 오재문은 절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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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쉽네, 이렇게 예쁜 애를 이제야 발견하다니. 진작 딴 사람이 낚아챘겠지.”구민기는 많이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성준의 낯빛이 확 어두워지고 주먹을 너무 세게 쥔 나머지 뼈마디가 마찰하는 소리까지 났다.그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백아영 앞에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를 덥석 잡아당겼다.백아영은 갑자기 다가온 남자에 화들짝 놀라더니 얼굴을 똑바로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성준아, 너였어.”이성준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손목을 꽉 쥐었다. 힘을 너무 세게 준 탓에 백아영은 뼈가 부러질 것 같았다.이성준이 혐오에 찬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백아영, 네가 감히 이런 곳에 와?!”그런 줄도 모르고 그날 밤 그 여자가 백아영이 아닐지 우려했던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백아영은 천하고 음탕한 여자일 뿐 절대 그날 밤 청순하고 깨끗했던 그 여자일 리가 없었다!백아영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그제야 이성준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아챘다. 헤이데이는 문란한 장소이고 그녀는 또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으니 딱 오해받기에 십상이었다.그녀는 얼른 해명에 나섰다.“성준아, 오해야. 나 여기 병 치료하러 온 거야.”이성준은 그녀를 잡아당기며 룸문을 힘껏 걷어찼다.어수선한 방안에 흥분을 일으킬 것 같은 꽃향기와 짙은 알코올 냄새가 가득 찼고 오재문이 한창 헝클어진 옷차림에 곤드레만드레 취한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이성준이 쓴웃음을 지었다.“이런 유흥 업소 룸안에서 술에 취한 남자를 병 치료한다고? 백아영, 내가 바보로 보여?”백아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당장이라도 오재문을 토막 내 머리째로 시궁창에 내팽개치고 싶은 심정이었다.비겁하고 천박한 이 남자는 항상 그녀를 해치고 있었다.“성준아, 내 말 진짜야. 저 인간이 일부러 딴마음을 품고 아픈 척하며 병이 발작했단 이유로 날 이곳에 불러왔어. 지금은 취한 게 아니라 내가 은침을 놔서 기절한 거야.”“증거 있어?”오재문에게 고의상해죄라는 뒷덜미가 잡히지 않기 위해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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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 인제 끝장이야. 악마 같은 이 인간에게 입맞춤하다니, 이제 곧 아래층으로 내던져버리겠지?’그녀를 구하던 중 갑작스러운 키스에 이성준은 멍하니 넋을 놓고 말았다.겁에 질린 백아영과 달리 그는 솜사탕처럼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촉감에 마음이 복잡해졌다.이 느낌은 그날 밤 그 여자한테서만 받을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딱 한 번으로 그를 미치게 만들었는데 백아영이...“나, 절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백아영은 황급히 뒤로 물러가며 발코니 구석에 서서 그와 가장 먼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저 새가 넝쿨에 얽혀버려서 구하려고 한 것뿐이야.”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당황하고 쑥스러워하는 청초한 그 얼굴은 마치 한 떨기 꽃잎처럼 아름다울 따름이었다.이성준은 잠시 넋을 놓아버렸다.다만 그녀가 저질렀던 만행을 되새기자 또다시 증오가 밀려왔다. 청순하고 예쁜 이미지는 결국 다 거짓이었다.그는 차갑게 시선을 돌리고 넝쿨에 얽힌 새를 쳐다봤다. 얽혀버린 넝쿨이 어느덧 반쯤 풀렸다.이성준은 난간 위로 올라갔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뛰어 내려왔다.그는 손을 펼쳐 작은 새를 날려 보냈다.백아영은 의외라는 듯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깔끔하게 해결하는 그의 모습이 실로 멋있을 따름이었다.게다가 마냥 차가울 줄 알았던 이 남자가 선뜻 작은 새를 구해주다니.그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래, 이성준은 사실 그렇게 차갑고 나쁜 사람이 아니야. 단지 내게만 편견을 갖고 있어서 그래.’...그날 밤, 백아영은 낯선 번호로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온 후에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로 오재문의 용서를 비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영아, 내가 잘못했어. 병만 치료할 수 있다면 4천만 원 바로 줄게!”백아영은 예상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내일 아침 9시, 성서 라이트 클럽에서 만나.”라이트 클럽은 식사와 레저를 동시에 즐기는 고급 클럽이었다.도심과 멀리 떨어진 성서 구역이라 위치가 비교적 은밀하고 만약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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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성준은 어두운 얼굴로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라이트 클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백아영이 있다는 룸에 도착하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발로 문을 뻥 차버렸다.이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짝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룸 안에서 오재문은 속옷에 한쪽 다리를 끼고 있었고, 백아영은 반대편에서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이는 누가 봐도 정사를 마친 후의 광경이었다.안 그래도 언짢은 이성준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 사실 클럽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단지 오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백아영이 얼마나 더럽고 끔찍한 여자인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방탕한 성격은 아무리 타일러도 결국 고쳐지지 않았다!“성, 성준아?”백아영은 어안이 벙벙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여기에는 왜 갑자기 나타났단 말이지?게다가 지금 이 상황은...속옷을 반쯤 걸쳐 입은 오재문을 본 그녀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성준아, 절대 오해하지 마. 저 사람이 서지 않는다고 해서 나한테 치료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야. 봐봐, 치료할 때 쓰는 은침도 있잖아? 방금 치료를 끝냈거든...”백아영은 은침을 꺼내 이성준에게 보여주었지만 이성준은 ‘탁’ 쳐내면서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고 밖으로 질질 끌어내 곧장 차에 태웠다.이성준은 차갑기 그지없는 말투로 명령했다.“출발해, 본가로 가.”그 말을 들은 백아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 타이밍에서 본가에 찾아가 이영철을 만난다면 이혼밖에 더 있지 않겠는가! 이성준의 와이프라는 신분을 박탈당하는 순간 이성준은 그녀를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성준아, 나 진짜 치료만 해줬다니까? 바람피우지도 않았고, 가문에 먹칠하는 짓도 안 했어! 다짜고짜 이러는 건 좀 아니잖아!”“다짜고짜?”이성준이 냉소를 지었다.“백아영, 지금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결백을 증명할 수 있겠어?”“당연하지! 요즘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오재문이 여기저기 수소문하러 다닌다는 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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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성준의 힘이 어찌나 센지, 백아영은 뒤로 밀려나 차 문에 쿵 하고 부딪혔다. 이내 등에서 통증이 밀려왔다.따끔거리는 느낌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드는 반면, 이성준이 그녀에게 기회를 주기는커녕 조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제 도망칠 구멍은 없었다.“차 세워요! 얼른!”백아영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리가 있겠는가! 변명해도 소용이 없으면 삼십육계 줄행랑이다.다만 차는 여전히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고, 그녀의 애원 따위 통하지 않았다.이내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차 문을 벌컥 열었다.운전 중인 위정이 깜짝 놀라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멈추기도 전에 백아영은 이미 훌쩍 뛰어내렸다.땅바닥에 10여 바퀴나 데굴데굴 굴러서 드디어 멈춰선 그녀의 몸에 군데군데 다친 흔적이 역력하며 피가 흥건했다. 비록 통증 때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결국 이를 악문 채 바닥을 짚고 힘겹게 일어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뭐야? 영화 찍어? 형수님 장난 아닌데?”구민기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토록 무모한 여자라니, 정말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이성준은 착잡한 얼굴로 백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젓가락처럼 깡마르고 가녀린 여자는 옷이 흙과 피로 얼룩진 채 비틀거리며 도망갔다.비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이성준의 마음은 이루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짠했다.그러나 몇 번이고 남자를 몰래 만나서 그런 짓거리를 한다는 생각만 떠올리면 역겹기 짝이 없었다. 이처럼 방탕하고 더러운 여자는 밖에 돌아다녀봤자 공기를 오염시키는 일밖에 더 있지 않겠는가!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본가에 연락해서 붙잡아 오라고 해.”“네.”위정은 즉시 전화를 걸면서 차를 몰았다.조수석에 앉은 구민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아영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여태껏 두 번 만난 새로운 형수님은 항상 다른 남자와 함께했는데 겉보기에는 음탕하기 그지없었다.다만 그동안 무수히 많은 여자를 봐 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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