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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백아영은 곧바로 백씨 일가를 떠난 게 아니라 뒤뜰의 창고 방으로 향했다.

2년 전 그녀는 갑작스럽게 백씨 일가에서 쫓겨나 경황이 없어 아무 물건도 챙기지 못했다. 그리고 곧이어 교도소에 갇혔고 이제야 물건들을 챙기러 오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창고 방의 너덜너덜해진 큰 상자에서 그녀의 물건을 찾았다.

잡동사니들은 얼추 다 있었지만 그녀가 직접 연구한 난치성 염증에 관한 약 처방만 전부 사라졌다!

‘처방은?’

그것은 백아영이 수년간 의학을 배우며 심혈을 쏟아부은 성과였다!

백아영은 박라희를 찾아가 따져 물으려 했는데 마침 문 앞에 도착하자 박라희 부부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영의 존재가 항상 채영이한테 위협이 돼요.”

박라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채영이가 2년 전에 은침을 빼고 일부러 아영이한테 고의상해죄를 뒤집어씌워 감방에 갇히게 했어. 그런데 고작 2년만 갇혀있었지. 아영이는 이젠 성준의 와이프야. 그런 애를 우리가 무슨 수로 손을 쓰겠어?”

박라희의 남편이 되물었다.

“그래도 꼭 방법이 있을 거예요. 반드시 아영이를 없애고 말겠어요. 내가 생각 좀 해볼게요.”

박라희가 대답했다.

백아영은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굳었다.

2년 전 그녀는 우연히 부상 당한 사람을 마주쳤는데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라 급한 대로 은침을 사용해 겨우 부상자를 살려주었다. 이는 원래 좋은 일이었지만 그녀가 구급차를 마중 간 짧디짧은 1분 사이에 누군가가 은침을 두 대 빼낸 탓에 부상자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고 나중엔 결국 절단 수술을 받게 되었다!

한편 백아영은 생명의 은인에서 살인자로 몰락했다!

2년 동안 그녀는 침을 뺀 사람이 누구인지 줄곧 찾아 헤맸는데 백채영이었다니!

백채영의 부모는 진작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딸아이의 악행에 대해 함묵했다!

백아영은 마음속의 분노가 활활 타올라 이를 꽉 악물었다.

‘백채영, 내가 무슨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어. 넌 죄를 인정하고 감방에 갇혀야 해!’

백씨 일가에서 나온 후 백아영은 곧바로 흥신소에 연락하여 백채영의 범죄 증거를 조사하려 했는데 흥신소에서 조사 비용으로 그녀에게 무려 4천만 원을 요구했다.

이 몇 년 동안 의사로 번 돈은 감방에 들어간 후 박라희가 싹 다 빼돌렸다. 지금 당장 이렇게 큰돈을 어디서 구해온단 말인가.

다행히 백아영은 난치성 염증 치료로 나름 이름을 떨친 의사였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진료 재개라는 문구를 올렸다.

전에는 진료 가능이란 문구만 올리면 곧바로 환자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오늘은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도 사람 한 명 없었다!

단지 비꼬는 댓글만 몇 개 달렸다.

「감방까지 갇혔던 양심 없는 의사에게 누가 감히 병을 보이겠어? 너 때문에 죽을까 봐 다들 두려워한단 말이야!」

「얼른 다른 일로 전향해. 너 같은 쓰레기들이 우리 의사의 이미지에 먹칠한단 말이야.」

끝없는 기다림과 비난성 댓글은 마치 먹장구름처럼 백아영의 온몸을 뒤덮고 그녀를 깊은 어둠 속으로 끌어갈 것만 같았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쌓아온 굿닥터라는 칭호와 탄탄대로였던 의학 사업은 어느덧 처참하게 무너져버렸다!

그녀는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 증오가 한가득 차올랐다!

“뚜뚜뚜...”

이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전화번호를 본 백아영은 병 보일 환자인 줄 알고 냉큼 받았다.

다만 전화기 너머로 위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사장님께서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오시라고 합니다.”

지옥의 굴로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전화였다.

백아영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자신의 현재 신분으로 어쩌면 이성준에게 돈을 빌려 급한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재빨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택시가 이씨 일가의 별장 문 앞에 도착했다.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백 선생님? 난치성 염증을 잘 치료하신다고 들었어요. 여기 환자분 한 명 있는데 치료해주실 수 있을까요? 완치하면 보상으로 4천만 원을 드릴게요!”

백아영의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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