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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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그녀가 울다
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여인이라고 고생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원경능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누워있는 자세를 바꾸었다.“왜 고생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남존여비의 사회에서 여인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 외에 다른 살 길이 없어요. 일생 동안 낭군의 시중을 드는 사업만 해야 하는데, 심지어 이것도 경쟁자가 있죠. 당신들은 본처와 첩들을 거느리고 살면서 마음이 변덕스러운지라 일편단심이란 무엇인지도 모르지요.”우문호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 무슨 기괴한 설법이란 말인가? 사업은 무엇이고 경쟁자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왜 자신을 일편단심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단 말인가?“누가 본왕이 모른다고 하더냐?”우문호의 미간에 있는 상처가 꿈틀거렸다.“당신이 안다고요? 만일 당신 소원대로 저명취를 부인으로 맞이했다면, 저명취를 위해 평생동안 첩을 들이지 않았을 건가요?”원경능이 물었다. 우문호는 싸늘하게 말했다.“본왕이 첩을 들이는 것이 당신과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왜 그녀를 끌어들이는 거지?”“우리 토론해봐요. 당신은 저명취를 위해 평생 동안 첩을 들이지 않았을 건지, 이것만 대답하세요.”“그녀는 당신과 달라. 대범한 여인이지.”“네, 대범한 여인이라 직접 당신을 위해 첩을 들일 것이에요. 그런데 제가 물으려 하는 건, 당신은 평생 그녀 하나만 바라보며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에요. 만일 아니라면 당신은 애초에 저명취를 사랑한 게 아니에요.”고대 남자 앞에서만큼은 사랑 전문가인 척할 수 있었다. 비록 원경능은 사랑에 관한 책을 읽지 않았지만 조수 애미(艾米)는 읽었었다. 애미는 대학원생이었는데, 통통했고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고 첫키스도 해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애미는 매우 낙관적이었다. 언젠가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자신의 전부를 줄 것이라고. 원경능은 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계속 잠을 잤다. 우문호는 할 말이 없었다.그는 원경능의 견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꼭 그 사람만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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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소나자가 아닙니다.
원경능은 잠이 들었다. 깨어난 뒤 자신이 왜 우문호 곁에서 울다가 잠들 수 있었는지 오랫동안 생각했다. 아마 그의 몸에서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독약 냄새는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었었다.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원경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문호의 까맣고도 의중을 알 수 없는 눈과 마주친 원경능은 천천히 손을 치우면서 조금 어색하게 말했다.“좋은 아침이네요!”“당신은 어제 자면서 침으로 본왕의 소매를 더럽혔어.”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죄송해요!”원경능은 자신의 잠버릇이 그렇게 고약할 줄 몰랐었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우문호는 눈을 감고 다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원경능은 침상에서 일어났다. 탕양과 서일은 편전에 없었지만 세수와 양치를 할 물은 벌써 준비되어 있었다. 원경능은 간단히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한 후 머리를 빗었다. 문을 열자 희씨 어멈과 궁녀 한 명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원경능이 나온 것을 본 희씨 어멈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왕비, 깨나시면 병시중을 들러 오라는 태상황의 명입니다.”“먼저 왕야의 상처를 처치하고 가도 되느냐?”원경능이 물었다.“태의께서 처치하실 겁니다.”“하지만….”희씨 어멈이 웃으며 말했다.“태상황을 말씀을 그대로 전한다면, ‘그 자식은 태의가 있어 죽지 않을 것이니 원경능더러 재빨리 오라고 전하거라’ 라고 하셨습니다.”“….”원경능은 돌아가서 우문호에게 이렇게 전할 수밖에 없었다.“전 병시중을 들러 가야 해요. 태의가 상처를 처치하는 것을 번거로워하지 말아요. 꼭 소독하고 약을 발라야 해요.”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본왕이 언제 번거로워했다고? 빨리 가거라. 잔소리도 참 많네.”‘됐어, 할아버지랑 손자가 똑같이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군.’의사들은 조금도 존중을 받지 못했다.건곤전에 이르니 제왕과 저명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왕은 그녀를 발견하고 물었다.“다섯째 형님은 어찌 되었나?”“괜찮아요.”원경능은 이렇게 대답하고 저명취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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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차용증 한 장
이 모든 것은 계획된 것이었다. 소나자가 희생양이 되고, 그의 방에서 초왕부의 도장이 찍힌 은표를 찾아낸 것도 말이다. 또 누군가는 그녀가 몰래 태상황을 치료했다고 고발했었다. 만일 구전단의 문제를 조사해내지 못했다면, 그녀는 시종일관 태상황을 모해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렇다면 지금은 완전히 벗어난 것인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황제는 그저 암암리에서 조사하고 있었고 초왕부는 아직 위험한 처지에 놓여있었다.‘태상황은 이 일을 어떻게 보는 것인가?’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태상황을 흘끔 보았다. 태상황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복보를 내려놓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고개를 숙였다. 태상황이 무엇인가 눈치챘다는 것을 알았으나,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태상황은 복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오너라!”태상황이 싸늘하게 말했다. 원경능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갔다.“태상황, 분부하십시오.”“방금 무슨 생각을 하였느냐? 왜 낯빛이 바뀌었느냐?”태상황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원경능은 상공공과 희씨 어멈을 흘끔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태상황께 아룁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낯빛이 바뀐 것은 아마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아 몸이 허해져 그럴 것입니다.”희씨 어멈은 웃으며 말했다.“태상황께서도 아직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준비하고 있으니 곧 식사하실 수 있을 겁니다.”“어멈, 고맙네!”원경능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태상황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해독치료를 한 뒤로부터 신체가 매우 허약해진 그는 오랫동안 원경능에게 눈을 부라리지도 못했었다.아침 식사는 잘게 썬 고기를 넣은 죽이었는데 원경능은 두 그릇을 재빠르게 비웠다. 그러자 체력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았다. 복보는 입을 벌리고 혀를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침이 뚝뚝 떨어졌다. 원경능은 웃으며 희씨 어멈에게 말했다.“복보도 죽을 먹을 수 있으니 복보에게도 좀 주게. 소금은 넣지 말아야 하네. 강아지는 담백하게 먹어야 하니. 사실 태상황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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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다투다
원경능은 그 중얼거림이 잘 들리지는 않았으나, 자신더러 나가라는 말은 똑바로 들었다. 그녀는 인사를 올리고는 남주를 들고 건곤전에서 나왔다. 희씨 어멈도 마침 복보에게 밥을 다 주고 밖으로 나왔다. 궁녀더러 그릇을 가져가라고 손짓하고 있었다.“왕비, 편전으로 돌아가십니까? 소인도 함께 가겠습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 원경능은 희씨 어멈의 조금 엄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도와줬던 이 어멈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었다. 가는 길에 희씨 어멈은 웃으며 말했다.“왕비, 폐하께서 왜 단번에 두 꿰미 남주를 하사하셨습니까? 이 남주는 매우 진귀한 물건인데 한 해에 세네 꿰미밖에 조공하지 않았었습니다. 대부분 태후와 황후, 귀비께서 나눠 가졌고 현비마마께서도 원했지만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그래.”원경능은 정신을 딴 곳에 팔며 한 마디 답했다. 희씨 어멈은 그녀를 흘끔 보고는 말했다.“왕비께서는 소인이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여기지 마십시오. 현비마마는 왕비의 정식적인 시어머니입니다. 왕비께서는 응당 온갖 방법을 다해 현비마마를 기쁘게 만드셔야 합니다. 이 두 꿰미 남주 중에 왜 한 꿰미를 현비마마께 선물하지 않으십니까?”원경능은 속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라 희씨 어멈이 이렇게 말하자 답했다.“어멈의 말이 맞아. 조금 후에 보내드리지.”희씨 어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인은 마침 그곳에 갈 일이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왕비를 도와 가져다 드릴까요?”"그럼 어멈이 고생하게."원경능은 남주 한 꿰미를 희씨 어멈에게 건네 주었다. 그녀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이 며느리가 현비마마께 공경의 뜻으로 선물을 드리는 것이라 전하게.”“네!”희씨 어멈은 그것을 건네어 받고 원경능을 바라보았다.“그렇다면…왕비께서는 먼저 편전으로 돌아가십시오.”“그래!”원경능이 두 걸음을 뗐을 때 불현듯 희씨 어멈이 그녀를 불렀다.“왕비!”원경능은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이지?”그녀를 바라보는 희씨 어멈의 눈빛에는 망설임이 스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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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현비의 분노
원경능은 미소를 지었다.“왕야, 부황께서는 아마도 저와 더 이상 식사를 하지 않을 겁니다.”“그건 모르는 일이다. 우리 먼저 약속을 하자구나.”손왕이 말했다.“궁중의 요리는 왕야께서도 많이 드셨을 겁니다.”원경능이 담담하게 말했다.“너는 모르지만 아니란다. 부황의 요리사들은 부황만을 위해서 요리를 한다. 너는 다른 궁중음식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느냐?”원경능은 고개를 저었다.“분별할 줄 모릅니다.”“아까운 일이구나! 아쉬운 일이야!”손왕은 매우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너는 맛있는 음식을 저버린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헛되게 한 것이야.”그는 수중에 남은 닭다리를 보며 길게 탄식했다.“닭다리와 부황의 요리는 하늘과 땅 차이지. 그렇다고 닭다리도 저버리면 안 되지만.”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닭다리를 뜯었다. 원경능은 그가 매우 맛깔나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매우 만족스러워하면서도 즐거워 보였다.“왕야, 왜 풀숲에 숨어 드십니까?”손왕은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허나 자신은 정말 갈 곳이 없었고, 궁중의 길을 모르는지라 실수를 범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손왕이 빨리 떠나기를 바랐다.“본왕이 닭다리를 훔쳐먹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지.”그는 매우 전념하여 닭다리를 먹고 있었다. 그러나 음식을 씹고 있으면서도 말하는 어투는 매우 또렷하였고 조금도 어물어물하지 않았다.“훔쳐먹는다고요?”원경능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왕야가 훔쳐먹을 필요가 있는가?“본왕은 살을 빼고 있다!”말하는 사이에 이미 닭다리를 모두 먹었다. 그가 닭 뼈를 호수에 휙 던지니, 물보라와 함께 닭 뼈가 아래로 가라 앉았다. 그는 손을 닦으며 원경능을 바라보고는 손을 저었다.“가마.”다이어트를 하면서도 훔쳐먹는다고? 원경능은 명원제의 아들이 하나도 정상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했다. 손왕이 저녁 식사에 대한 일을 물어 주의력이 조금 전환됐다. 마음이 부쩍 상쾌해진 것 같았다.사실 자신이 화낼 이유가 무엇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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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격노하다
현비가 생각해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울화는 도저히 삼킬 수 없었다.중신궁에 도착한 희씨 어멈은 원경능의 남주를 황후께 드리며 말했다.“초왕비가 말하기를 황후마마께서 한번도 류큐의 공물인 남주를 하사 받으신 적이 없으니, 며느리로서 둘 다 혼자 가질 수 없어 황후마마께 한 꿰미 드린다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황후는 너무 기가 막혀 차갑게 말했다.“본궁은 감히 받을 수 없으니, 도로 갖고 가게.” 희씨 어멈은 웃으며 말했다.“마마, 어찌 왕비의 효심을 저버리려 하십니까? 어찌됐든 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인데 왕비께서 거절하시면 귀비마마나 현비마마께 갈수 있습니다. 이 남주는 진귀한 물건입니다. 만약 왕비께서 갖고 계시지 않는데 귀비마마나 현비마마께서 갖고 계신다면 체면이 깎이지 않겠습니까? 먼저 받으시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는 왕비께서 알아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중신궁의 총관 시녀(掌事姑姑)도 거들었다.“희씨 어멈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마마, 일단 받으시고 폐하께 가져다 드리는 겁니다. 초왕비가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하든 아부한다고 생각하든 그건 다 폐하께 달렸다고 봅니다.”요컨대 어느 쪽이든 황제는 똑같이 화를 낼 것이다.황후는 화가 나서 미처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총관 시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냉담하게 말했다.“네 말에도 일리가 있구나. 일단 받고 나중에 폐하께 드리면 되겠어. 태후도 갖지 못한 것을 본궁이 받을 수 없어서 도로 갖고 왔다고.” 그녀는 황제가 남주를 아직 태후께 드리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는 꽤 합리적인 구실이었다.희씨 어멈이 웃으며 말했다.“소인은 이만 건곤전으로 돌아가 태상황의 시중을 들어야겠습니다.” “희씨 어멈을 바래다 주거라.”총관 시녀가 말했다. 희씨 어멈은 천천히 중신궁을 걸어 나왔다. 궁에서 나온 그녀의 걸음은 왠지 굳어져 있었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당신에게 진 빚은 다 갚았으니 이번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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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안 믿어도 그만
목여공공이 안으로 들어가자 원경능도 따라 들어갔다.우문호는 몸을 약간 일으키며 물었다. “공공, 부황께서 왜 남주를 거둬드리라 하시는가?”우문호가 전혀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목여공공도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왕야께서 하문하셨으니 소인도 몇 마디 하겠습니다. 부디 무례하다고 소인을 꾸짖지 마시길 바랍니다. 왕야께서 황후마마에게 효도할 기회는 많고 많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왕비가 남주를 하사 받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황후한테 보내시다니요?”우문호의 눈빛은 예리한 칼이 되어 원경능의 얼굴을 찢어 놓을 것만 같았다. 원경능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도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우문호는 서서히 목여공공의 얼굴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번거롭겠지만 먼저 돌아가 주게. 본왕이 왕비와 조용히 할말이 있네.” “왕비, 남은 남주 한 꿰미와 차용증을 먼저 돌려주시지요. 폐하께선 지금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목여공공이 말했다.원경능이 말했다. “공공, 남주 한 꿰미를 잃어버렸으니 내가 직접 폐하께 가서 죄를 청할 것이네. 먼저 돌아가시게.” 목여공공은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 “이미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왕비께서는 더 이상 그리 말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럴수록 폐하께선 더 진노하실 겁니다.”우문호도 원경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공공께 내어드려.” 원경능은 그의 어둡고 노기 서린 눈빛을 마주하며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아니요. 제가 잃어버린 겁니다. 제가 직접 가서 죄를 청할 겁니다.”목여공공이 싸늘하게 말했다. “왕비, 왕비께서 기어이 잃어버렸다고 하시니 저도 더는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비가 잃어버렸던 그 남주 한 꿰미는 중신궁의 총관 시녀 옥보가 폐하께 가져다 드렸습니다. 왕비가 실제로 잃어버렸다면 그건 중신궁을 바로 겨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위험성을 왕비께서 재삼 고려해 보시기를 바랍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우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왕야, 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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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짐이 잘못 들었나 보군
하지만 몹시 화가 난 명원제는 목여공공더러 원경경능을 불러들이게 하였다.손왕은 측은한 눈길로 원경능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미안했다. 자신을 대신하여 원경능이 부황의 노기를 직면해야 하다니. 듣자 하니 다섯째가 궁에서 상처를 치료받고 있다 하던데 가서 다섯째에게 말하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그에게 방법을 생각해 초왕비를 벗어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원경능이 궁 안에 들어서자 명원제는 고개도 들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꿇어라!”원경능은 황제의 지시대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부황을 뵙습니다!” 궁전 안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목여공공이 땅바닥에 떨어진 벼루(砚台)며 상주문(奏章)들을 주었다. 보아하니 분노한 황제가 손왕을 향해 이 물건들을 던진 것 같았다.땅에는 남주도 조용히 놓여 있었다. 바로 원경능이 무릎 꿇고 앉은 곳에서 다섯 자 떨어진 곳에.명원제가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좀 전에 목여공공이 말하기를 네가 짐이 하사한 남주 한 꿰미를 잃어버렸다 하던데 어디서 잃어버렸느냐?”“부황께 아룁니다. 건곤전에서 잃어버렸습니다.”원경능이 대답했다.“그럼 네가 보기엔 그 바닥에 있는 남주가 네가 건곤전에서 잃어버린 남주가 맞는 것 같으냐?”명원 제는 다시 물었다.원경능은 한번 힐끗 보고는 말했다.“네, 그렇습니다.” “이 한 꿰미의 남주는 황후의 사람이 짐한테 갖고 온 것이다. 네가 말해 보거라. 황후의 사람이 네 남주를 훔친 것이냐?”명원제의 목소리에는 이미 조금 노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원경능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누가 가져갔는지 알고 있습니다.” “뭐라?”명원제는 비웃으며 말했다.“누가 훔쳐갔는지 네가 알고 있다는 말이냐?”“알고 있습니다. 저는 누가 가져갔는지 보았습니다.”그녀는 계속 ‘가져갔다’는 단어를 고집했다. “누구더냐?”명원제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원경능은 잠깐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희씨 어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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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희씨 어멈이 죄를 인정하다
황후는 놀란 눈으로 총관 시녀를 보았다. “뭘 잘못 들었다는 것이냐? 본궁이 너더러 남주를 돌려주라 했을 때 대체 뭐라 아뢴 것이냐?”“마마…”총관 시녀는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소인 스스로 총명하다 자만했습니다. 초왕비가 남주를 보내온 것이 초왕을 위한 거라 생각하여 한마디 더 보탰습니다. 초왕비가 마마께 폐하 앞에서 초왕을 위해 덕담 좀 해달라 부탁했다고 아뢰었습니다.”황후는 분노했다.“네가 감히 제멋대로 추측했단 말이더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냐?”저 황후는 별안간 정신을 차렸다. 옥보는 그녀의 시중을 든 지 몇 년이 되었다. 성격이 워낙 차분하여 황제 앞에서 절대로 자신의 추측을 말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대뜸 저명취를 떠올렸다.전에 명취가 현비를 찾아가겠다고 했었지만, 지금은 현비와 정면으로 대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현비는 태후의 조카였다. 현비의 미움을 산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명원제는 졸지에 안색이 아주 흉해졌다. 옥보가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황후의 분부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싸늘한 눈길로 황후의 얼굴을 노려보았다.황후는 나서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총관 시녀의 뺨을 후려치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무엄하다. 어찌 자신의 허튼 생각을 감히 폐하께 아뢸 수 있단 말이냐? 목숨이 여러 개라도 달린 것이냐?”총관 시녀는 땅에 꿇어 앉아 감히 얼굴도 감싸지 못한 채 그저 끊임없이 빌기만 했다. “폐하, 용서하여 주십시오. 용서하여 주십시오!”명원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명했다. “여봐라. 옥보를 끌어내 곤장 서른 대를 호되게 쳐라.”저 황후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를 감싸주지 못하고 그저 화를 내며 한마디 했다. “이걸로 끝내는걸 다행으로 알거라.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리지 않고 뭐하느냐?”총관 시녀는 이미 힘이 풀려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말했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그녀는 끌려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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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구별할 수 없게 되다
희씨 어멈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은혜를 입었으니 갚아야 했습니다. 지난해 소인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제왕비가 좋은 약을 지어 줘서 병이 완치되었습니다. 이번에 그녀를 한번 도왔으니 그 은혜를 갚은 셈입니다. 소인은 초왕비가 벌을 받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태상황은 아직도 초왕비가 필요하니, 몇 마디 꾸지람만 하실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소인 누구도 해 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오랫동안 머리를 조아린 채로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평온한 얼굴이었다.“소인 이젠 더 할말이 없습니다. 독주를 하사하여 주십시오, 폐하!” 이 생에 진 빚을 그녀는 이젠 다 갚았다. 곧 걸을 황천길에서도 더 이상 그에게 미안한 것이 없었다 명원제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배후의 인물을 말한다면 짐은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겠다.”희씨 어멈은 침묵을 지켰다. 얼굴에는 생사를 도외시하는 결연함이 묻어 있었다. 명원제는 죽도록 미우면서도 마음이 괴로웠다. 그는 당연히 희씨 어멈을 죽이지 못한다. 심지어 이 일을 태상황께 알리지도 못한다. 태상황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데, 어찌 수십 년 동안 당신 곁에서 보필하던 사람이 당신을 독해하려 했단 충격을 견딜 수 있겠는가?오랜 침묵 끝에 그는 담담히 말했다. “자네가 태상황을 해할 마음이 없었다고 하니, 짐도 자네를 믿겠다. 책임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멈도 이젠 연세가 있으니 태상황 곁에서 시중들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어멈이 초왕비와도 인연이 있으니 짐이 초왕비를 위해 태상황께 청을 드리겠다. 어멈은 초왕비를 따라 왕부로 가서 초왕비의 시중을 들도록 하라.” 명원제는 끝내 자신의 손으로 희씨 어멈을 처리하지 않았다. 희씨 어멈이 원경능을 해하려 했으니, 원경능에게 보내 그녀더러 처리하게 내버려 둘 셈이었다.원경능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희씨 어멈은 이만 물러가거라.”명원제가 노기를 거두고 담담하게 명령했다.희씨 어멈은 복잡한 눈길로 원경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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