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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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운수 사납다
만약 이 일이 경후부에 연루된다면, 원경능은 가족 사이에서 경멸의 대상이 될 것이다.그녀는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고사는 바로 앞에 서서 두 팔을 낀 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황제의 명대로 원경능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는 고사에게 물었다.“태상황께서 무슨 독에 중독되셨는 지 알려줄 수 있겠나?”고사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원경능은 시위(侍卫)들의 입이 천금보다도 더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입을 벌리지 않을 것이다.원경능은 복보에게 발생했던 일을 생각하니, 태상황이 독에 중독되었다는 말이 어느정도는 신뢰가 갔다. 태상황을 눈엣가시로 여기면서 죽기만 바라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다만 건곤전의 보안은 철통 같았기 때문에 음식에 손을 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또한 태의가 처방한 약은 모두 시약을 거쳤기에 약에 독약을 썼을 가능성도 크지 않았다. 만일 약에 독을 탔다면 범인은 자연스레 상공공이나 희씨 어멈일 것이다. 시약 할 때 희씨 어멈과 상공공 중 한 명이 지켰기 때문이었다. 시약을 거친 뒤 바로 건곤전으로 가져가 태상황에게 복용시켰다.음식과 약물에 독을 탄 것이 아니라면 피우는 향 밖에 없었다. 그러나 태상황 혼자 건곤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공공은 늘 태상황 곁을 지키고 있었다. 태상황이 중독된다면 상공공도 함께 중독될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건곤전에는 시중을 드는 환관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태후, 명원제, 예친왕도 자주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었다. 그러니 향로에 독을 타는 건 매우 미련한 방법이었다.목여공공은 태상황이 혼절하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가 황제에게 원경능이 약으로 태상황을 치료했다고 말했을까? 상공공일까? 그러나 상공공은 자신이 우문호와 함께 들어갔을 때 치료하던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우문호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우문호는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없었다. 요 며칠간 입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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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입궁하다
소월각은 오랫동안 적막 속에 빠졌다. 우문호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를 거친 후 고개를 들어 탕양에게 말했다.“태상황께서 무슨 독에 중독되셨는지 알아보거라.”“왕야, 알아내기 힘들 겁니다.”“고사는 알 것이야!”우문호가 말했다.“고사는 현재 어전에서 명을 받들고 있어 나올 수조차 없을 겁니다. 그리고 왕비를 모시러 왔을 때 고사가 함께 왔었습니다. 만약 말할 수 있었다면 그때 방법을 댔을 겁니다.”탕양이 말했다. 우문호의 눈 속에서 악랄한 빛이 번뜩였다.“입궁하여 보고 하거라. 본왕이 죄를 인정한다고 말이다.”“왕야!”서일과 탕양이 동시에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왕야께서 미치신 것인가? 죄를 인정하다니?“원경능이 한 모든 것은 다 본왕이 시킨 것이다. 본왕은 이 죄를 인정하는 것이다.”우문호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서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왕야께서 자신이 자객을 보낸 것이라고 인정하겠다는 줄로 알았다. 하지만 왕비더러 태상황을 치료하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하는 것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왕야, 안됩니다. 왕야께서는 현재 처벌을 기다리고 계신 몸입니다.”서일이 말했다. 탕양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왕야, 왕비를 믿으십니까?”“이 방법밖에 없구나.”우문호는 싸늘하게 말했다. 탕양은 우문호를 쳐다보았다."왕야께서 이렇게 하시면 왕비와 운명을 같이 하시는 겁니다. 만일 왕비께서 이 상황을 뒤엎지 못하신다면 왕야의 처지는 더 비참해지실 겁니다. 왕야, 깊이 생각하셨습니까?"“다른 방법이 있느냐?”우문호는 속으로 격분했다. 목구멍에서는 피가 올라왔다. 억지로 삼켰지만 그래도 비릿한 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기왕의 일 처리는 허점이 없고, 실수조차 한 적이 없었다. 자객도 이미 자결하였으니 아무런 꼬투리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일은 자신이 벙어리 마냥 입을 다물고 손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 일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의논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원경능이 다시 황조부를 완치하기만을 바랐다. 그래야만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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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당신을 죽도록 내버려두어야 했어요
예친왕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소매 안에서 약 한 알을 꺼내 우문호의 입에 넣고서 몸을 돌려 무릎을 꿇었다.“폐하, 다섯째가 절로 상처를 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부상은 태의들도 치료하기 힘듭니다. 만일 폐하 앞에서 연기 하는 것이라면 굳이 심한 부상을 입지 않아도 됐을겁니다.”원경능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폐하께서 우문호가 스스로 상처를 냈다고 생각하시다니?편전에서 원경능을 감시하고 있던 고사도 청을 들었다. “폐하, 소신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에 태의는 왕야의 부상이 너무 심하다고 장례를 준비하라고 했었습니다. 태상황께서 왕비를 내보내셔서 왕야는 살 수 있었습니다. 소신은 무술은 연마하는 사람이라 무기로 정확히 생명위험이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명원제는 담담하게 말했다.“다들 일어나거라.”황제가 반응이 없자, 고사의 눈빛이 이내 어두워졌다. 태의는 빠른 걸음으로 편전에 이르렀다. 궁중에서 일하면서 오랫동안 태상황의 심장병을 돌보며 대단한 능력을 익혔다. 그는 걸으면서 동시에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릴 수 있었다.위험천만한 상황이라 일어나라는 명을 받을 줄 알고 재빨리 다가오려 했다. 태의가 무릎을 꿇은 후 바로 일어났으나, 사실 황제는 일어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이를 알아챘을 때 그의 몸은 이미 일어나서 걸음을 떼려 하고 있었다. 태의는 가까스로 걸음을 멈추고 다시 무릎을 꿇었다. 휘청거림에 약상자는 바닥에 떨어졌고 그도 함께 넘어졌다. 원경능은 황제를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태의의 약상자를 가져와 열었다. 가위를 꺼내고는 우문호의 옷을 잘랐다. 그리고 피를 멎게 하기 위해 다시 붕대로 상처의 윗부분을 동여맸다. 원경능의 행동은 매우 민첩했다. 복부의 상처를 동여맨 후 곧바로 신발을 벗기고 바지를 잘랐다. 우문호의 모든 상처가 명원제 앞에 드러났다.허벅지 안쪽의 상처를 본 명원제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태의에게 싸늘하게 말했다.“어서 지혈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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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결과를 생각한 적이 있어?
“돌아봐.”우문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원경능은 턱을 침상에 받치고 미소를 지어보았지만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걸 축하해요.”“본왕이 죽기만을 바랐던 것이 아닌가?”우문호는 그녀의 “다채로운” 얼굴을 보았다. 이마에는 퍼런 멍이 들어있었고 눈은 팅팅 부어 있었다. 눈물이 얼룩덜룩한 얼굴에 두 줄기 흰 자국을 냈다.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불과 물처럼 어울리지 못했었다.“맞아요. 확실히 죽기를 바랐었어요.”원경능은 눈물을 닦고 조금 앳된 모습으로 말했다.“하지만 저는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가 눈 앞에서 죽으면 저의 과실인 게 되어버려요. 그러니 제 앞에서 죽지마세요.”우문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웃었다.고사도 옆에서 지켜보다가 홀가분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복잡한 눈빛으로 원경능을 흘끔 보았다. 사실 초왕비도 너무 밉살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우문호는 호흡을 가라앉혔다. 자금단이 체내에서 약효를 발휘하기 시작하는 듯한 기운이 차츰 올라오는 것 같았다.그는 고사를 보며 물었다.“태상황께서 무슨 독에 중독되신 것이냐?”고사는 앞으로 한걸음 다가가며 말했다.“사실 저도 모릅니다. 그저 어제 저녁에 태상황께서 갑자기 피를 토하시고 혼절하신 것만 압니다. 태의가 중독 증상이라고 진단을 내렸었습니다.”우문호는 원경능을 바라보았다.“당신이 태상황께 준 약이 피를 토하게 하고 혼절하게 만드는가?”원경능이 말했다.“절대 그럴 리 없어요.”“그렇다면 부황께서 철저히 조사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아마 꼭 결과가 나올 것이다.”우문호가 말했다.“폐하에게 태상황을 만나게 해달라고 청하고 싶어요.”고사가 고개를 저었다.“왕비께서는 잠시 기다려보십시오. 폐하께서 안배하실 겁니다. 아마 예친왕도 이렇게 권고하실 겁니다.”밖에 서있던 경후는 속으로 딸 원경능을 몇 번이고 욕했다. 온갖 방법을 다 고안해내서 겨우 왕부에 시집을 보냈더니 좋은 일이 생기기는커녕 나쁜 일 투성이에, 그런 일이 생기면 꼭 자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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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중독의 원인을 찾다
저명취는 할아버님의 걱정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며 말했다.“할아버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경능은 누명을 벗지 못할 겁니다. 태상황께서 병독하신 상태에서 중독되어 쓰러지셨으니, 어찌 다시 살아나실 수 있겠습니까? 태상황만 서거하신다면, 이유가 무엇이든지 원경능은 몰래 태상황의 병을 치료하다가 더 악화시킨 죄가 성립됩니다. 공로라고 여겨질 일은 없을 겁니다.”후궁과 조정은 변화무쌍해서 꿰뚫어 보기 어려웠다. 원경능은 더욱이 말 할 필요도 없었다. 현재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초왕은 자해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으니, 초왕부는 이미 운을 다한 것이다.우문호를 떠올리니 저명취는 조금 아쉬웠지만, 큰 일을 해내려면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아야 했다. 이는 우문호의 운명이었다.“너무 확신하지 말거라. 막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변수는 존재하는 법이니라.”저수부는 갑자기 저명취를 빤히 바라보았다.“태상황을 중독시킨 일이 너희가 한 것이 아니냐?”저명취는 깜짝 놀랐다.“저희는 절대 아닙니다. 손녀의 간덩이가 아무리 부었다 해도 감히 태상황을 독살하다니요?”저수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축 처진 눈꺼풀을 내리깔았다.“너희들이 아니면 되었다. 원경능이 어찌하여 의술을 알게 되었는지는 내가 조사해보마. 너는 이만 나가보거라.”저명취는 몸을 일으키고는 인사를 하고 나갔다. 서재의 문을 나서자 밖은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초왕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초왕이 평생 동안 자신을 잊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문창탑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그의 냉담함과 소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의 마음속에 원경능이 자리를 잡은 것인가? 그 천박한 여인이 어찌 그와 어울릴 수 있단 말인가?초왕부에서 우문호의 부상을 본 뒤에 원경능이 태상황을 치료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문호의 부상이 원경능 덕분에 처치가 가능했다는 제왕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태상황이 그날 갑자기 나아진 까닭은 원경능이 수를 썼기 때문일 것이다.그때 저명취는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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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구전단
명원제와 예친왕이 다가가서 보았다. 그 중 한 알은 중간 부분이 주홍색을 띠었고, 다른 한 알은 연한 노란색과 검은색을 띠었다.“두 알의 색이 다르다니? 어찌 된 일이냐?”예친왕이 태의에게 물었다. 태의는 멍해졌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모두 한 연단로(炼丹炉: 단약을 만드는 화로)에서 만든 것인데 어찌 색깔이 다를 리가 있겠습니까?”“그렇다면 어느 것에 독이 있는지 알아보거라.”원경능이 말했다. 태의는 중간 부분이 주홍색을 띤 알약을 가리켰다.“원래 이런 색이 아니었습니다. 중간 부분이 왜 이렇게 붉은지 모르겠습니다.”그는 알약 조금을 떼어내어 잔에 놓고 물을 부었다. 은침을 갖다 대니, 은침은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번하였다. 독성이 대단한 것이 분명했다. “폐하!”태의는 털썩 무릎을 꿇고 입술을 달달 떨었다.“절대 저희가 아닙니다. 누군가가 약을 바꿨습니다. 태의원에서 올린 약은 모두 무해한 것들입니다. 모두 검증했었습니다.”명원제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여봐라, 태의원을 봉쇄하고 자세히 조사하거라!”시위가 명을 받들고 나갔다. 예친왕은 원경능을 바라보았다.“너는 어떻게 두 알약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느냐?”원경능이 설명했다.“한 알이 적어졌다는 것은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가져갔겠습니까? 가져간 것은 문제가 있는 알약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상공공이 마지막으로 태상황께 약을 드릴 때 바닥에 떨어뜨린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순서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어 가져간 것은 문제없는 알약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지고 가려 했던 알약은 아직 상자에 있습니다.”“너의 분석이 맞다!”예친왕의 눈에도 싸늘한 빛이 어렸다.“감히 태상황을 독살하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명원제의 모든 분노가 태의에게 향했다. 원경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부황, 아마 문제는 태의원에서 생긴 것이 아닐 겁니다.”명원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유가 무엇이냐?”원경능이 답했다.“모두 세 알이 있었습니다.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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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황제와 단독으로 식사를 하다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가 태상황의 침상 앞에 섰다. 두 날이 지났을 뿐인데 많이 야위었다. 얼굴은 누르스름했고 입술은 자주색을 띠었는데 눈썹은 난잡하고도 거칠었다. 유일하게 태상황의 위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한때 북당왕국에서 가장 강대했던 남자였다. 그러나 현재 자신의 생사조차 어찌할 수 없었다. 원경능은 손을 그의 가슴팍에 갖다 댔다. 심장은 느릿하게 뛰고 있었고 호흡은 조금 거칠었다.“어떠냐?”예친왕은 그녀가 진찰하는 줄 알고 다가와 물었다. 원경능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모르겠습니다.”예친왕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명원제는 낯빛을 바꾸지 않고 저쪽에서 알약을 검사하는 태의를 바라보았다. 태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다가와 보고하였다.“폐하, 주사에 자등(紫藤)의 독을 탔습니다.”“해독하기 어려운 것이냐?”예친왕이 물었다.“어렵지 않습니다. 무슨 독인지 알았으니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전에 복용했던 해독탕은 주사와 자등의 독에는 효과가 없는 것인지라 다른 처방으로 바꿔야 합니다.”태의가 답했다. 태의가 해독할 수 있다고 하니 원경능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명원제는 그녀더러 우문호를 보살피게 했다. 그녀가 물러나려고 할 때 명원제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오늘 저녁 궁에 남아 짐과 함께 식사를 하거라.”원경능은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성은인지 몰랐다. 그저 한 가족끼리 하는 평범한 식사라고 생각하고 순순히 응답하며 나갔다. 예친왕은 그녀의 침착한 태도가 더 마음이 들었다.사실 원경능이 걱정되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우문호 그곳의 상처였다.그곳의 상처는 조금 전에 봉합했지만 그새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입궁하는 길에 흔들렸을 것이 분명했고 또 몇 백 걸음 걷기까지 했었다. 상처는 그곳 부근에 있었는지라 벌어질 때면 미치도록 아플 것이었다.우문호는 고통을 참는 능력이 대단했다.예전에 상처를 처치했을 때 편전에 사람이 너무 많았고 상황이 위급했었어서 크게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지금 편전에는 아마 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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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황후의 병
황후의 중신궁(中珅宫), 제왕과 저명취는 입궁하여 먼저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렸다. 중신궁에 들어선 저명취는 황후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발견했다. 황후는 가슴을 움켜쥐고 자리에 앉아있었다.저명취는 예전부터 황후에게 싹싹했다. 그녀가 안부를 물었지만 황후는 여전히 우울해했다.저명취는 황후가 걱정거리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제왕에게 웃으며 말했다.“왕야, 새로 만든 시를 녹왕(禄王)께 들려 드린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얼른 가보세요.”제왕은 시 쓰기를 즐기지 않았으나 녹왕은 즐겼다. 제왕과 녹왕은 모두 황후가 낳은 아들이었다. 동생의 취미를 위해, 그가 심심하지 않도록 시 쓰는 것을 배웠다. 오늘 새로 쓴 시가 있는지라 녹왕 앞에서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저명취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웃으며 나갔다. 제왕이 떠나자 저명취는 시중을 드는 시녀들을 모두 물렸다. 그리고는 황후의 곁에 앉으며 물었다.“고모,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황후는 아들이 떠나자 화를 내며 말했다.“본궁은 폐하와 이십 몇 년간 부부로 지내면서 단독으로 식사한 적이 없다. 오늘 폐하께서는 글쎄 원경능와 함께 식사를 하는 성은을 내리셨어.”저명취는 깜짝 놀랐다.“원경능이요? 입궁하여 조사를 당하지 않았나요? 감금당하지 않은 건가요?”저명취는 입궁할 때 물어보지 않았다. 원경능이 저지른 범행의 정도로 봤을 때, 감옥에 곧장 처넣어지지는 않더라도, 암실(暗房)에 가둬 자세히 조사한 뒤 초왕비의 신분을 박탈하여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 형벌들은 모두 백성의 신분으로 처단할 것이었다.저황후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감금? 오늘 단독으로 폐하와 식사를 하니, 폐하 앞에서 무슨 말을 할련지 모르겠구나.”저명취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최근 원경능은 부쩍 총명해진 것 같았다. 만일 자신에 대한 의심을 황제 앞에서 조금이라도 말한다면… 그 결과는 예상할 수 없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황후를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교활함이 감돌았다.“고모, 어지럽지 않으세요?”****저녁식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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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병시중을 들 필요가 없다.
마지막 요리를 먹기까지, 식사하는 동안에는 침묵이 지속되었다. 국까지 다 해서 모두 열 종류의 요리였다.그녀는 여태 황제가 소박한 사람인 줄 알았다. 두 사람이 아홉 종류의 요리에 한가지 국까지, 게다가 쌀밥은 제한 없이 먹을 수 있으니, 그가 이렇게 사치스러우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목여공공은 뜨거운 물수건으로 황제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남은 요리들을 치우자 원경능은 속으로 황제는 아마 어떤 질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후의 몸이 불편하다고 하니, 황후를 보러 갈 게 분명했다.원경능은 몸을 일으켜 인사를 올렸다.“부황께서 황후마마의 병문안을 가는 시간을 제가 감히 빼앗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앉거라!”원명제는 위엄 섞인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흘끔 훑고는 목여공공과 시중을 드는 사람들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였다.명원제와 원경능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거리는 마주 앉아있었다. 궁전안의 사람들이 나가자 압박감이 또 순식간에 엄습했다.하지만 오늘 이 식사를 한 후 그녀는 한결 편안해졌다.“다섯째와 잘 지내느냐?”원경능은 표정을 고쳤다. 드디어 명원제가 질문을 꺼낸 것이었다. 비록 자신이 예상했던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에 대답하기 어렵지 않았다. 우문호는 계속 자신에게 욕설을 뱉고 잔혹하게 때리기만 했으니. 하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서로를 존중하면서 지냅니다.”명원제는 웃음을 짓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다섯째의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느냐?”“왕야께서는 어질고 너그럽습니다.”원경능은 억지로 웃으며 양심에 어긋나는 말을 했다. 이는 황제가 알려고 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황제는 그들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명원제는 마치 아주 우스운 말을 들은 것 마냥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은 애써 미소를 유지했다.“결혼한지 일년이 되었는데 임신 소식이 없으니, 서로 존중하며 지낸다는 것도 그저 그렇구나.”명원제는 웃음을 거두고 담담히 말했다. 단순하고 직접적인 물음이었으나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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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아이의 일을 의논하다
명원제는 고개를 들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황후는 초왕비를 어떻게 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오?”황후는 황제가 불쾌한 말투가 아닌 것을 보고 말했다.“신첩은 태상황의 신체가 북당의 국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초왕비는 스스로 총명하다고 여기고 의술이 뛰어나다고 여겨, 몰래 민간 요법으로 치료했습니다. 태상황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았으니 대역죄인입니다. 다행히 엄중한 결과를 빚지 않았으나 신첩은 궁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측실(侧室)로 강등시키고 어명 없이는 입궁하지 못하게 하십시오.”명원제는 미소를 지었다.“황후의 말이 맞소. 잘못을 벌하지 않고 공로를 장려하지 않는 건 천자가 할 일이 아니지. 그렇다면 황후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좋겠소.”황후는 황제가 동의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는 엄중한 처벌이 아니었다. 측실로 강등시키는 것도 명목상의 벌이었다. 초왕비를 이미 옥첩(玉牒: 임금이나 왕족(王族)의 계보(系譜))올렸는지라 이후에 언제든지 다시 회복시킬 수 있었다.황후도 초왕비와 충돌을 일으키기 싫었다. 그래서 원경능이 입궁하지 못하게 하여 더 이상 태상황 가까이에 갈 수 없게 하면 되었다.저명취도 한시름을 놓았다. 보아하니 한번의 식사자리만으로 황제가 원경능을 달리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명원제는 말머리를 돌렸다.“잘못은 벌하여야 하고 공로는 장려해야 하지. 원경능은 태상황을 치료한 공로가 있소. 이는 큰 공로이니 잘못을 벌충하고도 남지. 짐은 먼저 잘못을 벌하고 공로를 장려할 것이오. 하여 그녀를 여전히 초왕비로 지내게 하고 남주(南珠) 두 꿰미를 하사할 것이오. 어떻게 생각하오?”저명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공로가 죄를 벌충하고도 남아 장려를 하다니? 황제는 애초에 원경능을 처단할 생각이 없었다.“남주 두 꿰미를 말하십니까?”왕후는 눈을 크게 뜨더니 얼굴을 굳혔다.“폐하, 류큐(琉球)에서 조공한 남주는 도합 세 꿰미밖에 되지 않습니다.”류큐의 남주는 알이 크고 둥글었는데 보기 드문 진품이었다. 예전에 류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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