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 Chapter 71 - Chapter 80
317 Chapters
71화 술주정뱅이 왕비
명원제가 말했다.“다섯째가 네 의견을 존중해 준다 하니, 짐도 다섯째의 의견을 존중해주겠다. 혼인은 강요해선 안 되는 일이다. 나중에 원한이 생기면 안되지 않느냐. 이 일은 짐이 현비에게 잘 설명하겠다, 너는 이만 가보거라.”그랬다. 현비도 있었다. 그녀는 이제 시어머니의 미움까지 철저히 사버린 것이다. 사면팔방에서 공격을 받게 생겼다.어서방에서 나온 원경능은 마음속에 칼을 품었다. 만약 살인이 무죄라면 우문호는 반드시 그녀의 손에 죽어야 했다. 막 어서방을 떠났는데 밖에서 누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현비마마가 그녀를 만나려 한다고 했다.외압은 언제 닥쳐올지 몰랐다. 그러나 현비마마 쪽이 제일 빨랐다.염치 불구하고 현비의 경여궁으로 가고 있는데 뜻밖에도 도중에 상공공을 만나게 되었다.“왕비, 태상황께서 모셔오라고 하십니다.”경여궁의 어멈이 말했다.“상공공, 현비마마께서 먼저 왕비를 부르셨습니다. 몇 마디 말씀만 나눌 것이니 일단 왕비 경여궁에 모셨다가 다시 건곤전으로 모심이 어떻겠습니까?”그러자 상공공이 보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리 긴요한 건 아닐세, 그저 태상황께서 기다리시다가 화를 내실까 걱정될 따름이라네.”어멈은 더 이상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기 힘들었다.“허면, 왕비께서는 태상황을 뵙고 난 후, 경여궁으로 걸음 하시길 바랍니다.”상공공이 또 말했다.“그리 빨리 해결 될 일이 아니지 싶네. 태상황 쪽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네. 더구나 왕비께서 즉시 출궁 하셔서 해결해야 하는 일도 하나 있네. 자넨 현비마마께 아뢰게, 왕비는 다음에 다시 입궁하여 마마께 문안 드리겠다고 말이네.”유모의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이건 태상황의 뜻이네.”상공공이 일깨워주었다.어멈은 무릎을 굽혀 인사하며 물러났다.“네, 허면 현비마마께 그리 전하겠습니다.”원경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상공공을 따라 나섰다. 걸음을 옮기며 원경능이 말했다.“도와주어서 고맙네, 상공공.”“태상황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신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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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그 인간을 썰어버려야겠어
원경능은 봉의각으로 보내졌다. 두 어멈과 녹아는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그래도 차분한 희씨 어멈이 녹아더러 해장탕을 갖고 오게 하며 고사에게 상황을 물었다. 고사가 말했다.“태상황의 궁에서 마신 것이네. 이미 해장탕도 주었지만 모두 토했네.”“태상황의 궁에서 취하신 것이라고요? 세상에, 태상황께서 엄청 노하셨겠군요?”희씨 어멈이 경악했다.“태상황께서 노하셨는지는 모르겠고, 상공공의 낯빛은 아주 창백했네.”고사가 말했다.“아아!”희씨 어멈이 고개를 돌려 원경능을 바라봤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기씨 어멈이 그녀를 눕히려고 하자 손으로 버티며 말했다.“손 대지마. 어지러워!”“고 대인, 이만 돌아가시지요. 수고가 많으셨습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고사는 원경능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빨갛게 물들었으며 머리는 산발 이었고 옷에도 주름이 가득했는데 참으로 볼품없었다.“이만 가보겠네!”고사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초왕비가 술주정을 하기 시작하니 이렇게 무서울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그가 건곤전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손에 의자를 쳐들고 때려 부수려 하고 있었다. 태상황은 나한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으며 상공공은 그녀의 토사물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는 발을 구르며 그의 새 옷을 애석해하고 있었다.그는 건곤전이 이렇게… 인간적이었던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또한 태상황이 위엄 넘치는 표정 외에도 다른 표정을 짓는 것도 본적이 없었다. 예를 들면 놀란 토끼 같은 모습 말이다.어쩌면, 왕야에게 이 일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 할 듯싶었다. ***원경능은 침대 앞에 앉아있었는데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다. 눈앞의 물건들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했으며 귓가에는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녀는 마치 아주 먼 곳의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지만 그녀의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뭐라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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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당신, 개인가?
식칼을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섬뜩해진 탕양이 입을 열려고 하는 때에 우문호가 천천히 일어나 책상을 짚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들 나가 있거라. 왕비는 본왕에게 볼 일이 있다.”고사가 그를 보며 물었다.“정말 그래도 됩니까?”“가봐.”우문호가 말했다.고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탕양을 보며 말했다.“갑시다.”탕양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왕비가 술에 취해 왕부로 돌려보내졌다는 소식을 고사가 전해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식칼을 휘두르며 찾아왔다. 그들은 이에 전혀 대비를 못했다.술주정을 부리는 여인은 매우 위험했다. 그러나 비록 왕야의 상처는 아직 다 낫지 않았다 해도, 왕비의 손에서 칼자루를 빼앗는 건 문제되지 않을 터였다. 그는 고사와 함께 방을 나왔다.“문 닫게!”원경능이 식칼을 휘두르며 차갑게 말했다. 탕양은 우문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왕비의 명에 따르지 않고 뭐하느냐? 손에 무기도 갖고 있으니 여기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니라.”문이 닫히자 방 안에는 적막만이 맴돌았다. 원경능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가슴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았다.“지금 날 비꼬는 거예요?”원경능은 아까 그 말을 듣고 더 화를 냈다. 무기를 갖고 있으니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기관총을 갖고 있더라도 그의 앞에서는 여전히 약자였다.“비꼬는 게 아니야, 당신 취했어.”우문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시도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오지마, 거기 꼼짝 마세요. 당신이 오면 난 위협을 느낀단 말이야.”원경능이 식칼을 들어올리며 화를 냈다.“본왕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아, 더구나 부상도 입었지. 오히려 본왕이 위협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우문호가 말했다.원경능은 눈을 가늘게 뜨고 험악한 모습을 연출하려 애썼다. 그러나 술기운이 올라와서 눈동자가 촉촉하니 살상력이 전혀 없었다.그녀의 몸이 한번 흔들렸다. 한바탕 달리기를 하고 난 뒤 더욱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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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소매 주머니
그를 한바탕 패고, 물기까지 하자 원경능의 화는 반 이상 가라앉았다. 확실히 많이 어지럽기도 했다. 그녀는 눈을 몇 번 굴리더니 그의 몸 위에 주저앉았다. 정말 어지러웠다.우문호는 그녀가 갑자기 잠잠해지자 그녀를 밀어보았다.“어이!”원경능은 짧게 투덜거리고는 고개를 그의 어깨에 파묻고 잠들어 버렸다. 그녀가 웅얼거렸다.“집에 가고 싶어. 자면 집에 갈 수 있어.”우문호는 주체할 수 없이 화가 치밀었다. 술주정을 부리고는 그대로 잠들어 버리다니. 집에 가고 싶다고? 그래, 내일 당장 보내버리면 그만이었다. 참으로 이상했다. 그 꼴을 하고 있는 경후부를 왜 마음에 새겨두고 있는 것인가? 우문호는 힘겹게 그녀를 밀치고 일어나서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우문호는 비록 화가 났지만 한 켠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그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는데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부상은 아직 심각했지만 그녀를 안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침대에 눕히고 잠시 생각 하는 듯싶더니 그녀에게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난 후 빨갛게 물든 얼굴을 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정말 미친 여자군.”그는 일어나 문을 열었다. 고사와 탕양, 서일이 급히 다가와 고개를 뻗어 안을 흘끔거렸다.“볼 필요 없다. 잔다!”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왕야는 괜찮으십니까?”서일이 귀를 만지며 물었다.“괜찮지 않을 건 또 뭐란 말이냐?”그가 귀를 힘껏 문지르는 것을 본 우문호가 물었다.“귀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이냐?”“왕비한테 밟혔습니다. 아파 죽겠습니다.”서일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고사와 탕양이 불쌍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서일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문호가 참지 못하고 탕양에게 물었다.“도대체 건곤전에서 얼마나 마신 것이냐?”고사가 대신 대답했다.“상공공의 말로는 계화주를 한 잔 마셨다고 합니다.”“한 잔이 대체 어느 정도기에 이렇게 취한 단 말입니까?”서일이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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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쓰레기?
주머니 안에는 두 개의 물건이 있었다. 하나는 정교한 작은 상자였는데 그가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보았을 때는 이렇게 작지 않았었다.다른 하나는 학모양으로 접혀 있는 종이 한 장이었다. 접은 종이를 펼치자 보이는 건 부황이 그녀에게 준 황금 천냥의 차용증이었는데 밑에는 커다란 도장이 찍혀 있었다.그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모든 사람이 홀시하던 여인이, 밉고 증오스럽기까지 했던 이 여인이 왜 한 순간에 부황과 태상황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그는 상자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작은 속단추(暗扣)가 있어서 그 곳을 만지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다. 상자 안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참으로 이상했다. 이 상자 안에는 물건이 있어야 했다. 그녀는 약이라고 했었는데 그녀의 마취침도 이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 썼단 말인가?다 써버렸다면 다행이었다. 그럼 앞으로는 그걸로 자신을 상대할 수 없을 터였다.그러나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상자라면, 숨겨두어야 했다. 누가 그녀더러 술주정 부리고 식칼로 사람을 위협하라고 했던가?그는 상자를 집어 들어 아무렇게나 침대 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눈이 휘둥그래졌다.상자가 땅에 닿자마자 커졌던 것이다.비록 처음에도 이 상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두 눈으로 손가락 하나만큼의 크기에서부터 약상자 정도의 크기로 변하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놀라웠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지금 내 물건을 훔치는 거예요?”머리 위로 놀란 원경능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성난 눈빛과 마주했다. 그의 눈에 당황하는 기색이 언뜻 스쳤지만 그는 곧 약상자를 들고 일어섰다. 그가 침대 옆에 내려놓은 약상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화난 목소리로 따졌다.“본왕에게 제대로 말해, 이건 뭐지?”“약상자죠!”그녀가 아픈 머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아직도 매우 어지러웠는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이 약상자는 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거지?”우문호가 엄숙하게 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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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네가 한 짓이냐?
당연히 원경능은 그가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양심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볼 땐, 저명양과 혼인하는 건 그에게 이득만 있을 뿐 손해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저명양의 일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 이런 큰 우세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답 없는 쓰레기는 아니었고, 가정폭력범 정도 되시겠다.“이만 화해해, 응?”우문호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는데 일말의 유세나 우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원경능은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오늘날 그녀는 이미 사면팔방에 적을 두고 있었으니 실로 우문호와 싸울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자신이 그를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녀가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화해는 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어요.”“말해봐.”우문호가 시원스레 말했다.“첫째, 여전히 그거에요. 나한테 손찌검하면 안돼요.”“좋아.”“둘째, 이후 혼사를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또 다시 날 측비를 들이지 않는 방패로 삼지 말아야 할거예요.”우문호가 잠시 고민하더니 승낙했다.“좋아.”“셋째, 내 자유에 간섭하지 마세요.”“물론이지.”그는 원래부터 그녀에게 간섭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예전엔 그녀를 상대하려 하지도 않았다.“넷째, 기회가 된다면 나랑 이혼해요. 우리 헤어져서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해요.”원경능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우문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해, 본왕도 그리 생각하는 바야.”“다섯째….”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더 남았나? 그냥 화해를 안하고 말지.”“마지막이에요.”원경능이 급히 말했다.“내 약상자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요.”우문호가 그녀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본왕더러 비밀을 지키라는 것은 본왕이 그대와 함께 위험을 감수하라는 말과 같아. 만약 이렇게 된다면 그대는 반드시 본왕에게 알려줘야 해. 이 약상자의 근원, 작용, 그리고 왜 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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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저씨 집안의 풍운
얼굴의 노기가 서서히 풀린 저수부는 태사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마지막 기회다. 그래도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래, 제왕비의 자리도 꼭 네가 앉아있을 필요는 없지. 저씨 집안에 말 잘 듣는 아가씨들은 차고 넘치니까.”“조부, 손녀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손녀는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저명취가 흐느꼈다.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려 뺨을 적시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가여웠다. 누구라도 그녀의 이런 애처로운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약해질 것이다. 다만 애석하게도 저수부는 예외였다. 그는 눈물을 절대 믿지 않았다.“눈물을 거둬들이고 썩 꺼지거라!”그가 차갑게 말했다.저명취의 얼굴에 드디어 두려움과 후회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조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잘못이에요. 희씨 어멈과 조부 사이의 친분을 이용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확실히 손녀가 어멈더러 태상황의 약에 독을 넣으라 하였습니다. 손녀는 그저 태상황의 병세가 호전되어 초왕이 다시 득세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손녀도 전반적인 정세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에요.”“넌 어찌 나와 희씨 어멈의 관계를 알게 되었느냐?”저수부의 목소리는 음산하고 차가웠는데 그 자신 또한 음울한 분위기 속에 젖어있는 듯싶었다.저명취는 조부의 얼굴에 이렇게 무서운 기색이 보이는 것을 본 적 없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입술을 파르르 떨며 모든 걸 털어놓았다.“조모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이 일도 조모께서 의견을 내주신 것입니다. 희씨 어멈이 조부를 저버린 적 있으니 조부의 뜻이라고 하면 희씨 어멈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기꺼이 조부를 위해 이 일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희씨 어멈에게 이렇게 말하니 어멈이 동의했습니다.”이 말을 마친 저명취가 또 재빨리 보충했다.“조부, 희씨 어멈은 절대 태상황을 모해한 일을 발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부의 이름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하세요.”눈을 감고 있는 저수부는 얼굴에는 한 치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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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모두가 화를 내다
저명양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어머니께서 저더러 초왕에게 시집가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초왕에게 시집가기 싫어요. 게다가 시집가면 측비가 되는 거잖아요. 저는 첩이 되고 싶지 않아요.”저명취의 눈에는 이채가 스쳤다.“초왕 쪽은 그나마 나은 편이야. 태후는 초왕비를 크게 나무라지 않으시거든. 초왕의 모비인 현비마마는 태후의 친 조카잖아. 이런 연고로 태후는 초왕부의 사람에게 많이 관대하단다. 초왕비를 좀 보렴, 혼인 후 입궁하여 문안 인사를 올린 적도 별로 없는데 태후께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잖아.”“초왕은….”저명양의 머릿속에 수려한 사내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건 성문(城门)에서였다. 그때 그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조정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커다란 준마(骏马)를 타고 황금색 갑옷을 두르고 있던 그는 매우 위풍당당하였다.사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초왕을 알고 지냈었다. 그때 그는 자주 저택에 왔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큰언니를 보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저는 초왕에게 시집가기 싫어요.”저명취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어째서?”그녀는 사실 동생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매번 초왕이 올 때마다 동생은 문 뒤에 숨어서 그를 몰래 훔쳐보곤 했었다. “원씨 집안의 여식과 혼인했잖아요. 원경능 같은 여자도 부인으로 맞이한다니, 제 눈에는 안차네요.”저명양이 대답했다.“그는 원씨 집안 사람에게 모함당한 거야. 어쩔 수 없었어. 게다가 조부께선 만약 네가 시집가길 원한다면 초왕과 원경능을 이혼하게 하실 거라고 했어.”저명양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 꼬리를 말았다.“큰언니는 왜 초왕에게 시집가라고 저를 설득하세요?”저명취가 말했다.“이 큰언니는 다 널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초왕은 보기 드문 좋은 사내야. 네가 그에게 시집간다면 넌 꼭 행복할거야.”저명양이 냉소했다.“그래요? 그렇게 좋은데 언니는 왜 시집 안 갔어요?”저명취가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그가 이미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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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고요히 흘러가는 세월
초 태의는 이날도 우문호의 상처를 처치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이 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물어왔다. 하여 탕양이 사람을 보내 원경능을 모셔오게 했다. 원경능이 초 태의에게 말했다.“이 실은 계란 흰자와 같은 물질로 만든 실(蛋白线)이라네. 인체가 흡수할 수 있으니 제거할 필요가 없네.”“계란 흰자로 실을 만든단 말입니까? 대단하군요, 정말 대단해요!”초 태의가 감탄했다.반면 우문호는 몹시 답답해졌다.“허면 본왕은 앞으로 이 실들과 생사를 함께 해야 한단 말이야?”“그렇죠, 실이 살면 당신도 살고, 실이 죽으면 당신도 죽어요.”원경능이 비웃으며 말했다. 이틀 동안 두 사람은 그나마 유쾌하게 지냈기에 가끔 서로를 비꼬기도 했다.서일은 초 태의의 의술에 탄복하고 있었다. 하여 왕야의 상처를 처리한 틈을 타서 급히 그에게 질문했다.“태의, 제가 요즘 몸이 좀 불편합니다. 혹시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어디가 불편한가, 서 시위(徐侍卫)?”초 태의는 겸손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는 서일이 일개 왕부의 시위라 하여 얕보지 않았다.“요즘 자꾸 졸립니다. 머리도 좀 멍하고요. 방귀도 잘 나오는데, 냄새는 어찌나 독한지. 참, 입 냄새도 심합니다. 머리도 기름지고 엉덩이에 종기(疙瘩)도 많이 났습니다. 태의, 안쪽으로 들오시면 제가 종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정말 끔직합니다….”이 말을 하며 서일이 태의를 병풍 뒤로 이끌었다.병풍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원경능은 서일의 옷 벗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금 어색해했다.우문호가 병풍 뒤에 대고 화를 냈다.“서일, 네 방으로 꺼진 후 옷을 벗어라.”병풍 안쪽에서는 서일의 긴 방귀소리가 전해졌다. 소리는 매우 규칙적이었는데 마지막에는 거의 폭발에 가까운 소리를 끝으로 뚝 멎었다.“바로 이 냄새입니다. 태의. 혹시 제가 무슨 병에 걸린 게 아닙니까?”서일은 대놓고 우문호의 분노를 외면하고 있었다. 태의가 코를 틀어막고 뛰쳐나오며 말했다.“됐네, 서 시위. 자네가 무슨 병인지 알겠어. 자넨 비장이 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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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문병오다
태의가 진료를 마치고 나온 후에야 경후는 태의와 서일을 이끌고 대청에 가서 차를 마셨다.경후가 서일에게 넌지시 물었다. “왕야의 상처는 괜찮아졌는가?”“경후 덕분에 왕야께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서일은 밖에서는 그래도 신분에 걸맞게 행동했다.“그럼.....”경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왕비는 친히 왕야를 돌보는 것인가? 본후(本侯)의 딸은 저택에서 너무 떠받들며 키웠던 터라, 왕야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네?”“왕야는 한번도 왕비에게 화를 내신 적 없습니다.”서일은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해댔다. 이건 탕양이 시킨 것이었다. 그는 만약 경후가 왕비와 왕야의 관계가 안정됐다는 걸 알면 자연히 왕비를 너무 못살게 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경후는 그다지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하인도 왕비가 왕야를 부축하여 집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고 말했었다. 설마 원경능이 정말 초왕의 환심을 샀단 말인가? 이때 태의도 귀신같이 그를 도왔다. 그가 수염을 쓸어 내리며 감탄했다. “왕비와 왕야는 참으로 금슬이 좋습니다. 요 며칠 왕야를 치료해줄 때 왕비는 항상 옆에서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연히 원경능이 옆에 있었던 건 몰래 그의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 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중의학(中医)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하지만 중의 치료법은 믿고 있었다. 필경 오랫동안 약물연구를 해온 지라 예전에도 약초에서 성분을 추출해 중약을 만들어 보기도 했었다.”말라리아(疟疾)와 홍반성 낭창(红斑狼疮)을 치료하는 아르테미니신(青蒿素)도 제비쑥(青蒿)에서 직접 추출해내거나 제비쑥에서 함량이 제일 높은 아르테미노산을 추출해 반합성하여 만든 것이다.때문에 이 며칠 그녀는 줄곧 구실을 대서 태의에게서 중의학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경후는 초 태의의 말을 듣고서야 둘의 관계를 믿었다.초왕이 무엇 때문에 원경능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이건 좋은 일이었다. 필경 이젠 저씨 집안의 미움을 산 건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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