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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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강서연은 낯빛이 살짝 변하더니 심장이 쿵쾅댔다.그가 뭘 알아낸 걸까?아니면 딴 사람들에게 강씨 일가에 사생아가 한 명 있는데 강유빈을 사칭하여 이 혼약을 이행했다고 엿들은 걸까? 그와 결혼한 여자는 사실 짝퉁이고 강씨 일가에서 애지중지 키운 딸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걸까?남자들은 다 허영심이 있다 보니 자신과 결혼한 배우자가 예쁜 재벌 집 딸이길 바라지 그녀처럼 못생기고 촌스러운 신데렐라길 원치 않을 것이다.강서연은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녀는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고 되뇌었다. 구현수는 싸움을 벌여 감방까지 갔던 사람이다...그런 그가 작정하고 화를 내면 후폭풍은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네? 할 얘기라니요?”그녀는 맑고 커다란 눈망울로 그를 쳐다보며 애써 화제를 전환하려 했다.“아 참, 나 이번 달에 실적이 별로 없어서 다음 달에 더 분발해야 해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 함께 밥 먹을 시간이 별로 없을 거예요. 현수 씨 혼자 잘 지낼 수 있죠?”“내가 애야?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구현수가 웃으며 그릇에 담긴 랍스터 볶음밥을 절반 덜어서 그녀에게 줬다. 강서연이 기어코 안 받으려 하자 구현수가 음침한 눈빛으로 목소리를 내리깔고 물었다.“내가 먹여줘?”그녀는 결국 목을 움츠리며 그에게 수긍했다.잠시 후 구현수의 휴대폰이 진동했는데 배경원한테서 온 문자였다.그는 몰래 주변을 살피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사악한 미소를 날리고 있는 배경원과 그의 옆에 서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유찬혁을 발견했다.“나 화장실 다녀올게.”구현수는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하고는 레스토랑 복도 모퉁이로 걸어갔다.배경원은 끝내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부부가 애틋해 죽던데요?! 랍스터 볶음밥 1인분을 서로 한 숟가락씩 나눠 먹다니, 심지어 머리까지 맞대고요... 형이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인 걸 난 왜 전에 몰랐죠?”구현수가 힐긋 째려보자 배경원은 애써 입을 다물고 더는 나불거리지 못했다.“형, 경원이 뭐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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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배경원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배씨 가문이 강주에서 세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깨알만 한 작은 회사까지 조사해낼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신분으로 조사를 시작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 수가 없다.만에 하나 또 저번처럼 강명원을 처리하다가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는다면...배경원은 마른기침을 해대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형, 알아볼 순 있는데 미리 부정적인 얘기부터 해둘게요. 이 기간에 누군가가 헛소문을 퍼뜨리며 내가 형수님과 바람났다고 떠들어대도 절대 믿으면 안 돼요... 악!”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유찬혁이 그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입사한 지 2개월이 되어가니 강서연은 더 열심히 일에 전념했다. 사회초년생의 생존 법칙도 거의 파악했고 성소원의 괴롭힘에도 원만하게 해결할 줄 알게 되었다. 방진영이 대놓고 또는 은밀하게 집적거려도 그녀는 저 자신을 지키는 법을 터득하여 업무상에서 그와 최대한 적게 접촉하려 했다.다만 이 또한 엄청난 정력을 소모하기에 그녀는 매일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집에 돌아와 하이힐을 벗고 소파에 누우면 가끔은 너무 피곤해 새벽까지 잠들기가 일쑤였다. 깨어나 보면 몸에 얇은 담요를 덮고 있고 구현수가 옆 마룻바닥에서 팔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그녀가 구현수의 소파를 차지하고 잠들었을 때 구현수는 침실에 있는 그녀의 침대에 들어가 자지 않았다.강서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불안감을 느끼는 동시에 가슴에 따뜻한 전류가 흘렀다.구현수가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회사 다니기 그렇게 힘들면 그냥 관둬, 하지 마.”“어떻게 그래요?”강서연이 그를 쳐다보며 되물었다.“일을 안 하면 무슨 돈으로 집세를 내고 밥을 먹어요 우리?”“이까짓 돈에 연연하는 거야?”“이까짓 돈이요?”강서연이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양반 납셨네요. 집안 살림을 안 하니까 쌀이 귀한 줄도 모르겠죠? 내 월급으로 우리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어휴, 오더를 많이 내리지 못하고 보너스를 받지 못하면 우리 앞으로 엄청 고생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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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임우정은 강서연이 회사에서 성소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안쓰러워 그녈 위해 업무를 더 뛰었고 본인의 거래처들도 그녀에게 소개해주며 발주를 내리는 데 관한 기교를 많이 전수해주었다.“너 기억해. 오더는 한 번에 성사되는 게 아니야. 주문 건 한 건도 수차례 상의해야 성사할 수 있어. 이 또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강서연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평소에 바이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해. 네가 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그 사람들도 너에게 오더를 한 건이라도 내릴 것 아니야!”“네, 그건 저도 알아요.”“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임우정이 웃으며 말했다.“영업을 뛰려면 뻔뻔스러워져야 해! 체면을 다 내려놓아야 지갑이 두툼해질 수 있다고! 알겠어?”강서연은 예쁘고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며 반달웃음을 지었다. 이때 스크린에 그녀들의 식번이 떴고 강서연은 재빨리 음식을 가지러 카운터로 향했다.점심은 아주 간단한 패스트푸드인데 강서연은 가장 저렴한 야채 요리만 한 개 들고 왔다. 이에 임우정은 참지 못하고 질문을 건넸다.“그걸로 배부르겠어?”“문제없어요.”강서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저 원래 적게 먹어서 이거면 돼요.”“되긴 뭘 돼?! 영업을 뛰려면 안 그래도 체력 소모가 엄청날 텐데 너 그 작은 체구로...”임우정은 말끝을 흐리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집에 남편이 너 돈을 못 쓰게 감시하고 있어?”강서연이 해명하려고 할 때 구현수한테서 문자가 한 통 날라왔다.그녀는 문자를 확인하고 한동안 침묵했다. 임우정은 어두운 표정의 강서연을 보더니 휴대폰을 뺏어와 힐긋 보고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너무했네 진짜!”임우정은 화가 나서 말까지 더듬거렸다.“아니 어떻게... 쇼핑을 할 수 있어? 벨트 하나에 60만 원이라고?”“언니, 목소리 낮춰요!”강서연이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다만 요즘 들어 구현수가 이상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매일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즐겼는데 어느 하루는 강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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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언니는 몰라요.”강서연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사실 현수 씨 나한테 엄청 잘해줘요...”“잘해줘?”임우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결혼 둘째 날 강서연이 드레스를 돌려주러 가게에 갔다가 점원에게 굴욕을 당했을 때 구현수가 홧김에 가게에서 제일 비싼 드레스를 구매했고 그 점원더러 강서연에게 무릎 꿇고 사이즈를 재게 했다. 임우정도 그녀에게서 이 얘기를 전해 들었다.그땐 이 남자가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허영심이 차서 체면만 중히 여기며 심지어 성격이 매우 난폭하다고 생각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강서연의 적금으로 제멋대로 즐긴다는 것이다!“서연아, 현수 씨가 드레스 가게에서 널 위해 앞장 서주고 집에서 전해 내려온 가보까지 너에게 줬다고 널 엄청 잘해주는 거라고 여긴다면 네가 아직 너무 단순하고 결혼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밖에 해석이 안 돼! 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꾸며나가는 거야. 너 혼자 죽어라 애쓰는데 남편이란 자는 정작 집에 앉아 양반다리를 하고 네가 벌어온 돈이나 마구 써대는 게 아니야! 그건 잘못된 거야.”임우정은 화가 나서 손가락으로 강서연의 머리를 살짝 찔렀다.강서연은 참 좋은 여자아이였다. 그저 심성이 너무 착한 게 탈이었다.누군가가 조금만 잘해줘도 평생 기억하며 여력을 다해 보답하려고 한다.구현수처럼 감방까지 갔다 온 사람을 만나니 착하고 순진한 그녀는 등골이 빼 먹혀 뼈도 추스르지 못할 정도였다!“사내대장부가 나가서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종일 마누라 돈만 써대는데 대체 뭐가 좋다는 거야! 그런 사람은 남자가 될 자격도 없어!”임우정이 한마디 보태자 강서연은 순간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음침한 눈길로 정색하며 쏘아붙였다.“내 남편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임우정은 놀라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요, 난 항상 남편을 맞춰주고 보호해주려고 애써요!”강서연이 작정하면 말로 그녀를 이길 자가 없다.“그 사람은 내 남편인데 지켜주고 맞춰주는 게 뭐가 잘못됐죠? 단점이 얼마나 많은지도 다 알아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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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구현수는 제인 호텔 맨 위층 테라스에 앉아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는 거의 타들어 갈 듯싶었다. 먼 곳의 해수면에 파도가 반짝이고 바닷새가 공중에서 선회하며 하얀 덫을 수놓아 절경을 이루었다.이때 탁자 위의 휴대폰이 진동하더니 카드에 60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배경원과 유찬혁은 서로 마주 보며 껄껄 웃었다.“형 진짜 여복이 터졌네요! 형수님이 예쁜 데다가 흔쾌히 돈까지 주잖아요, 하하하!”“여태껏 살아오면서 여자 돈을 써보긴 형도 처음이죠? 느낌 어때요? 짜릿해 죽겠어요?”구현수가 둘을 힐긋 째려보며 휴대폰을 다시 원위치에 내려놓았다.비록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마음속에서부터 따뜻한 전류가 흐를 것만 같았다.강서연이 진짜 계좌 이체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그녀의 은행카드에 기껏해서 60만 원 정도 남아있다는 걸 구현수는 잘 알고 있었다.그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몇 번 털면서 복잡한 눈길로 먼 곳을 바라봤다.“아 참, 형.”유찬혁이 나지막이 말했다.“경원이가 직접 나서기 불편해서 내가 호정 무역회사를 조사했어요. 성소원 씨는 회사 임원 층인데 주주인 외삼촌을 믿고 안하무인 격이래요. 게다가 또...”유찬혁은 계속 더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구현수의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얘기해.”“게다가 또 방진영 씨의 여자친구예요.”유찬혁이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방진영 씨는 강서연 씨 부서의 매니저이자 대학교 선배이기도 해요. 학교 때 서연 씨를 쫓아다니기도 했고요...”구현수의 얼굴은 굳어버린 얼음처럼 아무런 파동이 없었지만 책상 위에 놓인 두 손은 어느샌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유찬혁이 마른기침을 해댔다.“형, 사실 학교 때 일은 별 거 아니에요.”“그래.”구현수가 그를 쳐다보며 되물었다.“내가 뭐라고 했어?”유찬혁은 실소를 터트렸다.아무 말도 안 했지만 말을 내던진 것보다 더 심각했으니까.“계속해.”“회사에서 성소원 씨가 항상 서연 씨를 괴롭히고 있대요. 그래서 서연 씨는 입사한 첫 달에 오더를 한 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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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그는 허리를 숙여 물건을 주웠다.부드러운 순면 텍스처와 그 위에 묻어난 은은한 체취가 불쑥 그에게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그건 강서연의 속옷인데 지극히 심플한 기본 아이템이었다.구현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는 목이 바짝 말라 혀로 입술을 살짝 핥고는 옷들을 세탁기에 넣으려 하는데 이때 마침 문이 열리고 강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수 씨 집에 있어요? 오후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화장실이 급해 죽겠어요...”불현듯 서로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강서연은 충격에 휩싸인 채 그를 쳐다보다가 그의 손에 쥔 옷 바구니와 그 안에 담긴 더러운 옷들과 이미 열린 세탁기와 그리고...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귀까지 빨개졌다.“그걸 왜 들고 있어요?!”강서연은 냉큼 다가가 재빨리 그의 손에서 속옷을 뺏어왔다. 지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뻘쭘한 건 구현수도 마찬가지였다.그녀의 반응만 보면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착각해도 모자랄 판이었다...‘잠깐, 설마 지금 날 도둑 취급하는 건 아니겠지? 여자 속옷만 훔치는 변태 도둑 말이야?!’구현수는 낯빛이 확 돌변했다. 그는 마른기침을 하며 애써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대답했다.“집에서 할 일 없어서 옷 좀 빨려고 했어.”강서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했고 심장은 여전히 마구 쿵쾅댔다.“그냥... 놔둬요 일단. 이따가 내가 씻을게요.”“이 집은 두 사람이 함께 가꿔나가는 거니까 집안일도 서로 분담해야지.”“아니에요, 정말 그럴 필요 없어요! 이건 내 물건이라 내가 알아서 씻을게요...”강서연은 황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부끄럽고 난처한 그 모습이 실로 귀여울 따름이었다.구현수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좀 전에 억눌렀던 설렘이 또다시 부풀어 오를 것만 같았다.“난 당신 남편이야.”그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일부러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부부 사이에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당신 속옷을 빨아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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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배경원은 식겁하여 목이 바짝 말랐다.휴대폰을 사이에 두고도 빅 보스의 살기가 충분히 느껴졌다.‘내가 설마 좋은 일 망친 건가?’배경원은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불쑥 머리를 탁 내리쳤다.‘내가 미쳤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누가 날 건드렸어 봐, 나 같아도 그 사람 아작을 내고 싶을 거야!’“형...”그는 아양을 떨며 해명에 나섰다.“나도 급한 일 아니면 이 시간에 전화하지 않으려 했어요. 형이 이렇게 빨리 잘 줄 누가 알았겠어요...”“할 말 있으면 빨리해!”구현수가 귀찮다는 듯이 쏘아붙이고는 베란다로 걸어가 촤르륵 문을 열었다.“오성 쪽에 형이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배경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형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문이 쫙 퍼졌거든요. 어르신도 무척 흥분해 하시고 삼촌, 이모들도 다...”“그래, 알았어.”구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내가 사석에서 연락할 테니까 오성에 돌아가는 건 잠시 미뤄야 할 것 같아.”배경원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결국 알겠다며 대답했다.“참 그리고 형, 오늘 자세히 조사해봤는데 형수님이 만난 바이어가 마침 성소원 씨가 3개월 동안 쫓아다녀도 따내지 못한 케이스더라고요! 내가 살짝... 손을 써서 형수님이 오더를 따게 했어요. 이 한 건에 인센티브가 적지 않을 거예요. 2천만 원은 가질 수 있을걸요...”구현수는 가슴에 불길이 활활 타올라 배경원이 마저 떠들어대기도 전에 전화를 꺼버렸다.배경원은 또다시 어리둥절한 채 옆에 있는 유찬혁에게 술 한 잔 따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또 무슨 말실수 했어?”유찬혁은 웃다가 쓰러질 뻔했다.“네가 분위기를 다 망쳤는데 형이 친절할 리가 있겠어?”배경원은 후회막심하여 쉴 새 없이 제 입을 내리쳤다.“그리고 서연 씨가 오더를 내린 일에 네가 굳이 왜 끼어들어?”“그건...”배경원은 두 눈을 부릅떴다.“설마 또 내가 아양을 떨다가 심기를 건드린 거야?”유찬혁은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성소원이 3개월을 쫓아다녀도 따내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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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강서연은 그녀와 무의미한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네가 뒤에서 한 짓거리들 내가 모를 줄 알아?!”성소원이 기고만장하게 말했다.“강서연, 너 이번 오더를 어떻게 따냈는지 누구보다 너 자신이 잘 알겠지!”강서연은 고개 돌려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커다란 두 눈에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그녀는 평소 상냥하게 웃고 늘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는데 지금처럼 차갑고 정색한 얼굴은 극히 보기 드물었다.그런 그녀가 갑자기 딴사람으로 변하자 성소원은 저도 몰래 뒷걸음질 쳤다.“내가 어떻게 땄냐고요?”강서연이 또박또박 말했다.“내 실력으로 따냈죠! 일주일 꼬박 밤을 지새우며 영업 기획안을 수없이 수정해서 만들어냈어요. 그러니까 서 대표님도 만족해하시고 바로 도장을 찍은 거 아닐까요? 매니저님이 3개월을 쫓아다녔는데 성사하지 못한 건 본인이 무능해서예요! 본인한테 원인을 찾지 않을지언정 도리어 딴사람이 저보다 더 노력했다고 질책하는 건가요 지금?”“노력? 네가?”성소원이 그녀를 더 날카롭게 째려봤다.“엄청 노력해서 남자의 침대에나 기어올랐겠지! 총괄님이 네 편을 들어준다고 마음껏 날뛸 수 있을 것 같아?”“성소원 씨,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 안 되죠! 총괄님이 여기서 왜 나와요? 오더를 성사하기 전에 난 총괄님과 아예 얘기도 나누지 않았어요!”“누가 알아? 칫, 회사에서 말하지 않아도 사적으로 엄청 만나고 다녔을지도 모르잖아!”“당신 진짜...”강서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게졌다. 두 사람의 다툼에 적잖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누군가가 선뜻 나서서 둘을 갈라놓으려 했지만 성소원이 좀처럼 물러설 기세가 없었고 강서연도 억울하게 이런 누명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한사코 총괄을 찾아가 대질하려 했다.한창 팽팽한 분위기가 감돌 때 방진영이 성급히 달려왔다.“여긴 회사야,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짓이야?!”방진영이 단호하게 질책했다.“싸우려면 밖에 나가서 싸워. 회사에 왔으면 얌전히 일이나 하란 말이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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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강서연은 입술을 앙다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잠시 후 그녀는 방진영과 함께 회사 근처의 효성 호텔에 도착했다.아니나 다를까 두 명의 금발의 외국인이 진작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연은 유창한 불어로 그들과 인사를 나눈 후 최선을 다해 통역을 해주었다. 프랑스인은 그녀의 업무능력을 매우 칭찬하며 식사 한 끼로 협력 의사를 거의 내비쳤다.강서연도 그제야 홀가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범하게 잔을 들고 양쪽 협력을 미리 축하했다.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배경원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있다가 인제야 강서연이란 어린 소녀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도 나름 수많은 미인을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좀 전에 강서연이 미소 짓는 순간 온 세상이 꽃으로 물 들 것만 같았고 사람 마음을 확 사로잡는 매력이 깃들어있었다.어쩐지 구현수가 오성에 돌아갈 계획을 잠시 뒤로 미루더라니... 미인이 눈앞에 있으니 본업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배경원은 웃으며 구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형, 나 지금 효성 호텔에서 미팅하고 있다가 또 형수님 봤네!”상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침묵은 구현수의 일상이니까.“불어도 할 줄 아셨어? 재능이 대체 몇 개야? 너무 겸손하게 숨기신 거 아니야? 외국인 두 분은 나름 예의 있어 보이는데 형수님 옆에 앉은 남자가 좀 엉큼한 것 같아. 손을 줄곧 형수님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있잖아. 쯧쯧...”“주소 불러.”“응?”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차가운 명령이 날라왔다.“같은 말 두 번 반복하게 하지 마!”배경원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재빨리 구현수에게 위치를 보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서연은 두 외국인을 호텔 입구까지 바래다준 후 예의 바르게 손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 막 제 가방을 챙기려고 몸을 돌렸는데 방진영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까 배불리 못 먹었지?”방진영이 취기 어린 말투로 말을 내뱉으며 야릇하게 그녀를 쳐다봤다.“가자, 우리 다른 데 가서 뭘 더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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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구현수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몸을 돌려 방진영을 보더니 살기등등한 기운을 내뿜으며 칼날 같은 눈빛으로 그의 목을 자를 것만 같았다.호텔 입구에서 경호원이 이제 막 앞으로 달려오려다가 구현수의 사나운 눈빛에 뒷걸음질 쳤다.방진영은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기가 눌려 몸을 벌벌 떨었다.“너... 대체 누구야?”그는 겨우 바닥에서 기어올라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대체 정체가 뭐냐고? 허구한... 대낮에 감히 날 때려? 내가...”구현수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목덜미를 덥석 잡더니 호텔 뒷마당으로 질질 끌고 갔다.강서연은 구현수가 피해를 볼까 봐 재빨리 따라갔지만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귀신이 곡할 듯한 괴성과 함께 살려달라는 비명이 전해졌다.방진영은 한바탕 얻어맞아 얼굴이 가득 멍든 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구현수는 그의 가슴팍에 발길질했고 그가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또다시 매섭게 머리를 가격했다. 방진영은 결국 반쪽 얼굴이 구현수의 발밑에 깔려버렸다!그는 목이 갈라 터지게 울며 애원했다.“사... 사장님! 제발요! 제가 잘못했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다신 이러지 않을게요!”“앞으로 이 여자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어.”구현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사납게 쏘아붙였다.“앞으로 두 번 다시 내 와이프한테 집적거렸다가 그땐 이렇게 쉽게 풀어주지 않을 줄 알아!”방진영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마치 벌레처럼 바닥에서 힘겹게 꿈틀거렸고 구현수에게 짓밟혀 턱이 빠질 것만 같았다.구현수는 그의 바짓가랑이로 시선을 옮기더니 그곳이 흥건하게 젖어있는 걸 발견했다.그는 코웃음 치며 얼른 발을 떼고 역겹다는 듯이 쏘아붙였다.“꺼져!”방진영은 아픔도 마다하지 않은 채 바지에 지리며 도망치다가 하마터면 강서연과 부딪힐 뻔했다.강서연은 방진영의 처참한 몰골에 화들짝 놀라 사태가 심각하여 구현수도 다친 줄 알고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정작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옷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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